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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박 Mar 02. 2019

곰팡이 식물병-식물보호기사 시험

곰팡이 이야기 13-1

식물보호기사 시험을 봤다. 타고 싶은 자전거도 못타고 쓰고 싶은 글도 못 쓰고 2018년 가을 주말 시간을 오롯이 이 시험에 상납했다. 작년 가을 주말의 삶을 앗아갔던 식물보호기사 시험.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떠올랐던 생각들을 정리한다.


1. 곰팡이 식물병


포도당은 모든 동물의 에너지원이다. 


사람에게도 포도당(글루코오스, glucose)은 에너지의 근원이다. 오늘 아침에 먹은 밥은 위를 통과하면서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소장에서 혈관으로 흡수된다. 혈관이라는 고속도로를 탄 포도당은 에너지가 필요한 곳으로 배송되어 역시 적혈구에 의하여 배송된 산소와 결합하여 타면서 에너지를 낸다. 지금 내 손가락에도 포도당이 타면서 그 에너지로 손가락 근육을 이리 댕기고 저리 댕기고 하면서 타이핑을 하고 있다.


포도당의 에너지는 태양에서 온다. 


광합성 (또는 포도 잎에서 포도당 만들기)

이산화탄소(6CO2) + 물(6H2O) + 태양에너지 -> 포도당(C12O6H12) + 산소(6O2)


포도당을 모아놓은 열매가 곧 포도이다. 태양집열판이 햇빛을 모아 전기에너지를 축적하는 것과 같이 포도 잎은 햇빛을 모아 생체에너지를 포도에 축적한다. 포도농사는 태양에너지 농사이다. 농업이라는 것이 결국은 태양에너지를 생체에너지로 전환하는 사업이고 결국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다.


포도가 유명한 곳을 보라. 모두가 햇빛이 잘 드는 나라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햇빛 잘 드는 노란자땅이다. 햇빛 잘 드는 땅이니 포도가 잘 자라고 당도 높은 포도가 생산되니 포도주(와인)도 유명한 것은 당연하다. 반면 햇볕이 부실한 라인강 동쪽의 독일이나 영국은 포도가 부실하니 와인은 안 되겠고 대신 맥주라도 먹을 수밖에. 우리가 막걸리를 먹고 소주를 마시는 것은 우리나라는 햇빛 조건이 포도보다는 쌀을 생산하기에 적절하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햇빛도 좋고 와인 맛도 좋은데 인건비가 비싸다. 와인을 싸게 생산하려면 유사한 조건의 다른 나라를 찾아야한다. 이런 나라가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고 남미에서는 칠레이다. 이들은 후발 국가이지만 포도가 좋으니까 금방 프랑스에 버금가는 와인을 생산해 낸다. 북미의 캘리포니아가 와인의 새로운 생산지로 떠오르는 것 역시 좋은 햇빛 때문이다.


술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옆길로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포도당은 모든 생물의 에너지원이다(사실은 일부 예외도 있다). 이유는 포도당에 저장된 태양에너지가 다시 타면서 즉 산소와 결합하면서 생체에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생물은 이 에너지를 활용하여 생활한다. 


당분해 반응 (또는 내 몸에서 에너지 만들기)

포도당(C12O6H12) + 산소(6O2) -> 이산화탄소(6CO2) + 물(6H2O) + 생체에너지(38 ATP)


포도당이 생물의 생체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기본 영양원이기에 모든 생물들은 포도당을 섭취하고자 경쟁한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포도당을 생산하는 생물은 무엇일까? 포도당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생물은 식물이다. 식물은 발아 후에 잎이 생기면 태양에너지를 받아 광합성을 통하여 포도당을 만든다. 식물은 우선 먹고 살아야겠기에 만들어진 포도당을 이용하여 먼저 잎과 줄기를 만든다. 긴 줄기를 만들고 넓은 잎을 만들면 다른 식물과의 햇빛 경쟁에서 유리하다. 긴 줄기를 만들려면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고 따라서 포도당을 못과 접착제를 사용하여 단단하게 묶는데 이것이 나무다. 포도당을 원료로 하여 만든 나무는 때로는 수십미터 까지도 자라고 워낙 단단하여 집을 짓는 재료로도 사용된다.  


식물도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면 사랑도 하고 후손을 만든다. 그런데 잎과 나무와 같은 섬유질은 식물의 종자가 발아 후에 먹기에는 포도당이 너무 꼭꼭 묶여 있다. 따라서 어린 새싹이 먹기 좋도록 포도당을 다른 접착제나 못으로 묶지 않고 그저 고리(체인)로만 연결하여 놓은 것이 전분이다. 우리가 먹는 쌀과 보리는 종자가 발아 후에 먹기 좋도록 포도당을 살짝 포장해 놓은 전분 덩어리이다

한편으로 식물은 씨앗을 멀리 퍼뜨리기 위해서 동물을 이용하는데 그러려면 동물들이 먹기 좋도록 달달하게 만들어야 한다. 포도당이 연결고리를 최소화하여 수개(올리고당)나 두 개(이당) 그리고 한개(단당)로 존재하면 단맛이 난다. 자연적으로 단맛이 난다는 것은 생물이 필요로 한다라는 의미다. 이런 올리고당, 이당, 단당이 잘 보관되어 있는 것이 과일이다. 과일은 별 것 아니다. 식물의 포도당이 잎이나 나무처럼 복잡하게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소화없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짧게 잘라놓은 포도당 집합체이다. 


다시 돌아와서 모든 생물은 에너지원으로 포도당을 필요로 한다. 포도당은 식물이 만드는데 과일에서는 짧게 잘라진 단당, 이당, 올리고당 상태로, 종자(곡물)에서는 단순한 고리로 연결된 전분상태로, 잎에서는 접착제를 이용하여 단단하게 붙은 셀룰로오스 상태로, 그리고 나무에서는 가장 복잡하게 꼭꼭 묶어 놓은 리그닌, 셀룰로오스 상태로 존재한다. 


생물입장에서는 이왕이면 편하게 포도당을 흡수할려고 한다. 따라서 당연히 과일을 먼저 찾고 이어서 종자, 잎, 나무 순으로 선호한다. 따라서 능력있는 생물일수록 과일을 그렇지 못한 생물에게는 나무가 돌아간다. 지구상에서 가장 영리한 사람은 과일과 종자를 먹고 다음 순서로 초식동물에게 잎이 돌아간다. 이제 남아 있는 나무는 이빨이 특수한 일부 곤충을 제외하고는 가장 힘없는 미생물 차지다.


 미생물은 곰팡이와 세균이 있지만 세균은 작고 단순한 존재라서 딱딱한 나무를 만나면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따라서 결국 이 나무에 못과 접착제로 꼭꼭 묶어둔 포도당을 먹고 사는 생명체는 곰팡이다. 곰팡이는 조금의 틈만 생기면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바늘과 같은 균사(곰팡이실)를 가지고 있다. 균사는 일단 나무속으로 침투하면 효소를 분비하여 나무를 녹인다. 곰팡이는 다양한 나무에 맡는 맞춤형 효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분비하여 시간은 걸릴지라도 결국 단단한 나무에 포박된 포도당을 풀어 낸다. 


깊은 산속의 고목에 자란 버섯은 결국 단단한 나무에 곰팡이가 들어가서 효소를 분비하여 나무에 결박된 포도당을 풀어내고 이를 먹고서 자기 몸짓을 불린 거다. 못도 들어가기 어려운 참나무에 표고버섯 곰팡이가 침투하고 이듬해가 되면 버섯이 올라오는 것은 나무에 묶인 포도당을 풀어 먹을 수 있는 곰팡이만의 특수한 능력이다.

곰팡이는 식물의 잎과 나무 등 거친 조직을 먹고 산다. 따라서 식물의 어떤 부분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곰팡이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식물에 큰 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곰팡이는 착하다. 제일로 맛있는 과일과 종자는 사람에게 양보하고, 다음으로 연약한 잎은 초식동물에게 양보하고, 이들이 먹고 남은 나무를 먹으며 이들을 다시 흙으로 되돌린다. 곰팡이가 없으면 산에는 쓰레기 나무와 잎들이 싸여 새로운 식물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할 것이다.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덮힌 쓰레기 산을 생각해 봐라. 게다가 어떤 곰팡이는 나무뿌리에 살면서 오히려 식물의 생장을 돕는다. 송이버섯은 소나무뿌리와 교신하며 서로 도와가며 살아간다.


곰팡이는 선을 지킨다. 능력은 있지만 살아있는 식물은 해하지 않고 죽은 식물만 분해한다. 왜냐면 곰팡이 입장에서 식물이 먹이인데 많이 자라야만 자기들의 먹이가 확보된다. 살아있는 어린 식물을 해코지 하여 식물이 생장하지 않으면 결국 자기들 먹을 게 없어진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10명이 모이면 그 중에 한명 정도는 말 안 듣고 사고를 친다. 대부분의 곰팡이는 죽은 식물을 분해하여 자기도 배불리고 지구를 깨끗하게 청소하는데 10놈 중에 1놈 정도는 살아있는 식물을 넘본다. 10만종의 곰팡이 중에서 약 1만종의 곰팡이가 살아있는 식물체에 자라면서 피해를 주는 식물병원균이다. 


병이란 다른 생명체가 몸안에 자라면서 계속적인 피해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곰팡이 식물병은 곰팡이가 식물체 내에서 자라면서 식물에 피해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래도 식물에서는 잎이 제일로 연약하므로 잎에 침입하여 갈색 또는 검은 반점을 만들어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하는 것이 가장 흔한 곰팡이 식물병이다. 또한 어린 모의 줄기를 가해하여 식물을 쓰러뜨리기도 하고 뿌리를 침입하여 물관을 타고 올라가면서 식물의 혈관인 물관을 막아 식물을 시들게도 한다.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는 자연생태계에서는 특정 식물이 많아지면 이를 먹이로 하는 곰팡이들이 많아진다. 그러면 식물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이어 식물병곰팡이가 줄어들고 다시 식물이 많아지면서 식물과 곰팡이 간에 밀당하며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지구를 지배한 인간은 적정선을 넘어 계속적으로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에 많은 식량을 필요로 하고 따라서 쌀, 밀, 보리와 같은 곡식을 대량으로 재배하여야만 한다. 그러면 당연히 쌀을 좋아하는 도열병균, 밀을 좋아하는 녹병균, 보리를 좋아하는 깜부기병균이 대발생한다. 식물병에 의한 식량 생산 손실은 전체 수확량 대비 15%(?) 정도로 추산되며 대부분이 곰팡이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보면 당연한 현상인데 대량 곡물 생산을 통하여 먹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곰팡이는 무찔러야 할 적군이다.


다양한 생물학적 위협으로부터 식량을 안정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학문이 농생물학이다. 해충,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 다양한 생물이 식량 생산을 방해하지만 주적은 곰팡이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에 주곡인 쌀에 곰팡이인 도열병균이 크게 발생하여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협받자 국립대학교에 일제히 농생물학과가 설립되었다. 덕분에 곰팡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연구는 확대되었으나 불행히도 곰팡이와 함께 더불어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곰팡이는 죽고 사람만 잘 살자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목차

2. 곰팡이 식물병 이름

3. 식물보호기사 시험

4. 한국의 식물병 데이터베이스


분량이 너무 많아 4회에 걸쳐 나누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019. 1. 1. 곰박>


* 제목 배경 사진은 식물병리학회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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