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미다 Oct 18. 2024

사랑, 사랑, 사랑

귤을 대신 깐다는 건 그만큼 너를 사랑한다는 거야.

엄지손가락을 귤 꼭지에 푹 넣을 때면, 손톱 끝과 살점의 경계가 특히 아려오는데 그걸 참을 만큼 널 아낀다는 거지. 찝찝함과 찐득거림 모두 참아가며 새콤하고 통통한 귤 조각을 내준다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일까.

이것 봐, 난 널 사랑한다니깐.


네 눈꺼풀 위, 빨간 간지러움을 보자 내 미간이 찌푸려져.

밤새 앵앵거리는 소리는 못 들은 것 같은데, 언제 새빨간 맛을 보고 간 걸까. 내 얼굴에 윙윙 거렸다면 바로 볼싸대기를 날렸을 텐데. 그놈 참 여린것만 잘도 골라 물고갔네. 내 간지러움을 뺏어간 네 빨간 피가 오늘은 유독 앙큼하기만 해.


네 간지러움도, 알싸하게 살살거리는 복통도 대신 얻고 싶어. 그저 해사한 웃음 속 겅중 올라간 머리카락이 더욱더 높이 하늘에 닿았으면 해. 통통거리는 발꿈치에 용수철을 달아주고 싶고, 잘 때 한쪽으로 쏠리는 두 볼은 영원히 눈 안에 담고파.


이것 봐, 난 널 사랑한다니깐.


©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