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걱정덩어리
나는 잠깐 나갈 때도 가방을 꼭 챙겨가는 사람이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한 짐을 꾸린다.
혹시 갑자기 손이 건조할 수 있으니까 핸드크림 챙기고,
혹시 갑자기 눈이 건조할 수 있으니까 일회용 눈물 챙기고,
혹시 갑자기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으니까 보조배터리를 챙기고,
내가 보조배터리를 충전했나 생각이 안 나서 또 충전기를 챙기고,
아니 나는 c타입 충전기도 필요한데 이어폰은 또 5핀 충전기가 필요한데 연결 젠더를 챙기고,
갑자기 글을 쓰고 싶을 수 있으니까 다이어리와 펜을 챙기고,
전자책을 구독하고 있지만 종이책이 가독성이 더 좋으니까 책을 또 챙기고,
화장 수정해야 할 수도 있으니 팩트를 챙기고,
립밤과 립스틱을 챙기고,
나의 생명줄 이어폰과
다칠지 모르니까 여분의 밴드와 생리대
그리고 약까지 챙긴다.
나는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인한 짐을 계속 지고 다닐까.
손과 눈이 건조한 게 그렇게 힘든 일일까?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되어 이동시간에 혼자 할 게 없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이 모든 건
일어나지 않은 일 때문에
그리고 일어날지 모르는 일 때문에
쌓인 걱정으로 인한 결과다.
이 결과로 내 가방은
내 걱정만큼이나 무거워졌다.
그 걱정을 이고 돌아다니다 보면
어깨가 무거워서
더 힘들어진다.
더 이상은
불필요한 걱정으로
내 마음과 어깨를 무겁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작은 가방을 든다.
최소한의 짐만 넣어서
나를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
앞으로는 가방도 없이 걱정도 없이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