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확실한 하나 대충 열 안 부럽다(5)

by 권승호

“선생님, 귀두는 왜 귀두라고 하는 것이에요?”

키득대는 소리가 교실을 꽉 채웠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현호가 다른 것에도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면 좋겠다. 이렇게 질문을 하면 반 1등도 할 수 있을 터인데 말이야.”

“질문만 잘하면 1등을 할 수 있는 것이에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질문을 많이 하면 공부 잘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

“왜요?”

“‘알아야 면장을 한다.’라는 말도 있지만, ‘알아야 질문도 할 수 있다’라는 말도 있단다. 질문하려면 조금이라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지. 그렇기에 질문하려면 조금이라도 알아야 하고, 알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하겠지? 그리고 질문을 했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집중해 들으려 할 것이고. 고민하고 질문하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는 과정에서는 잡념이 생기지 않겠지. 잡념 없이 집중해서 수업에 임하게 되면 성적이 잘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공부가 재미있어져서 더 열심히 공부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 아닐까?”

“아하! 그렇군요.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질문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지. ‘질문 열심히 하기 위해서라도 공부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지.”

“……”

“‘귀두’에 대해 설명해 줄게. 귀두는 ‘거북 귀(龜)’에 ‘머리 두(頭)’야. 거북이의 머리라는 뜻이지. 너희들의 소중한 그것의 모양이 거북이의 머리와 비슷하기에 붙여진 이름이야. 이왕 말이 나왔으니 몇 가지 덧붙이자. 유방은 ‘젖 유(乳)’ ‘방 방(房)’으로 젖이 들어있는 방이라는 의미이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교실은 흥분으로 가득 차서 여기저기서 히득거리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모두가 해맑은 미소를 띠면서 서로를 쳐다보며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선생님, ‘유두’라고 할 때의 두(頭)는 ‘무슨 두’ 예요?”

평소 말이 없으며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는 강선이였다. 얌전하고 조용한 강선이가 질문한다는 것도 의외였지만 질문한 내용은 더더욱 나를 놀라게 했다. 대답해 주려는 순간

“머리 두(頭)지, 멍청이야! 그것도 몰라? 선생님, 맞지요?”

라고 현호가 대답하였고, 현호의 말에 교실은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되었다. 조용히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창준이가 물었다.

“그러면 ‘유륜’의 ‘륜’은 무슨 뜻이에요?”

누구는 유륜이 무엇이냐를 물어보고 누구는 유륜을 설명해 주느라 교실이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와! 창준이가 유륜이 궁금한가 보구나! ‘무슨 륜’일까?”

“……”

“‘바퀴 륜(輪)’이다. 둥근 모양이기에 붙여진 이름이지. ‘바퀴 륜’이 들어간 글자는 모두 ‘둥근 것’ ‘바퀴’와 관계가 있단다. 전륜구동(前輪驅動) 후륜구동(後輪驅動)에서는 ‘바퀴’, 올림픽 깃발인 오륜기(五輪旗)에서는 ‘둥근 것’이라는 의미다. 윤회사상(輪回思想)에서도 ‘바퀴 륜(輪)’이고, 바퀴처럼 돌아간다는 의미란다. 정리하자. ‘머리 두(頭)’의 유두는 유방의 머리라는 의미이고, 유두를 둘러싼 바퀴처럼 둥근 부분은 ‘바퀴 륜(輪)’을 쓴 ‘유륜’인 거야.”

“선생님,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언제 누구한테 배우셨어요? 다른 선생님, 다른 국어 선생님들은 이런 이야기해 주시지 않던데요.”

조용히 그러나 진지하게 듣고 있던 민규였다.

“배운 게 아니란다. 배워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책과 사전을 찾고 또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연구해서 얻어낸 거란다. 선생님뿐 아니라 누구라도 알려고 노력하면 충분히 알 수 있어. 알아내겠다는 의지를 갖기만 하면 말이야.”

“……”

“선생님이 이렇게 이야기한 핵심이 무엇인 줄 알지?”

“네, 한자를 이용하면 공부가 쉽고 재미있다는 이야기잖아요?”

“맞아. 한자를 이용하여 공부하면 공부가 쉽기도 하고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한 거야.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

“30분 전에 했던 이야기인데 벌써 잊어버렸구나. 어렴풋하게 100개를 아는 것보다 하나를 확실하게 아는 게 더 중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

“아! 알겠습니다. 선생님. 오늘부터 한자를 활용하여 하나라도 확실하게 알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명언 하나 소개할까?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나는 남들보다 생각하는 게 느렸고 이해하는 것도 느렸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어떠한 사실에 대해 더 오래 생각하고 더 깊게 파고들어 생각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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