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것이 용기

생경한 곳에 놓일 수 있는 여행길

by 슬기

모두 여행길에 오른 배를 탄다.

뱃고동 소리는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가득한 발걸음이자,

누군가에게는 생경한 땅을 걸어 들어가는 머나먼 빛을 향한 돛이다.


이번 연휴에 통영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향했다.

멀리 나가는 것 자체가 나에겐 쉼과 여행이었다.

바다를 바라보고 깊은 호흡을 하는 행위.

섬 바위의 모양새를 가만히 쳐다보는 일.

세상이 얼마나 넓은가 저 끝을 바라보는 시간들.

지구가 둥글게 돌고 있다는 감각.

깨어있는 모든 감각을 다 열어두었다.

내버려두었고, 자연에 발각된 나의 시선은 바다의 지평선으로 향했다.


생전 처음 봤던 사람도

공연히 반가운 마음에 안온함이 몰려온다.

다들 어디에서 건너 왔을까.

어떤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을까.


용기는 무모함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나는 일이다.

용기를 쉽게 발휘할 수 없다면, 내 안에 끓는 핏덩이에 집중해 보라.

어느 순간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세상의 주인이 인간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혹시, 주인이 나무일까? 저 새일까? 바위일까? 풀벌레일까? 의문 의심해 본다.

나를 여기로 끌어줬던 게 거대한 자연의 바람임을 인지했다.

이 모든 존재들의 공존에 다행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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