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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승호 Mar 11. 2024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연재를 시작하면서

 만나고 싶었습니다. 바보가 되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똑똑한 아이를 바보로 만들어가는 이 땅의 부모님들에게 하소연하고 싶었습니다. 설득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학원 다니고 싶지 않은데,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싶은데 엄마가 다니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다닙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 땅의 엄마들을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지금 부모님께서는 실수하고 계신 것입니다.”라고 설득하고 싶었고 교육은 믿음이고 용서이고 기다림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공부는 ‘익힐 습(習)’을 쓴 학습(學習)이고 ‘물을 문(問)’을 쓴 학문(學問)이라고 말하면서 익히는 시간과 의문 품을 시간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이것 말고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하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아 글자판을 두드립니다.

 ‘신데렐라의 계모’ 같은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의붓딸을 학대한 계모가 아니라 맞지도 않는 황금 신발에 딸의 발을 집어넣기 위해 엄지발가락을 자르고 발뒤꿈치를 자른 계모 말입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며 억울해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아이의 재능이나 성격은 무시하고 오직 공부 잘해주기만을 소망했던 잘못, 비료를 지나치게 많이 주면 식물은 죽어버리게 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이치를 깨닫지 못했던 어리석음,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은 아이를 바보로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잘못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준비 없이 선생이 되어버렸고 얼떨결에 부모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는 노래를 읊조려야만 했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을 만나야 하고 어떻게 아들딸을 대해야 하는지 고민해보지도 않고 즉흥적으로, 기분 내키는 대로 남들 하는 것을 곁눈질하면서 생각 없이 따라 하기 바빴던 것이지요. 부끄러움을 느끼고 한바탕 울고 난 이후에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답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였는데, 덕분에 이후로는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교육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아우성이 들려왔지만 저는 힘들지 않았던 것은 ‘따라 하기’를 그만둘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변의 아이들이 이 학원 저 학원 기웃거릴 때 자기주도학습이 최고의 학습법이라고 외쳤기 때문이고, 휴식과 놀이는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으로 아이들과 함께 휘파람 불면서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며, 남들이 성적표에 끌려다니며 한숨 쉴 때 대학 입학 이후의 노력이 중요한 것이라고 중얼거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염려와 규제와 간섭과 친절함을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에서 빠져나와 ‘시간이 성숙하게 만들어 줄 거야’ ‘나도 고등학생이었을 때에는 그랬었는데 뭘?’이라고 중얼거렸고, 공부 못할지라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만 하면 훌륭한 사회 구성원 되는데 이상 없다는 믿음을 가졌으며, 친절한 가르침보다 스스로 깨우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보다 나은 교사의 자세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꼴찌 그룹에 속하였던 학생이 군대 갔다 와서 수능 5개 틀린 성적표를 받아온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이고, 330명 중 303등으로 입학했던 아이가 고3때부터 공부하여 은행원이 되었기 때문이며, 초등학교 때에 부모를 여의었음에도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제자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존재감 없었던 아이가 연예인으로 성공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고, 말썽꾸러기가 어엿한 회사원이 되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거짓 정보가 넘실대고 있음에도 학생도 학부모도 여전히 거짓 정보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깨닫게 된 진실과 지혜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학부모님들에게 제가 가진 작지만 소중한 정보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1부에서는 사교육을 비롯한 우리 교육의 안타까운 현실을 진단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 2부에서는 부모의 자세, 부모의 역할, 좋은 부모로 살아가는 지혜에 대해 생각해 보며, 3부에서는 그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깨닫게 된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학습법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그래도, 부모》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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