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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감정관리,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방과후 컴퓨터 시간

by 슬기롭게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스로 열심히 잘 해낸다.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여름 내내 짜증 과다인 아이가 있었다.


"오늘 너무 잘했어. 방학 때 보자."

"선생님 저 겨울 방학 때 올 거예요!"

"로블록스로 파워포인트하기 배울 거예요! "

"그래 잘 가~"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 수업을 완료하고

Itq 한글준비를 하다가 막히면 계속 짜증을 내는 여자아이가 있다. 알려줘도 짜증. 그냥 넘어가주세요.라는 태도.

선생님은 엄마가 아니야. 책을 내던지고 나가버리는 날이 늘어난다.


너 초4 맞니? 너무 빨리 온듯하다. 그 시기가...

사춘기는 이상한 나이. 이상한게 당연한 시기. 그렇지만

'난 네 엄마가 아니야. 짜증 좀 그만 내고 감정관리를 해야지. ' 반에서의 행동과는 다를 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 넘은 행동에 아버님과 통화. 여름, 날씨의 영향. 호르몬의 영향도 고려하며 통화를 했다.

자기 딸이 절대 그럴 일 없다는 뉘앙스의 느낌이었지만 상황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고 통화를 종료했다.


교재변경을 권유하고, 연관계획서가 아닌 흥미위주. 코딩이랑 디자인까지 해주는 선생님이 여기 있다. 워낙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나를 알기에. 주고 싶은 맘은 있으나. 스스로 할 의지가 없는 학생을 알려줄 순 없다.


나의 지식을 주되, 너의 관심사와 맞아야 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요?

글쎄요. 자원봉사자는 아니고요. 하나님 만나고 많이 아주 많이 변한 듯요.라고만.


암튼 이모티콘 만들기 수업을 했다. 교재내역에 없었기에 책은 개인구매하고 수업시작!

책의 내용은 거의 디자인하며 사용하는 툴들을 다룬 내용이었다. 포토샵 일러스트라고 보면 된다. 모르는 건 물어보되 스스로 해결해 나가도록 돕는다. 15-20명 정도의 아이들을 40분 내에 다 봐주려면 학생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배움의 열정이 가득한 아이들이라 곧잘 해낸다. 중간쯤 진도가 나갔는데 컴퓨터가 어느 날 안된다. 헐. 자리를 옮겨주고. 프로그램도 접속이 안된다. 결국 책을 바꾼단다. 아이고. 그래. 그래라.


3월에 왔는데 이 책이 5번째, itq교재와 이모티콘교재는 중간쯤까지 하고 다른 책들은 모두 완료한. 이번엔 웹툰 만들기를 한단다.

친구들도 몇몇은 웹툰 만들기를 하기에. 서로 흥미를 느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내게 큰 보람이 된다.


방과후 컴퓨터_웹툰 만들기

오늘의 수업을 칭찬하며 조언을 건넨다.

" 짜증 내는 것만 관리해봐. 스트레스 푸는 나만의 방법이 있어야 해."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무뚝뚝한 남성미가 나는 여자아이는

이제는 나와 친해져서 웃으며 말한다. "선생님, 짜증을 안내면 눈물이 나요." "그래 우는 게 잘못된 건 아니야. 그렇지만 사람들 있는 곳에서 짜증내거나 울지 않도록 해야 해. 잘 가~ " 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 좋아하는 거나 잘하는 걸 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져. 맛있는 거나 그런 걸 찾아봐. "

"네 선생님 ~ 다음시간에 봬요."




엄마의 부재로 힘든 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난 네가 강해지기를 바르게 성장하기를..


먼 훗날 이 글을 본다면

너를 위해 기도해 준 사람이 있었다고 기억해 주길.


스치고 만나는 사람들.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 친구도 가족도.

목마른 자에게 물 한잔은 줄 수 있지 않은가.

당떨어진사람을 만나면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져 사탕을 쥐어주듯이.


그 정도이다. 내 사랑은 그 정도.

애증의 아이들. 1학년아이도 너무 열심히이고

가장보람된 건 가정붕괴의 아이가 웃는 것.

매일 놀던 아이가 엑셀을 스스로 잘 해내고 있다는 것.

나를 낯설어하던 아이들이 믿고 수업을 계속 온다는 것.


방과후는 계약직이기에. 내가 언제까지 여기 올까도 싶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

당연히 맘대로 안 되는 날도 있다.

내상황에 감사하며 주어진일에 최선을 다하자.




주어진 상황에서 해야 할 일 그걸 잘 해내는 삶.

삶의 순간순간에 뿌듯한 선택을 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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