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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Feb 26. 2022

[10줄 문학] 내 상사는 영감님

2022년 2월 21일 ~ 2월 25일

1. 내 상사는 영감님


웹소설의 세계에는 '지름작'이라는 표현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그 분'이 오셔서, 전혀 계획도 없이 무작정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인생 첫 웹소설 연재도 바로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번개처럼 찾아 온 영감님. 그것에 덥석 발목이 잡혀서 이 미친 연재 노동자의 세계로 빨려들어오고 말았다.


이제 작가로서 내 상사는 영감님이다. 문제는, 이 분이 언제 오실지 모른다는 거다. 그 덕에 세이브 원고가 없는 한 무명 웹소설 작가의 생활 패턴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그래도, 한번 성심성의껏 상사의 비위를 맞춰보련다. 시작은 지름이었지만 그 끝은 완결이리라!




2. 성실함이 우리를 구할 거야


평소 변덕이 죽끓듯 하지만, 그래도 하나를 시작하면 계속해서 하는 편이다.


10줄 문학 이것도 계속 쓰다 보니까 매우 부담이 되지만 이렇게 꾸역꾸역 쓰고 있지 않나.


팔로워도 안 늘어나고, 내가 이걸 왜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래도 이걸 먼저 써놓지 않으면 그 날은 하루종일 화장실에 가지 못한 것처럼 너무 찝찝하다.


올해 내가 시작한 것 중 성과가 난 건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매일 부담을 내려놓고 딱 10줄만 쓰는 훈련을 하지 않았다면 난 결코 단편 소설을 쓰지도, 일 5천자의 분량을 써야 하는 웹소설 연재를 감히 시작할 용기를 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글 쓰는 속도도 꾸준히 빨라지고 있다.


그러니 나는 계속 쓸 것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좋아요가 눌리든 안 눌리든, 출판사에서 봐주든 안 봐주든.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구할 건 바로 이 꾸준함일테니까.




3. 혼밥의 서러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들어가니 거의 만석이었다.


나는 구석에 먼저 자리를 잡았고, 내가 들어오고 거의 동시에  2인 손님이 들어왔다.


그러자 직원이 내게 다가와 자리를 옮겨줄 수 없겠냐고 물었다.


다른 자리를 보니 바 테이블의 한가운데 쪽,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앉아야 하는 자리였던 데다가 칸막이도 없었다.


'저 그냥 여기에 앉을게요' 했더니 종업원과 식당 안의 사람들이 나를 흘끔거렸다.


내가 비켜주면 다 같이 앉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아마 나는 거기서 공공의 적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혼자라고 해서 꼭 좁고 불편한 자리에 끼어서 밥을 먹어야 할까?


혼자인 나의 점심시간도, 두 사람인 그들의 점심시간도 똑같이 소중한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내 주문을 누락시켰고, 나 이후에 들어온 2인 손님의 식사가 더 먼저 나왔다.


나는 이후로 10분을 넘게 더 기다려야 했고, 다시는 그 식당에 가지 않을 것이다.




4. 반인분 식당


음식물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


일단 식당에서 나오는 1인분 음식의 양이 너무 많다.


공기밥의 양이나 기본 반찬도 호불호에 따라 꼭 잔반이 발생한다.


어떨 때는 기본 반찬이 아예 없거나 리필할 때마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 일본식 식당이 더 마음이 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처음부터 반인분만 주는 식당이 있으면 좋겠다.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은 푸짐해야 된다는 생각들이 있지만, 그래도 요즘 시대에는 딱 알맞게 식사를 끝냈을 때의 기분좋음을 제공하는 것도 식당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컨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반인분과 1인분 사이에 가격차가 얼마 안 난다고 해도, 나는 기꺼이 반인분에 값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마트에서 묶음판매가 아닌 개별판매하는 야채 값이 더욱 비싸지만, 잔뜩 사서 남기거나 상하게 만들기 싫은 마음에 굳이 개별 판매하는 야채를 사는 것처럼 말이다.


성장기가 아닌 이상에야 소식이 건강에 좋다고들 한다.


그러니 소식하는 이들을 위한 식당이 생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5. 악마의 시간


잠을 자려면 아주 빨리 자야 한다.


보통 나의 경우 그 기준은 12시 30분 정도이다.


12시 30분을 놓치면, 다음에 잠에 들 수 있는 시간은 2시이다. 


그러나 2시까지 잠을 자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그 때부터는 기약 없는 불면이 몰려온다. 


특히, 2시는 아주 악마의 시간이다. 


2시부터는 오히려 정신이 말똥해지며, 이전까지 잠을 잤다면 하지 않았을 나쁜 생각들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 스스로가 한심해지기도 하고, 앞날이 두려워지기도 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나쁜 일을 상상하며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못 자기도 한다. 


몇 번을 반복해도 벗어날 수 없는 윤회 지옥처럼, 매일 그 짓을 반복하다보면 탈이 안 날수가 없다. 


일찍 자는 것이 건강에 최고라고 하는 이유는 아마도 새벽 2시의 이런 끔찍한 셀프 상영회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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