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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상을 담는 미술

Pace Gallery _ 아드리안 게니 개인전

by 인생은 아름다워

시대상(時代相) : 어떤 시대의 되어 가는 모든 형편. 또는 한 시대의 사회상. [네이버 국어사전 참고]


사람들로부터 어떤 작가가 좋은 작가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좋은 작가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다만, 나는 전시기획자이며 미술시장에 대한 평론을 기반으로 하는 전문 영역의 일을 하는 직업인의 특성상 작가 선정에 대한 기준을 필요로 한다.


당연히 기준 없이 작가를 선정하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가란 어떤 모습인가?라는 답에는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여러 항목이 있지만 그중 나는 “시대상을 읽어낼 줄 아는 작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대상’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일부 사람들은 정치적 색깔을 추궁하기도 하는데, 이는 지극히 편협된 사고라 생각한다. 시대상에 정치가 포함될 뿐, 정치가 모든 시대상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또한 시대상을 이야기하면 민중미술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것 또한 사고의 폭이 좁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왜 많은 한국 사람들은 시대상이라는 단어 앞에 경직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평범한 삶 속에 시대상이 담겨 있다. 음악과 문학과 영화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되는 것들이 미술이라는 장르 앞에서는 좀처럼 보기가 어렵다.


최근 본 전시 중에 단연 시대상을 가장 잘 담은 작가를 발견했다. 페이스갤러리에서 선보인 아드리안 게니. 이름도 낯선 이 작가는 루마니아 출신이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인물들을 묘사하고 있다. 핸드폰에 중독된 듯 보이거나 텔레비전에 정복된듯한 모습을 그린다.


목탄 드로잉을 통해 그리고 지우고 수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 작품 속에는 유명인사가 등장하기도 만화 캐릭터가 변형되어 있기도 한 유쾌하지만 묵직한 느낌이 있다. 작품을 보면서 오늘날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는 의식하지도 못했던 시대의 모습이 담겨있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작가의 창의력에 따라 이렇게 재밌게 표현하다니 너무 좋기도 했고 말이다.


아래 작가의 말을 보면서 시대상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있었으면 하여 옮겨본다. 나 또한 이 시대에 어떤 전시를 선보여야 하는지 무거운 마음으로 깊이 고민했다.


“지난 10년 동안 사람들이 새로운 몸짓과 습관이 생겼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아차렸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우리가 손을 사용하는 방식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늘 휴대폰을 지니고 있습니다. 수시로 확인하죠.


르네상스부터 바로크까지 고전 예술작품들을 살펴보면 당시 특유의 제스처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희와 기도하는 모습이죠. 저는 우리가 서서히 21세기 인류 특유의 몸짓과 습관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100년 뒤 지금의 모습을 살펴본다고 가정하면 명확할 것이고 그래서 이 특징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_ Adrian Ghe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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