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로랩 미디어아트 속으로
이함캠퍼스의 개관전은 미디어 아트였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이함은 왜 첫 전시에 미디어 아트라는 장르를 선택했는지 다소 의아했다. 미디어아트는 자칫 현대미술이라기보다 체험형 전시처럼 소비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선 후에 나는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느꼈다. 두양 문화재단 오황택 이사장님의 지론처럼 "유명하다고 해서 다 좋은 예술은 아니며, 선입견 없이 맨눈으로 봐서 좋은 작품이 내게 좋은 작품”이라는 말에 적합한 아티스트였달까?
사일로랩은 공학, 디자인, 영상을 베이스로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모여 설립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랩(Interactive Media Art Lab)으로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소통하고 익숙했던 시공간을 새로운 공감각으로 해석해 현실에서도 가상공간을 연출해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기존의 단순 관람에 그치는 일방향성 콘텐츠에서 참여 중심의 실시간, 양방향 콘텐츠로 콘텐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계획이 전시장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동안 넷플릭스, 나이키, 현대백화점, 롯데월드타워 등 굵직한 파트너사와 협업했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ACC재단)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에서 미디어 아트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미디어아트에 확실히 선도적인 역량을 나타내는 팀들이 많다. 그리고 각자의 개성과 표현방식 기술력에도 각각의 색깔이 뚜렷한 것이 큰 강점인데 사일로랩의 이번 전시도 그들만의 정체성과 이함이 추구하는 미래비전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작품은 공간과 빛과 소리 그리고 향으로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나는 전시 공간 속에서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실제로 작품이 아름다웠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삶을 돌아보고, 명상과 묵상에 잠기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인생의 여정들을 떠올리게 한 시간이었달까? 정말로 '이 순간, 이 장소'에서 작품과 교감하는 기분이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나는 작품 전반에 성경적인 코드가 녹아져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작품명도 독특했는데
잔별-무한한 우주 속 쏟아니는 은하수,
해무-물안개 자욱한 망망대해를 가르는 이정표,
채운-수평선 위로 차오르는 시간의 색깔,
칠흑-칠흑같은 바다 속으로 흩어지는 메아리,
파동-마음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감정과 기억,
찬별 윤슬-찬란한 별과 잔물결이 수 놓아진 밤. 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공간을 이동하며 미술관 전체를 돌아다니며 전시를 관람하는 형식이다. 다소 동선이 복잡하다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덕에 단조롭지 않아서 재밌었다. 전시장에서 우연히 사일로랩의 이영호 대표님도 만나 인사를 나눴는데, 원래 커머셜 한 것들을 더 많이 했다며 웃으셨는데 앞으로 그들이 보여줄 이야기가 기대되었다. 한국 미술계에 새로운 돌풍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나도 그들처럼 다른 방식의 길을 가야지 다짐한 시간이었다.
전시는 2023년 6월 30일까지이니 시간을 내어 꼭 가보시기를.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은 성인 15,000원으로 네이버와 현장 예매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