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

by 김슬기



임신 중에도 가녀린 팔다리

출산 후에도 완벽한 S라인

그것만이 유일한 아름다움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나를 학대하고 미워한 걸까?

세상이 강요하는 미를 거부한 순간,
내 몸에 대한 혐오가 사라졌다.



수정에서 탄생까지 우리만의 40주,
뱃속의 아기와 함께라서 소중한 시간.
뱃속에 아기가 있어 힘겨운 시간.



임신의 첫 관문인 입덧의 시기. 무탈하게 보내고 계신나요?


저는 다행히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거나 토하는 입덧을 하진 않았지만, 6주부터 시작된 두통과 울렁거림으로 “임신 안 한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 임신 안 한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 울부짖는 대책 없고 우울한 임신부였답니다.

하루 종일 깨질 것 같은 머리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초기를 지나 중기에 접어드니 두통의 괴로움은 한결 가벼워졌는데, 두통이 사라진 그 자리에 냉큼 들어온 녀석이 있었으니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이었어요.



‘아니 내가 먹은 밥은 다 여기로만 가나?’ 괴이할 정도로 살이 붙는 허벅지와 엉덩이. 섹시의 시옷과도 어울리지 않는 방향으로 불어만 가는 가슴은 늘 낮은 탄식과 한숨을 불러왔어요. 퉁퉁 부어 통나무처럼 거대해진 종아리와 발로 뒤뚱뒤뚱 걸어 다닌 후기를 지나 드디어 해방의 그 날이 찾아왔건만~! 출산 그 후, 나에게 남겨진 건 늘어진 뱃가죽과 10cm의 선명한 칼자국, 지렁이떼 같은 튼살 자국뿐이었습니다.

임신 중 늘었던 몸무게는 2주 만에 모두 빠져 제자리를 찾았지만 ‘같은 무게=다른 느낌’의 몸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어요. 독박 육아와 산후 우울증은 오히려 몸무게를 야금야금 늘려놨고, 꼬박 1년을 채운 모유 수유를 중단하자 바람 빠진 풍선처럼 거죽만 남은 가슴이 나를 맞이했습니다.





텔레비전 속 그녀들은, SNS 속 그녀들은 임신 후에도 출산 후에도 변함없이 늘씬늘씬 하늘하늘하기만 한데… ‘나는 이게 뭐야?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이지? 내가 여자 같아 보이기는 할까? 내 몸을 보고 싶기는 할까?’

화면 속 그녀들의 모습을 좇아 긴 시간 내 몸을 학대했어요. 절식과 단식, 무리한 다이어트의 반복. 10kg 가까이 몸무게를 감량하기도 했지만 혼자 온 살림과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가 도우미와 전담 트레이너, 의학의 기술과 포토샵의 마법을 등에 업은 그녀들의 몸매에 가까워진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뼈저리게 깨달을 뿐이었습니다.

계속되는 다이어트로 피폐해진 심신은 폭식증과 체력 저하를 불러왔고, 오랜 시간 힘겨운 시간을 보낸 끝에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뚱뚱한 몸, 늘어진 몸, 울퉁불퉁한 몸이면 어때요? 사실 그게 더 자연스러운 몸이잖아요!



임신과 출산은 여자의 몸을 변화시켜요. 내가 내 몸을 학대하고 포기해서, 자기 관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새 생명을 잉태하고 탄생시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임신 중에도 여전히 가녀린 팔다리, 배만 불룩 솟아오른 그녀들을 이상화시키고, 출산과 동시에 임신 전의 몸매로 돌아오는 그녀들을 칭송합니다.

자연스러운 변화를 거부하기 위한 노력은커녕, 화장실 한 번 마음대로 갈 수가 없어 아이가 잠든 틈새에 시리얼을 말아 입에 부어 넣을 수밖에 없는 평범한 엄마들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요? 우리의 아름다움은 오로지 변함없는 S라인과 엄마답지 않은 엄마의 외양에만 존재하는 것일까요?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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