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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까진 노는 일도 중요한데 3

by 권승호

놀게 해야 한다.

잘 놀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놀 권리를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에서 공부할 에너지를 쌓아놓아야 하기 때문이고

직장에서 즐겁게 일할 힘을 비축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생 때에 공부하라 강요하고

대학생 되어서도 공부하라 이야기하는 것은

염치없고 미안한 행동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음식 충분하게 먹어야 하는 것처럼, 잠 충분히 자야 하는 것처럼

어렸을 때는 충분히 놀아야 한다.

어른 되면 공부해야 하고 일해야 하니까

어렸을 때라도 많이 놀도록 하여야 한다.

노는 일은 시간 낭비 아닌 성숙의 자양분이기 때문이고

공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놀아야 한다.

어른들에게만 놀이와 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놀이와 쉼이 중요하다.

아니, 아이들에게 더 많이 중요하다.


‘놀이는 우리 뇌가 가장 좋아하는 배움의 방식이다’라는 말

‘노는 방법을 아는 것은 행복한 재능이다’라는 말

음미하고 또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여유 가지고 놀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 이해 능력은 노는 과정에서 길러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기초 지식만 공부하고

대학에 가서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학습의 효율성 때문이기도 하다.

공부 역시 세상의 이치를 배우는 일이기 때문에

어른들은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중고등학생 때에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때에는 10시간 낑낑대도 알아내기 힘든 내용을

대학생이 되면 1시간에 알아낼 수 있다면

중고생 때에는 놀고 대학생 되어 공부해야 옳은 것 아닌가?

10㎞ 지점, 20㎞ 지점에서의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승선인 42.195㎞에서의 순위가 중요한 것처럼

대학입시를 위한 중고등학생 때의 공부보다

대학에서의 공부가 더 중요하고

대학 졸업 이후의 공부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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