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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예슬 Mar 15. 2021

퍼즐 맞추기

첫 느낌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소개받은 L입니다."

"이 쪽 일 경력이 저보다 많으시다고 들었어요, 간단하게 설명드릴게요. 이렇게 저렇게 진행되고요. 제가 여기선 메인인데, 저보다 한 살 많으시더라고요."


  친절하지도 않은 친절함마저 숨기려는 듯한 A  목소리. 나의  느낌은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


  햇수로 2년을 꼬박 쉬고 다시 복귀한 업무.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오게 된 만큼 큰 의미를 두지도 가벼운 마음도 갖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같은 일을 해왔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머릿속엔 '이번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번뇌로 가득했다. 경력에 대한 보상도 없는 중고 신입으로의 첫 출근한 날, 제대로 된 인수인계는 커녕 오히려 면접 때와는 달라진 업무들. 당황했지만 다행히도 몸이 기억해 당장에 시작하기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반응은 달랐다. 출근한 지 하루도 채 안된 나의 시야를 흐리기 바빠 보였다. 나를 위해 하는 말이라며 '그 사람이랑 일하면서 울지 않은 사람이 없어요, 저는 절대 못해요 아니 안 해요, 그 사람 이상한 사람이에요.' 호의의 방법이 나와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보다는 아직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상하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유독 특이한 사람들과 잘 엮어왔던 터라 성향 차이라고 생각을 정리한 후, 꽤 잘 적응했다.

출근한    정도 지났을까.  11시가 넘은 시간에 A에게 서너 개의 카톡이 왔다. 외국 밴드가 노래 부르는 모습에 한국어 가사가 적혀있는 장면을 여러  캡처해서 보내왔다. 그것도 TV 보는 화면을. 너무 슬프게 울지 말라는 노랫말과 함께 보낸 뜬금없는 카톡은 취중이란  단번에   있었다. 적잖이 당황했지만 노래 가사인 거냐 정도는 물어보며 답장을 했다. 나를 '언니' 부르며 시작되는 메시지에 다시 한번 취했음을 확신했다. 알려준 노래를 들어보겠다며 카톡을 마무리했는데 잠시 후에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가사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난 너로 인해 상처 받지 않을 거야'라고.


  다음 , A 나를 포함한 동료들에게 어제 많이 취해서 모두에게 사진을 보냈다며 술만 먹으면 하는 주사라고 머쓱해했다. 나에게만 보낸  아니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는 찰나, 앞에 있던 동료들이 말했다.


  "저는 너무 위로받았잖아요. 밤새 들었어요. 원래 좋아하는 노래인데 덕분에 다시 들어보면서 위로받았습니다."

"저도요! 노래 진짜 좋던데요? 눈물 날 뻔.."


  슬프게 울지 말라는 가사와 난 너로 인해 상처 받지 않을 거야라는 가사로 어떤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한참 생각했다. 조금 의아했지만 '설마'하며 넘어갔다. '나만 다르게 느끼는구나.'하고 말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또 그녀에게서 비슷한 시간에 카톡 하나가 왔다. 이번에도 외국 밴드가 노래하는 모습에 한국어 가사가 적힌 장면을 찍은 사진이었다. 이번에 보내온 노랫말에 어이가 없어 한참을 웃었다.


  '네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너의 길을 가'


  그렇게 나는 친절하지도 않은 친절함마저 숨기려는 A 퍼즐 맞추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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