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사색과 디테일

최민화 <Once upon a time>展

by 인생은 아름다워


내가 선호하지 않는 장르의 그림이 있다.


구상과 비구상을 가리지 않고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알록달록하며 과장된 작품과 작가도 설명하지 못하는 맥락 없는 추상화,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적이기만 한 작품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류가 아니다. 그저 눈요기 정도는 할지언정 오래 머물며 작가가 누군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호기심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최민화 작가도 내게는 크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가가 아니었다. 우선 민중미술이라는 장르적 편견 때문이다. 이 편견을 가지게 한 것은 작년 국현에서 기획한 ‘광장’展때문이었는데, 예술을 정치적 도구화한 일이 굉장히 실망스러웠고, 그 파장이 내게는 꽤 충격적이았기에 민중미술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몸소리가 쳐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대갤러리의 안목을 믿고 (별 기대없이) 전시를 봤다. 종교화라 더더욱 흥미 없이 빠르게 전시를 둘러보다가 작가의 디테일에 굉장히 놀랐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종교적 스토리, 종교화라고 보기 어려운 서정적인 색감, 무엇보다 작가의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고찰과 작가로서의 완벽한 테크닉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감동적이었다.

작가로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20년간 작품을 진일보하는 그 끈기가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였다. 편견에 가득 찬 오만방자한 젊은이를 일순간 부끄럽게 한 대가의 연륜에 전시장을 떠나기 싫었던 전시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술도 산업이 되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