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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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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나 Jun 25. 2022

[10줄 문학] 갓작을 찾아서

2022년 6월 20일 ~ 6월 24일 


1. 조금 곤란할 지도


첫 회사를 퇴사할 때 누가 나에게 '왜 일하냐'고 물었다.


난 내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누가 알아줬으면 좋겠어서 매일 꾸역꾸역 회사에 나간다고 답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겨 쓰러지거나 했을 때 누가 '엇 걔 왜 안옴?' 하고 찾는 상황을 만들어 놔야... 시체가 백골이 된 다음에 발견되는 일이 없을 것 아닌가.


그리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천성이 불성실하므로 누군가 나를 꼭 봐줘야만 성실하게 살 것 같았다. 허영심으로 일하는 스타일이었으니까.


근데 지금 난 혼자서도 성실하게 (돈은 안되지만) 일을 매우 잘하고 있다. 지금 연재중인 소설들로 말할 것 같으면 업로드 일을 한번도 어긴 적이 없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나 혼자 잘 지내버리는 것은 역시 좀 곤란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래서 학원이라도 등록한다.


웹툰학원은 시간 내 안오면 전화해주더라...





2. 갓작을 찾아서


최근 어릴 때 재미있게 봤지만 소장하지 않고 있는 만화책들을 모으고 있다.


내가 보고싶어하는 만화들은 대부분 90년대 연재작이라 디지털화도 되어 있지 않다. 개중에 몇 작품은 일부 권들만 소장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심심할 때마다 중고서점의 바다를 헤맨다. 그러다 얼마 전에는 권당 3500원 하는 3권짜리 만화 완결 세트가 7만원인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래도 추억에 발목잡힌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웬만한 건 그래도 이제 다 모았지만, <다이어트 고고> 전권 세트는 재고 부족으로 취소당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예전에 존버하여 한 BL작가님의 동인지를 나온지 10년이 넘은 시점에 권당 4만원에 구매한 적도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갓작을 다시 만나 소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 써야 해



곽재식 작가는 말했다. 글이 잘 써지는 분위기를 타기 위해서는 일단 앞문장 5개 정도를 적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가 일단 타이틀만 정하고 10줄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써보는 이 계정의 글쓰기 포맷을 거의 1년째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뭐가 됐든 일단 손가락을 놀려 보기.


이런 나의 글쓰기 방식은 마치 어린 시절에 봤던 게임 스타 크래프트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사방이 온통 어두운 가운데, 미네랄을 채취하기 위해 나아가다 보면 조금씩 근방이 밝아지며 숨겨져 있던 모습이 드러난다.


이 지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쪽에 내가 찾은 미네랄이 있는지 그 실체를 알려면 무조건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그러니까, 무조건 써야 하는 것이다.


어둠 속을 밝히며 쓰고 쓰는 와중에 어느덧 하루 1만자를 쓰는 것 정도는 거뜬해졌다. 계속해서 써야 하는 숙명 속에서 또 오늘의 첫 문장을 시작한다.




4. 위대한 여에스더


1년 만에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는 내 잇몸은 분수처럼 피를 쏟아냈다.


의사는 내 잇몸 상태와, X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대로라면 곧 잇몸이 내려앉을지도 몰라요."


잇몸에서 피를 쏟으며 나는 생각했다. 스케일링을 할 때마다 피를 쏟아서 기피를 해서 잇몸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인가, 아니면 잇몸이 안 좋아서 스케일링을 할 때마다 피가 나니까 기피를 하게 되는 것인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에 버금가는 세기의 난제 아닌가.


퉁퉁 부은 얼얼한 잇몸으로 치과를 나서며 나는 잇몸을 개선하기로 마음 먹었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잇몸에 좋다는 영양제부터 검색해 보았다.


여에스더 박사의 잇몸 영양제가 사진과 함께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었다.


잇몸 영양제마저... 그녀는 진정 이 나라의 영양제 대통령이 아닐까.





5. 교통카드 없는 하루


카드를 가게에 놓고 왔다. 바로 찾으러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 하루 동안 그 카드 없이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문제는 그 카드가 내가 가진 카드 중 유일하게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카드였다는 것이다.


그냥 대충 일회용 교통카드를 뽑아 쓰면 될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결제 단계에서 막혀버렸다. 일회용 교통카드는 놀랍게도 무조건 현금 결제만 가능했다.


결국 나는 현금을 찾기 위해 ATM기까지 되돌아가야 했다. 하필 비까지 와서 고난은 계속되었다.


사실 교통카드 없이 서울 다녀오는 건 일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하철과 버스 사이 환승이 안되는 것도 생각보다 꽤나 불편했다.


빗속의 사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제서야 '그냥 편의점에서 T머니를 샀으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지독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애써 외면했다.




10줄 문학 (Instagram) : @10lines.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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