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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아름다워 Apr 18. 2022

퇴근길 광화문


여전히 미련이 남는 언론인의 꿈.


내가 초등학생 때는 ‘20대 여대생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대학생이 가장 닮고 싶은 여성’과 같은 설문조사를 하곤 했다. 지성인의 상아탑이라는 명문대생들이 존경하는 인물이 누군지를 통해 선호하는 직업군도 알게 되고, 1위에 오른 인물을 통해 그 해 지성인의 대표 격이 되기도 한 의미 있는 설문 조사였던 것 같다.


그때 여대생이 가장 닮고 싶은 여성은 앵커, 기자와 같은 언론인이 많았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흔하지 않았던 때기도 하고,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성은 언론인 정도였으니까…?!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내 눈에 9시 KBS 뉴스의 아나운서는 확실히 지적임 그 자체였고, 그 후 리포팅을 하는 방송기자들 중에도 여성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당당하고 날카로운 시선이 늘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치인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기사 등 나는 어릴 적부터 그렇게 언론인에 대한 동경을 갖고 컸다.


그러던 내가 20살이 되기 직전 문화부의 여성 기자님이 쓴 책을 통해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다. 사회의 부조리를 끄집어내지 않아도 날카로운 시선과 다양한 이슈를 다룰 줄 아는 안목이 ‘지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기자님이 생기게 되면서 나는 신문 읽는 일에 훨씬 집중했고, 그 덕에 방송기자에서 신문기자로, PD로 (보도국 피디님과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로) 언론인 전반에 대해서 큰 호기심과 동경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광화문을 좋아한다.

여러 언론사가 위치한 곳, 서울의 중심, 한국 이슈의 중심, 지성인의 집결지…  나에게 광화문은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열정과 에너지가 응축된 이곳에 있으면 나도 덩달아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동기부여가 되어서랄까…?


물론 요즘 기자들은 예전 같지 않다. 기자라는 직업적 존경심도 거의 바닥에 떨어졌으며,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지성인보다는 대중성을 택하는 쪽으로 언론인의 모습이 변질되어 나도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일간지 기자, 방송 기자님들이 좋다. 사회의 흐름을 이끌기도 하고, 다양한 이슈를 전달하는 모습은 나에게 언제나 ‘멋’ 그 자체다.


퇴근길 가끔 광화문의 언론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긴다. 후회, 아쉬움과 같은 약간의 미련을 더하기도 하면서 약간의 안도감도 함께. 주말에 못 쉬는 건 기자나 큐레이터나 같은 거 아니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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