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0(화)
1. 인생
퇴근을 하고 본가에 내려가려고 버스터미널에 갔다. 시간이 정말 간당간당했는데, 1분 차로 나는 버스를 놓쳤다. 처음부터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탈 수 있을 거라는 교만… 뛰어가고 있는데 버스는 멀리 떠나고 있었다.
인생이란… 겸손하게 살아야 하거늘…
버스 떠나고 손 흔들지 말자…
2. 고마워
나의 꿈과 목표를 지지해주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너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멋지다, 응원해!’ 정도의 반응이다. 나는 내 생각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치우침은 없는지, 건강한 비판을 통해 내가 성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의 의견을 듣고 싶은데, 그럴 친구가 없다.
그런 나에게 대학원 친구는 특별하다. 나를 비난하던 그 사람의 마음을 돌려놓은 요즘, 내가 지금까지 꿈꾸는 일들이 실현 가능하겠다. 잘 가고 있구나 힘이 된다.
지난 3-4년간 수 없이 싸우고, 수없이 논쟁을 벌였는데. 마음이 상할 때도 많았고, 눈물을 쏟을 때도 있었고, 욕을 하기도 했었다. 지난한 시간을 보낸 후에 상대가 하는 말을 알아듣게 되었고, 상대를 이해하게 된 것이 기쁘다.
점심시간 짬을 내어 깊은 이야기를 쏟아냈고, 그 덕에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고마워 친구야.
폼나게 마시고 개같이 일하자던 너의 말은 다소 당황스러웠으나 맥락은 이해하니 그렇게 살자. 파이팅.
3. 드렁큰타이거와 리쌍
내 음악 취향의 스펙트럼은 얕지만 넓은 편이다. 포크에서부터 재즈 락 댄스 뮤직 올드팝 뮤지컬 클래식 등등 가리지 않고 좋은 음악을 찾아듣는다. 음악적 깊이는 없어도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며칠 전 라디오를 듣다가 우연히 드렁큰 타이거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니, 이것은!
내 20대 초반을 함께해준 마약과도 같은 힙합 뮤직 아닌가! 그때부터 드렁큰 타이거와 리쌍의 음악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거침없던 내 모습을 추억하는 건지, 음악을 즐기는 건지. 아무렴 어떤가. 흥이 나고 신이 나고 에너지가 차오르는데!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것 같단 말이지.
30대의 골골 일개미를 단번에 에너지 넘치는 20대로 바꾸어 놓다니. 음악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4. 내 갈길 간다
너무 바쁘다. 하필 한여름 코로나가 가장 심한 이 시국에 이건희 컬렉션 공개 일정이 겹쳤다. 일을 하면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직원들의 안전 보다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일 때문에 엄한 누군가가 피해를 입을까 봐. 당장 먹고사는, 살고 죽는 일이 아니라면 공개 일정을 조금이라도 미뤘으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미술관 이용에 제한은 없이 쉼을 위해 미술관을 찾되, 유행처럼 이 전시를 보겠다는 사람이 몰리는 일은 막았어야 한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만큼 미루기는 쉽지 않지만, 모든 국민이 자발적으로 자유를 반납하며 마음을 모으고 있는 이때, 이 고비를 넘기고 좀 더 개운한 마음으로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일을 보면 나는 문화예술은 우리의 삶과 너무 동떨어졌다고 생각이 들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만큼 기득권/수도권에 대한 이기심을 마주하며, 문화예술계의 생태는 언제나 그랬듯 이기적이며 관료적이다.라는 결론에 약간 화가 났다. 아마도 내가 지방의 소도시 출신이라 그런가 보다.
이 이야기는 말이 아닌 글로 풀어내야겠다. 복잡한 머릿속을 차분히 하고,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접근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