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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모교육

산 좋아하는 사람, 물 좋아하는 사람 각각 있는데

by 권승호

아침 자율학습 시간,

교실에 더럽다는 생각에, 걸레질하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조용히 다가와서는 자기도 걸레질하고 싶다며

걸레 빨아오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냥 책 읽으라 말하였지만

자신은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좋다면서

애절한 눈빛을 보내는 것이었다.

선생님 도와주고 싶은 맘 아니고

칭찬받기 위함도 아니며

책 읽는 것보다 청소하는 일이 재미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걸레를 건네주었더니

책상 앞에서의 생기 잃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냥 행복한 표정으로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신나게 걸레질하는 모습에서

인간은 제각각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몇 년 전까진 흡연하거나 교칙을 위반하여 징계를 받은 학생들이

벌칙으로 청소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슬픈 표정, 못마땅한 표정으로 청소하는 아이들보다

밝고 행복한 표정으로 청소하는 아이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보다 청소하는 일이 훨씬 좋다고 하면서.

기획하고 문서 작성하고 계산하는 일에서 행복 찾는 사람 있고

몸 움직이는 일에서 행복 찾는 사람 있으며

음식 만들면서 행복 느끼는 사람 있고

농사지으면서 보람 찾는 사람도 있다.

삶의 목적이 행복이고,

좋아하는 일 하는 것이 행복이라면

머리로 하는 일보다 몸으로 하는 일에서 행복 느끼는 사람에게는

몸으로 하는 일 하라고 권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취향 다르고 성격 다른 것처럼

사람 역시 제각각 재능이 다르다는 사실,

행복 찾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는 사실,

인정할 수 있어야 현명한 것 아닌가?

농사짓는 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농사일하도록 하고,

공부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학문하도록 하며,

운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운전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사회를 위하는 일이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며

그 일을 통해 행복 느낄 수 있다면

어떤 일일지라도 모두 모두 소중한 가치 지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이지만 나는 싫다.

인간이 저지른 죄의 유무를 판단하고 정죄하는 일은

잘할 자신 없는 일이고 내게 어울리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의사 역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나는 싫다. 아니 잘할 자신이 없다.

그 많은 의학 지식을 암기해 낼 능력도 없거니와

피를 쳐다보거나 만질 자신도 없으며

주삿바늘을 꽂을 자신조차 없기 때문이다.

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체력도 인내심도 있어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럴 능력 또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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