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뜻인 줄 아시겠지요? (사이) 도와주는 것이 도와주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도와주면 고통 없이 쉽게 날아갈 수 있으리라는 착한 마음으로 도와주었지만 결국은 날지 못하게 만들었고, 죽도록 만들고 말았잖아요. 아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고생하는 것을 못 본 척 내버려 둘 수 있어야 합니다. 아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고통과 좌절, 역경과 슬픔을 스스로 견뎌내고 이겨낼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아들이 낑낑대는 모습을 보면 아들이 지금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아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미소 지으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이) 젊어서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그랬잖아요. 낑낑대는 일이 고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쁨도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여름날 땡볕에서 공 차는 아이들, 고생한다고 말려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행복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지요. 공부도 스스로 힘들게 해 본 아이가 잘할 수 있어요. 스스로 공부해 본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도 뭔가를 능동적으로 잘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 여기저기에서 창의성 창의성 하잖아요. 창의성이 무엇이겠어요? 어떻게 해서 길러지겠습니까?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땀을 흘리면서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아야 길러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학부모님들이 학생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 귀 기울여 열심히 들어주셨고 몇몇 분의 학부모님께서는 표정과 고개 끄덕임으로 공감까지 표현해 주셨다.
“‘어려서 집안일 돕는 아이, 성공 확률 높다’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 보셨나요? 기사는 어려서 집안일을 도운 아이가 커서도 성공할 확률이 크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인용하였는데요……. 미네소타대학교 마티 로스만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청소와 심부름과 같은 집안일을 도운 어린이일수록 책임감과 성취감을 맛보며 자신감도 느끼게 된답니다. 로스만 교수는 어린이 84명의 성장 과정을 추적 분석한 후, 3~4세부터 집안일을 도운 어린이는 가족 관계나 친구 관계가 좋아질 뿐 아니라 직업적 성공도 이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을 도운 아이가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거나 10대가 넘어서야 돕기 시작한 아이들보다 자기 만족도가 높았다고도 했어요. 공부만 시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심부름도 시키고 집안일도 돕도록 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이지요.”
공감한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부모님들을 향해
“알묘조장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뽑을 알(揠)’ ‘싹 묘(苗)’ ‘도울 조(助)’ ‘성장할 장(長)’으로 싹을 뽑아서 성장을 돕는다는 뜻이에요. 중국 송나라에 자신이 심은 모종의 성장이 더딘 것을 걱정하여 하루에도 몇 번씩 밭에 나가서, 싹이 빨리 자라지 않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있었답니다. 어느 날, 빨리 자라나도록 하고 싶은 욕심을 이기지 못하여 기어이 모종을 하나씩 잡아당겨서 올려놓았대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자랑스러운 태도로 ‘오늘은 내가 정말 피곤하다. 곡식이 자라는 것을 내가 도와주었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답니다. 아들이 놀라 밭으로 달려가 보았더니 모종은 이미 다 말라죽어 있었다는 이야기지요.”
지겨워하는 표정의 학부모님은 한 분도 보이지 않았다. 고마웠다. 기쁨이 넘쳤고 힘이 났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였습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같지 못하다는 말이지요. 교왕과직(矯枉過直)이라는 말도 있지요. 잘못을 바로잡으려다가 지나쳐서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됨을 일컫지요.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도 하였습니다.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여 버리고 마는 어리석음이지요.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이 진리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뿌린 만큼 거두게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진리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 뿌리면 타 죽어 버리게 된다는 것도 진리이지요. 너무 많이 먹는 것도, 너무 많이 일하는 것도, 너무 많이 자는 것도, 너무 많이 말하는 것도, 너무 지나치게 친절을 베푸는 것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너무 많이 하는 공부는 오히려 실력 향상에 방해가 됩니다. 지나치게 많은 수업과 사교육은, 너무 많이 배우는 일은 절대 현명한 씨 뿌리기가 아닙니다. 정규 수업 외의 또 다른 배움, 그러니까 보충수업, 학원 수업, 과외 수업은 빨리 자라기 위한 욕심으로 뿌리를 잡고서 뽑아 올리는 알묘조장(揠苗助長) 일뿐입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학부모님들의 경청하는 모습은 나에게 힘을 주어서 점점 목소리를 높게 만들곤 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님들이 수능을 준비하여 시험을 치른다면 학생들보다 훨씬 점수가 잘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라 학부모님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공부를 잘하려면 먼저 철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사교육이 성적을 올려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교육은 성적을 올려주기는커녕 오히려 성적을 떨어뜨리는 훼방꾼입니다. 많이 배우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시면 좋겠습니다.”
“…….”
“…….”
“선생님! 많이 배우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다는 말이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아요. 저, 지금 머리가 아주 어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