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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미술과 디자인의 차이?!

나신영 개인전_자발적 고독

by 인생은 아름다워

순수예술과 디자인은 확연히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순수미술은 "작가"가 주체인 반면, 디자인은 "대중"이 주체이다. 즉 순수미술은 작가 선보이고자 하는 세계에 대중이 공감하여 따라오는 반면, 디자인은 "대중"이 원하는 바를 만들어 공감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근 2년간 미술시장의 급격한 팽창으로 어쩐지 순수미술과 디자인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같다. 예술을 소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차이를 인지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작가는 분명히 이 차이를 인지하고 경계해야 한다.


전업작가는 말 그대로 작품 판매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에 요즘 잘 팔리는 풍의 그림을 그리고 싶은 유혹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대중의 선호도에 끌려간다면 작가의 세계는 사라지고 유행에 따라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 짧은 수명의 작가로 전락할 뿐일 것이다. (오죽했으면 최근에 열린 모 아트페어는 귀여운 동물원이었다는 조롱이 나왔을까.)


작가가 뚝심을 가진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내가 처음 나신영 작가를 만났을 때가 그녀는 어린 나이었지만 작업에 대해 설명할 때 쭈뼛거리지도 주저하지도 않았다. 그 모습이 청년작가들에게서 보기 어려웠던 프로다움이었고 내 질문에 자신의 작업 세계를 담담하지만 신나게 설명하는 모습에 뭔지 모를 반짝거림을 느꼈다.


나는 그런 작가의 진지한 태도가 좋았다. 여기저기 사람이나 기회에 기웃거리지 않았고, 조급해하지도 않았으며 실력에서 나오는 자신감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나 다음 작업에 대한 기대로 본인의 세계관을 확장하려고 고민하는 모습이 좋았다.


뭐랄까?

내가 원석을 발견했구나!라는 확신이 느껴졌달까?! 그렇게 인연이 닿은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미술계의 여러 고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료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나신영 작가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동판화라는 장르의 낯섦도 나신영을 통해 그려지는 세계는 호기심으로 다가온다. 잘 팔리는 안전한 회화 장르가 아닌, 다양한 미술의 장르가 있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프로세계로의 첫 시작을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축하해주셨으면.


나신영의 "자발적 고독 展"은 8월 14일(일)까지, CICA 미술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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