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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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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Apr 09. 2022

[10줄 문학] 단팥빵을 먹으면 어른이 된다

2022년 4월 4일 ~ 4월 8일

1. 어떻게든 가능.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있었다.


나는 그녀를 꽤 좋아했다. 내겐 없는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취업이 안되서 죽상을 하고 있으면 뭘 그런 거 가지고 고민하냐는 듯 이렇게 말하곤 했다.


"취업을 왜 해?

돈은 필요하면 어떻게든 벌 수 있어. 그냥 하고 싶은 거 해."


10년 전의 나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퇴사한 지금은 좀 알 것 같다.


신기하게도, 정말로 매달 돈은 어떻게든 근근히 벌어진다. 


나의 후배는 아직도 여전히 직장이 없지만, 돈은 어떻게든 벌면서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시를 쓰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




2. 단팥빵을 먹으면 어른이 된다


팥은 좋아하지만, 팥으로 만든 음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단팥빵이라든지, 붕어빵이라든지, 앙버터같은 것.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런 호불호에 대해서 쉽사리 말할 수가 없다.


대개 그런 팥음식들은 호의를 가장하여 내 손에 들어온다.


선물이나 답례와 같은 형태로 말이다.


예전에는 도저히 그것들을 먹지 못해서, 남을 주거나 냉동실에 넣고 썩히곤 했다.


그러나 요즘 나는 그냥 눈 한번 딱 감고, 단팥빵이든 뭐든 일단 입에 넣는다.


참 맛있네요, 하면서.


나도 이제 어른이니까. 남들이 좋아하지만, 나는 좋아하지 않는 단팥빵 정도는 먹을 수 있어야지.




3. 어쩌면 관종일지도 몰라


코로나가 정말로, 정말로 바로 코앞까지 왔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나는 슈퍼 면역자인 것 같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전부 다 걸리고 있다.


그런 걸 보면, 역시 인생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므로 함부로 단정지으면 안된다.


요즘의 코로나19 감염 양상을 보면 코로나는 관종 기질도 좀 있는 것 같고, 볼드모트의 속성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다.


"나 무증상으로 앓고 지나갔나봐."

"나는 슈퍼 면역자인가봐."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은 기억해 두었다가 반드시 찾아가는 것 같다.


그러니 자만하지 말고, 자신하지도 말고.


그저 기본으로 돌아가서 손 열심히 씻고 마스크를 꼬박꼬박 잘 쓰시길.


심지어 한번 걸렸던 사람도 다시 걸리는 마당에, 내가 슈퍼 면역자이길 바라는 것 자체가 오만이다.




4. 초강력 소원팔찌


몇 년 전, 길거리 노점에서 소원 팔찌를 하나 샀다. 늘 손목에 차고 있다가, 끊어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매듭 팔찌였다.


당시 옆에 있던 친구는 내가 고른 팔찌를 슥 보고는 말했다.


"너 진짜 그거 살거야? 완전 튼튼해 보이는데?"

"나는 클라이밍도 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러나 이건 정말 미스릴로 만든 강철 팔찌였다.


3년 동안 매일 하고 다니는데 아직도 끊어지지 않았다.


왁스를 얼마나 빡빡하게 먹였던지 꽉 조이면 손목이 아플 정도였던 이 팔찌도 그래도 조금은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앞으로도 10년 정도는 너끈히 더 버틸 것 같다.


역시 소원을 이룬다는 건 쉽지 않은 걸까?




5. Space


트위터 스페이스는 진짜 이름 하나는 잘 지은 것 같다.


트위터 스페이스를 할 때는 다른 걸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공간의 지배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트위터 세상에서 이 스페이스를 잘 다룬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친목과 팔로우, 소통, 정보 교류 등은 스페이스 팸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문제는 나도 트위터리안으로서 당연히 장르 별로 여러 개의 계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장르에서 동시에 스페이스가 열릴 땐 솔직히 폰, 태블릿, PC 다 동원해서 멀티를 뛴 적도 있다.....


그러다보니 피곤해서 요새는 잘 안 들어가는데, 어제는 내 트위터 계정중 하나로 이런 DM이 왔다.


"왜 요즘 스페이스 안 들어와? 너랑 얘기하고 싶은데."


오프라인에서는 불러주는 이 없는 히키코모리인 내가, 트위터에서는 '오늘은 어느 캐릭터로 놀러가지' 고민하는 인싸의 삶을 살고 있다니.....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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