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미술사업의 예시가 나오기를
대부분의 기업은 그간 미술(전시)을 소비성경비로 치부했다. 메세나의 일종으로, 마케팅의 일환으로, 대표자의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미술전시를 열거나 작품을 사거나 작가를 후원하는 일을 했다.
약간의 돈을 들여 예술이 주는 어나더 레벨의 품격을 갖고 싶을 때 하는 일들이며, 별 기대 없이 했다가 첫 전시에 생각지도 못한 흥행(?)을 하게 되면 갤러리 사업을 하겠다고 발 벗고 뛰어드는 수많은 사람들을 봤다.
그분들 입장에서 미술전 시라는 게 적당한 공간에 하얀 벽을 세우고 대충 작품 몇 점을 걸면 되는 쉬운 일로 생각하니, 대충 몇 명의 사람을 각출하여 부서를 만들거나 적당히 일을 시작한다.
그렇게 몇 번의 전시(?)를 끝내고 난 후에는 처음과 달리 뜻대로 되지 않고 본전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미술전시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 일인 데다 생각보다 작품 판매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금세 사업을 접는다.
사실 기업의 제1 목표는 수익창출인데,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는 일은 지당한 수순이다.
그간 기업이 바라보는 미술사업은 전시에 한정되어 있었다. 돈 먹는 하마 즉, 소비성 경비로 취급되다 보니 회사가 안정적일 때는 지원이 되지만 불경기를 만날 때 소리 소문 없이 가장 먼저 정리되는 일이 바로 미술전시였다.
20살 때부터 그런 궁금증을 안고 공부했다.
'미술을 사업으로 확장할 때 전시회가 아닌 일은 무엇이 있을까?'
'미술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수익모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최근 모 기업의 대표님과 그 기업에서 운영하는 갤러리에 디렉터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미술사업은 포크레인 삽으로 모래를 퍼 나르는 일이 아니라, 핀셋으로 하나하나 모래알을 옮기는 일이라고.
'드디어 저를 이해해 주시는 분을 만났네요!'
작가에 따라, 장르에 따라,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정치상황에 따라,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른 분야에 비해 훨씬 민감하고 세밀하게 변하는 시장이 바로 미술계이다.
그랬던 미술계가 현재는 여러 형태와 모습으로 미술을 사업화하고 있다. 유무형의 이익을 바라보면서.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하는데 미술계도 다양한 사례들로 발전을 더해가는 사실이 내심 뿌듯하다.
이렇게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밝은 눈 안과'라는 병원의 미술사업 예시 때문이다.
예술계를 바라보며 작가에게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지속적인 작가 발굴을 하고 끊임없이 전시를 선보인다. 또한 병원의 정체성과도 잘 맞는 안과 질환으로 온 환자들에게 시각 예술을 선보이며 희망을 전하는 모습이 작품 판매라는 유형의 이익 외에 무형의 이익과 자산을 쌓아가고 있음에 응원을 하고 싶다.
전시가 병원의 주요 사업모델은 아니지만 기타 다른 안과 병원과 차별화를 이뤄낸 점, 안과 병원의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한 분야의 예술을 다루는 안목, 비전을 가지고 단발성 행사가 아닌 장기적 투자와 기부를 하는 점 등 명확한 방향성이 있다. 이를 통해 사회환원과 같은 연쇄적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으니 미술계에도, 사회에도 앞으로도 오래도록 선한 영향력을 펼치길 바란다.
더 다양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위해서,
더 다양한 미술 사업의 확장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