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수화시학>展
나는 김환기 선생님의 작품을 늘 전시회 준비나, 경매가 신기록 경신 등의 주요 이슈를 설명하고 전달하던 “일”만 했다. 그래서 내 마음속 한켠에는 분주함만 있었지 작가의 작품을 깊이 감상하고 그의 삶과 작품의 과정들을 이해할 시간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된 시간과 인원이 전시장에 입장했고, 사진 촬영도 금지라 나는 오랜 시간을 조용히 작품을 마주할 수 있었다.
50년대 그의 작품은 ‘항아리’,’ 달’,’ 산월’과 같은 한국적 정서로 화면을 가득한 채웠고, 두꺼운 유화물감을 투박하게 표현했다.
60년대에는 구상에서 좀 더 추상화되어가며 산, 나무, 강으로 단순화하며 기호화한 이미지의 반복과 변주, 병렬을 이어간다. 대부분 종이에 채색을 하며 한국의 오방색을 접목하여 화면도 한층 밝고 가벼워졌다.
70년대로 가면서 그의 작품은 절정기로 다다르고, 수십 년간의 고민을 함축해낸다. 점면점화를 통해 작가의 세계관을 완성시킨다. 무한한 차원의 공간에서 그가 떠올린 오감과 심상을 자연의 흐름처럼 형상화했다.
전시를 보는 내내 깊은 울림과 감동이 있었다. 작가의 치열한 고민과 열정이 전시장에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로스코 채플을 뛰어넘는 공간이고 전시였다.
2시간가량 전시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나는 우리나라에 김환기라는 작가가 있어서 너무 기뻤고 자랑스러웠다.
예술에서 블루는 우울을 상징한다. 코로나’블루’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하지만 김환기가 보여준 푸른빛의 작품들은 우울한 이 시대에 희망과 소망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코로나로 우울하다면 전시장에 들러보시길. 예술이 주는 아름다움을 감상하다 보면 충만한 감동은 선물로 받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