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서울 집으로 돌아왔다.
20대 초반에 만났던 남자친구는 나에게 삶의 가치를 물은 적이 있다. ‘가족, 사랑, 일, 건강, 돈’ 이들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느냐고.
평범했지만 꿈 많고 목표지향적이었던 나는 일을 최우선 순위로 말했고, 언제나 목표가 높았고 욕심 많던 그는 의외로 가족과 사랑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그때 나는 피식거리며 시시하다고 웃었다.
나는 내가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에 힘을 더 쏟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이 나만을 위함이 아니고,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선택지라고 믿었다. 대의를 위한 희생은 불가피하니 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고 기다려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결국은 나를 위한 선택을 했다.
이 태도와 가치가 나의 20대와 30대를 관통했다.
나는 아프고도 멈추지 못했고, 부모님이 아프기까지 하니 나는 그제야 삶을 방향과 속도를 조정해야 하는구나 깨닫는다. 그리고 20살에 내게 질문을 해준 그분이 나를 붙들고 했던 이야기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지난 두어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내 계획을 벗어나고 서울을 벗어난 삶은 어려웠지만 어려움 가운데도 길은 있었다. 종종 말하곤 했던 소외지역, 소외계층, 사각지대의 곤란하고 난처한 상황들에 대해 더 깊게 생각했다. 그리고 효율과 성과로 비할 수 없는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사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효율과 편리함이 늘 모두를 위함도 아니었다. 가족, 건강, 사랑, 감사 같은 일상도 모두에게 영원하지 않으니 시간과 애정을 쏟아 내 마음속 튼튼한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이 힘으로 많은 이들을 돕고 또 살펴야 한다는 것. 그런 가치를 쫓아 살고 싶다.
그간 나는 그저 세상의 가장 중심에만 서고 싶었는데, 그 보다 가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배운 것이 지난 두 달간의 선물이었다.
나를 위해 기도해 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어찌 갚으며 살아야 하나.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일상을 잘 살아낼 수 있을지 떨림과 불안한 마음에도 언제나 그랬듯 잘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말이다.
8월의 첫날이다.
맹렬하게 뿜어내는 이 여름의 더위에도 모두 건강 유의하시고, 각자의 소중한 것들에도 마음을 나누시길.
사랑을 담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