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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이 왜 이리 감사한지

by 권승호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을 순간순간 하게 된다. 나이 먹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고민하다가 무심코 인터넷에 ‘나이 듦에 대하여’라고 적었더니 놀랍게도 ‘나이 듦에 대하여’라는 노래가 있었다. 하남석의 노래였는데 읊조리는 듯한 노래가 내 마음을 잠깐 출렁이게 만들었다. “나이 듦에 대하여 걱정 말아요./ 나이 들어가면 갈수록/ 그대는 더욱 멋지고 아름답죠./ 더 깊고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죠./ 커다란 고목나무 그 나무처럼 / 더 많은 그늘을 만들어 사랑을 주죠. // 나이 듦에 대하여 두려워 말아요./ 하루하루 시간 아끼고 살면서/ 이별 연습을 해요./ 남은 시간 인생은 무지개처럼 황홀한 절망/ 왔다가 사라지는 허무한 흔적이죠/ 사는 동안 미련 없이 날 불태우고,/ 후회 없는 삶이 되면 정말 좋겠네.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웃으면서 나이 먹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고맙게도 나이와 함께 부드러워져 가는 나를 확인한다. 악착같은 젊은 날을 반성하기도 하고, 돈과 명예를 좇느라 헉헉거렸던 시간들을 후회하기도 하며, 욕심 많았던 과거의 어리석음에 쓴웃음을 지어보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인간의 욕심일 뿐이지’라고 웃어 넘기기도 하며 ‘사람은 다 그런 거야’ ‘남 욕할 자격 있는 사람, 없어’ ‘나라고 그러지 않으라는 보장 어디 있어’ ‘아직 철들지 않아서 그러는 거지 뭐, 나도 그 나이에는 그랬었는데 뭘’이라고 중얼거리기도 한다.

나이 들어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슬픔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나이 먹은 사람이 해야 할 생각이고 행동인가에 대한 고민이 나를 쫓아다닌다. 어른 노릇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나를 머뭇거리게 하는 것이다.

나이 듦이 뭐 별것인가? 좀 더 부드러워지고 좀 더 감정 다스릴 줄 아는 것이 나이 듦인 거지, 좀 더 사랑의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거지, 단점보다 장점을 볼 줄 아는 거지, 시간이 약이고 시간이 사람을 성숙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믿고 잘못과 실수에 눈감아 주고 기다려주는 거지, 단점보다 장점에 눈을 가져가면서 칭찬해 주는 서지, 함께 아파해주고 함께 기뻐해주는 거지. 용서하기 힘든 일도 용서해 주는 일이지 뭐… 가르치고 바로잡아주는 것만 뭐 교육이겠는가? 스스로 깨닫도록 기다려주는 것도 교육이지. 말로 행동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말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지. 겨울의 길목, 나이 듦이 왜 이리 감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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