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는 어린이들의 가장 정당한 행동이며 장난감은 어린이들의 천사이다.” 중국의 소설가 루쉰의 ‘연’이라는 수필에 나오는 말인데 루쉰은 우연히 외국 책에서 읽은 내용인 이 구절을 통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게 되었노라고 하였다. 루쉰은 어린 시절에 동생의 연을 부숴버렸었는데, 그 이유는 연 만드는 일이나 연을 날리는 일이 못난 아이들이나 하는 유치한 일, 할 일 없는 아이들이나 하는 놀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노라 하였다. 아무런 가치 없는 일이라 생각하였던 놀이가 누군가에게,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가장 정당한 행동이고, 아이들이 즐겨하는 장난감 역시 어린이들에게는 천사와 같다는 생각은 나에게도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아빠로서의 잘못된 말과 행동에 대해 아들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고, 이미 성인이 된 제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다.
옛날 우리 부모님들은 노는 것에 대해 뭐라 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빈둥거리며 놀아도 크게 나무라지 않고 아이들을 다 그런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연 날리러 나가는 아이에게 왜 노느냐고 말하지 않으셨고,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하는 아이에게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 야단치지 않으셨으며, 아이들끼리 어울려 의미 없는 일을 하더라도 시간 낭비라 비난하지 않으셨다. 골목에서 자질구레한 놀이를 해도 공부하라 닦달하지 않으셨고, 아이들끼리 싸움질을 하더라도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이라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셨다. 그런데 지금 이 땅의 어른들은?
놀도록 해야 한다. 나 자신부터 신나게 놀아야겠다. 노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에너지 축적이고 삶의 궁극적 목적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놀고 싶으면 놀게 하고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게 해야 옳은 것 아닌가? 인간은 공부하기 위해서나 일하기 위해 태어났다기보다는 놀기 위해 태어난 것 아닌가?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 것처럼 충분하게 노는 시간도 절대 필요한 것 아닌가?
지난가을에도 축제는 많았고, 축제 현장뿐 아니라 아름답다고 소문난 산과 들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많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학교 운동장에도 동네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왁자지껄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디로 갔는가? 무엇을 하는가? 놀아야 하는데, 내일도 행복해야 하지만 오늘 역시 행복해야 하는데. 놀이는 어린이들의 정당한 행동이며 장난감은 어린이들의 천사라는 말을 한 번 더 중얼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