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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어린양들.

너의 생명의 경외심에 나의 가슴이 흔들린다.

by 슬기

나의 조카는 200일이 조금 넘은 우주의 귀여운 생명체이다.

친구들을 안 만나도 조카 한번 보고 오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느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 평일 때와 다름없이 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려 했다.

그러나, 조카를 한번 보고 오면 머릿속이 시원함으로 가득 찬다는 걸 알기에, 오늘의 일정은 쿨하게 포기할 수 있었다.

평일과 주말의 카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오랜만에 카페를 갔는데, 어린 양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았다.

나의 눈은 저절로 아이들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의 아이가 태어나면 나의 꿈과 미래의 열정이 식을까 봐 두려움을 갖고 있다.

모든 것은 아이에게 맞춰지고, 나를 위한 삶보다 아이를 위한 삶이 중요해지며 나의 삶이 차지하는 영역이 현저히 줄 것임을 안다.

지금 내 앞에 보이는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게 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에 휩싸이면서, 언니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난 아이는 갖고 싶은데, 결혼은 하기 싫다."

사실 이 마음을 들여다보니, 여자는 아이를 낳는 것과 낳지 않았을 때 변한다는 믿음이 있지만, 결혼을 해서 누군가의 아내로는 살기 싫다는 미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비겁한 생각인가, 내가 봐도 너무 이기적이다.

이런 내 생각을 많은 엄마들이 안다면 나를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아이 생각은 하지 않냐며.. 그건 철저히 너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아이에게 상처 주는 이야기라고..

그건 맞다.


그렇게 결혼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나라는 사람이 온전히 엄마가 된다는 것, 한 사람의 아내가 된다는 것.

이대로는 안되는 일이고, 내 아이가 살아갈 삶을 위해 나는 더 강해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난 분명히 나의 아이를 위해서 지금보다 더 용감한 장군으로 바뀔 것임을 안다.

여자의 용기는 그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떨리는 큰 도약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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