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도 다 같은 우주에서 공명한다.
지금에 와서야 책을 본격적으로 읽는다고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덮는 게 아닌, 멈춰야 할 지점을 알기 때문이다.
고집, 용기, 인내의 함량이 커진다.
나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열심히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대학생인지 인강을 들으며 필기에 집중하고 있다.
내 앞에 있는 아저씨는 한국사 책을 읽고 있다.
내 왼쪽에 있는 아주머니는 뜨개질을 하고 있다. 딸로 보이는 여성분은 옆에서 에세이 책을 읽고 있다.
흔한 평일 오후 카페의 모습이다.
요즘 헤르만 헤세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런 책을 집필하고, 그대로 자기의 삶이 얼굴에 담겨있을까.
어두운 그늘 막이 드리운다.
어스름한 얼굴빛은 흑백사진에 어울린다.
데미안을 다시 읽고 놓쳤던 문자들의 리듬을 발견했다.
다독이 아닌 정독이어야 함을 안 순간,
헤세의 생애에 경탄했다.
산 사람의 살아있는 글은 왜 나여야 하는지,
왜 싯다르타를 집필하다 1년 반을 쉬고 다시 집필했는지,
왜 정신질환을 겪었는지,
왜 찬란한 낭만주의였는지,
왜 홀로 고독했는지 알게 됨을 깨우쳤다.
고전을 읽다 보니 내가 헤세가 되어 버림을 알게 된다.
감정이입이 극도화된다.
이제 내 이야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