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오랜만에 남편이랑 전화로 크게 다퉜다.
시작은 여느 부부의 싸움이 그러하듯 큰 이유가 아니었다. 작은 말다툼이 고조되다 결국엔 넌 말투가 이러니 저러니, 오빠는 다른 사람 말은 다 들어도 내 말만 안 듣는 다니 원초적인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오랜만에 전화기에 대고 언성을 높였다.
그렇게 내 말이 듣고 싶지 않으면 단물만 쏙쏙 빼가며 당신의 사업과 우리의 미래에 인생을 걸지 않은, 사실은 오빠가 어떻게 되든 말든 별 상관없는 그런 사람들만 만나 좋은 이야기만 실컷 들으면서 살라고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뒤 남편에게 몇 번의 전화가 더 왔지만 받지 않았다.
그렇게 밤이 되었고 우린 아직 화해하지 못했다.
월간부부 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면 이 시간에 우리는 집에서 만나 얼굴을 맞대고 낮에 있었던 말다툼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시간이 조금 지났고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니 대화는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갔을 거다. 혹은 어느 한쪽이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쯤 소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자고 밖으로 불렀을지도 모른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처럼 잠들기 전에는 이미 화해를 하고 같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서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 거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럴 수 없다.
300km 넘게 떨어져 있으니까.
우리는 미래를 위해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지금을 걸었다.
부부이기 전에 자아를 가진 한 명의 사람으로서 각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선택한 생활 방식이다. 이 방법을 택한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 어느 방면으로 생각해도 리스크가 적으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그러나 어디 감정이라는 게 그럴까. 오늘은 좋았다가 내일은 나쁘고, 어제는 먹구름이 가득하다가도 내일은 무지개가 핀다. 오락가락하는 감정 속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당연히.
월간부부 생활을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모두의 삶이 그러하듯 쉽지만은 않을 거다. 모든 인생의 목표가 그러하듯 분명하게 손에 잡힐 수도 없을 것이고 취준생 시절에 그러했듯 밝은 미래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다가도 어느 날은 안갯속처럼 뿌옇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거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과 방향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심할 거다. 그러다가 우리만의 삶의 방정식을 만들어 갈 거라고 믿는다.
그래도 오늘은 나도 화가 많이 았으니, 일단 화해는 내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