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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Apr 02. 2022

[10줄 문학] 개구리를 한번 잡솨보세요

2022년 3월 28일 ~ 4월 1일

1. 개구리를 한번 잡솨보세요.


Eat the Frog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그 유명한 마크 트웨인의 말로, 개구리를 먹는 것이 당신의 일과 중에 있다면, 그것을 제일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개구리를 먹지 않는다면, 결국 당신은 하루 중 언젠가 개구리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을 것이 아닌가.


여기서 개구리는 당신이 꼭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상징한다.


나의 개구리는 무척이나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내 자존감을 낮추고, 힘들게 하는 글쓰기나, 생존을 위해 마지못해 하는 최소한의 운동같은 것이지만.


그렇지만, 마크 트웨인도 간과한 게 있다.


개구리, 그 중에서도 다리는 의외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맛이 있다.


그러니까, 내가 마크 트웨인이라면 eat the frog first! 라는 강압적인 명령문보다는 이렇게 청유하는 문장을 쓸 것 같다.


눈 질끈 감고 일단 한번 잡솨봐. 일단 해치우고 나면 몸에도 좋다니까.





2. 괴로울 땐 별들에게 물어봐.


미래가 꽉 막힌 듯한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점성술사에게 내 운명을 물어보았다.


내가 목적했던 질문은 단 하나였다.


"저에게 창작자로서의 가능성이 있을까요?"


돌아온 대답은 애매했다. 창작자로 나갈수도 있지만, 본인이 직접 컨텐츠를 제작하는 것보다는 관련 회사에 다니면서 컨텐츠 제작이나 중개나 판매 쪽에 종사하는 게 낫다고 했다.


정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일생의 하나 마스터피스를 터뜨릴 타입이 아니라 평생 다작하며 살 타입이니 일단 무조건 성실히 쓰라고 했다.


나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다 한 작품이 대박나서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차기작 작업에 임하는 작가들을 보면 덜컥 겁이 났었으니까.


뭐 하나 대박칠 운명은 아니지만, 다작하면 잔잔바리 중소박이 쌓여 결국 돈은 되는 스타일.


어쩌면 그 어중간함이야말로 나의 스케일에 진정 걸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3. 금고


금고는 아버지의 방에 있었다. 그것은 오직 아버지의 지문으로만 열 수 있었다.


"대체 저 금고에는 뭐가 들어있어?"


그녀가 가끔 궁금하다는 듯 그렇게 물으면, 아버지는 대답없이 코웃음만 쳤다.


그녀가 아버지의 금고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금고의 바닥에는 덩그러니 편지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편지봉투를 열어 보았다.


거기엔 아이가 아플 때 따라야 할 지침과, 평소 아이를 돌볼 때 필요한 사항들이 편지지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꼭 숙제 물어보고, 준비물은 꼭 챙겨주어 기죽지 않도록 할 것.'


아이의 이름은 그녀의 이름이었고, 그 종이는 정확히 그녀의 나이만큼 낡아 있었다.





4. 선팔



우아한 형제들의 장인성 상무님은 <마케터의 일>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사람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사내에서 인간관계를 잘 하고 싶다면,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 된다고 했다.


살아보면 정말 그게 맞는 말 같다.


변방의 비루한 계정이지만, 가끔 내 계정에도 선팔이 들어온다.


조용한 알림창에 누군가의 선팔 알림이 뜨면, 나는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온 몸이 말랑해진다.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기도 전에 그 사람을 이미 좋아하고 있다.


그것이 김프재정거래 이지성이나 부업으로 돈번다는 XX맘들이 아닌 이상에야.


특히 10줄 문학 계정을 팔로해주시는 분들은 내가 가진 거의 8개 이상 되는 SNS계정 중 최고의 VIP로 모십니다. 어떻게 보면 여러분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저에 대해 제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분들이세요.





5. 기회는 변장을 하고 온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만이 잡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노력한다.


그러나, 가끔은 그 기회라는 것이 꼭 내가 생각하는 방향에서, 내가 기대한 모습으로 오지 않을 때가 많다.


마치 동화 속 요정들이 노파나 거지로 변장을 하고 주인공 앞에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기회들로 인하여, 오히려 내 생각과 시야가 트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때로는 눈앞에 닥친 기회가 내가 생각했던 방향이 아니라서 긴가민가 하더라도 일단은 잡고 봐야 한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몇 없는 앞머리를 봤을 때 확 낚아채지 않으면, 그의 맨들한 대머리 뒷통수만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서있어야 할 것이다.


기회는 변장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을 기억하기에, 그런 사람들에게는 다시 비슷한 기출문제 스타일로는 등장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평소에 부지런히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며 열심히 떡밥을 뿌려놓기는 해야 한다.


기회도 유혹에 약하니까.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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