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타? 말아?

시스템에 지배당하고 있는 뇌

by 슬기

엘리베이터 버튼이 두 개다.

하나는 아래를 향하고, 다른 하나는 위를 향한다.

전에 살았던 아파트는 버튼이 달랑 하나였다.

지금의 이 아파트 버튼은 두 개...

"난 내려가는데... 1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올려 보내야 하니까 위를 향한 버튼을 눌러야겠지?"

누르고 기다렸다.

우리 집 층에 문이 열렸다.

순조롭게 내려가는가 싶어 내릴 준비를 할 터인데,

문이 열리더니 낯선 이와 눈이 마주쳤다.

순서는 내가 먼저다.

내가 먼저 내려야 상대방이 탈 수 있다.

그러나 내리기 위한 동작을 하는 찰나 상대방이 날 멍하니 본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내가 먼저 내려야 타지 않나...?"


1층으로 안가고 13층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멋쩍은 듯 내부에는 나와 낯선 이가 함께 탔다.

둘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목적이다.

"이 사람이 나보다 먼저 눌러서 13층으로 안내 한 건가..?"

"그렇담, 애초에 나의 층에 있던 두 개의 버튼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거지...?"

아래 버튼을 눌러도 열리고, 위 버튼을 눌러도 열리는 것을...


우연히 일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위로 향하는 버튼을 눌렀다.

옆에서 엄마가

"내려가는데 왜 올라가는 버튼을 눌러???"


아 이래나 저래 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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