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높이가 높이의 기준을 가진 것인가.
높이를 보면 눈이 커지고,
두께를 몸으로 흡수하면 입이 쩍 벌어진다.
사람들은 높이와, 크기에 감탄을 한다.
만약 에펠탑이 1m 높이였다면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정말 스케일에 차이가 있는 것일까?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의 작품은 살짝만 건들어도 부서질 것 같이 얇고 작다.
그 작품을 보면 딱히 크기와 두께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걷는 사람]의 작품을 바로 눈앞에서 보면 에펠탑의 크기만큼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저 멀리 떨어진 공간에서 작품을 보면 작품과 나의 거리의 공간이 많이 남는다.
작디작은 자코메티의 작품은 공간의 여백이 함께 주는 위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표면적으로 보이고 만져지는 것에, 감탄을 느낀다.
보이지 않는 것, 아직 없는 것에 대한 갈망과 궁금증이 없다.
높은 빌딩을 보면, 그 높은 빌딩을 비추는 빛을 보지 못하고,
맑은 하늘 살짝 숨어있는 옅은 달의 모습도 보지 못한다.
내가 지금 본 것이 진짜 본 것인가,
대상이 가진 물체의 본다는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