여행의 발견
와카야마로 떠난 기차여행, 그리고 . .
이미 한 두 번 다녀온 오사카 여행을 준비하며 이번에는 좀 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간사이에 위치하고 오사카에서 JR을 타고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와카야마에 가기로 했다.
와카야마에 가야겠다고 뽑은 이유는 그저 오사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으며
여행의 낯섦을 더 낯설게 만들고자 하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그렇게 다녀온 와카야마 역시
'언젠가 또다시 와야지..'
하고 마음속에 도장을 찍은 곳이었다.
간사이 공항에서 열차를 타고 와카야마로 다가갈수록 높은 빌딩은 사라지고 흔히 시골 풍경이라고 불리는
논과 밭이 시야에 흔해지는 그런 풍경을 보다 와카야마에 도착했다. 한국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를 배를 채운 후 고양이가 역장으로 있자는 타마역에 가기 위해 또다시 기차를 타러 갔다.
와카야마 여행을 떠올리면
"이색 기차를 타고 떠나는 시골 여행!"
이라는 말 한 마디면 충분할 것 같다.
기차 역시 와카야마 지방의 특색을 살린 기차들로 꾸며져 있기에 이번엔 어떤 기차를 탈까? 기대하는 재미도 있었다. 타마역으로 갈 땐 하얗고 빨간 이치고 열차였다.
이치고 열차를 타고 내린 곳은 종점, 타마역이었다. 고양이 역장으로 유명하다는데 사실 고양이 역장이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름과는 달리 유리관 안에 갇혀있는 불쌍한 고양이로 보였다면 내가 너무 감성적일까? 덕분에 이 역에는 역장이 없다. 다만 고양이 역장을 테마로 한 역이기 때문에 고양이 '타마'를 테마로 한 카페, 팬시 용품 등이 있다. 온통 고양이가 가득하기 때문에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는다면 아마 충분히 행복한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사실 타마 역장님 보다 좋았던 건, 오랜만에 보는 기찻길이었다.
이렇게 온종일 기차를 타고 기차역 다운 기차역과 기찻길을 보는 게 얼마만일까?
와카야마 여행을 다녀온 뒤 여전히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과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기찻길이 쭉 놓인 그런 기차역의 풍경을 사랑하게 되었다.
기차가 들어오기 전에 들리는 커다란 경고음도
기차가 들어설 때는 기다리라는 표시도
기차가 다니지 않는 시간의 기찻길도
정해진 시간이면 어김없이 역으로 기차가 들어오는 모습도
와카야마 여행을 하며 기차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게다가 와카야마는 오랜 집들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이기 때문에 고즈넉한 시골 느낌도 잔뜩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오사카 여행을 계획했던 나의 첫날의 와카야마 여행은 나에게 있어 충분히 기념할 만한 하루였다.
와카야마 여행은 나의 여행에 있어 터닝 포인트와도 같은 여행이었다.
어떤 여행을 하고 싶다기보다 그저 떠나기에 급급했던, 무얼 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지도 알 수 없었고 그저 떠나기 바빴으며 여행책자와 블로그에 의지해 여행하기 바빴던 내게 조금은 다른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여행이었다. 와카야마 여행을 하며 사실 많은 것을 보지 못한 체 하루가 흘러갔다.
그럼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던 건 왜 그랬을까?
정해진 시간에 맞춰 기차를 타지 못해도, 타마역이 아니면 볼 게 없다던 타마역 주변은 그야말로 나에게는 가슴 두근거리는 여행지였으며 그렇게 보고 싶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사진을 찍고 생각하는 그런 행복한 시간이 주어졌던 여행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
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런 여행이라고 해서 기차여행? 시골여행? 은 아니었다. 그런 테마가 아닌
나만의 여행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여유를 갖는 것 그리고 조급해하지 않는 것
그렇게 여행의 취향을 돌아보니 나는 여행을 떠나 목적지까지 가는 것보다 목적지를 향해 가며 만나는 것들을 통해 더 큰 행복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그동안은 알지 못했던 '나의 여행'에 대해 하나, 둘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 와카야마에서 보낸 단 하루의 여행은 나에게 있어 충분히 기념할 만한 하루였다.
언제 또 타러 갈 수 있을까, 고양이 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