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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박 Mar 02. 2019

곰팡이 식물병 이름-식물보호기사 시험

곰팡이 이야기 13-2


첫 번째 ‘곰팡이 식물병’에 이어 두 번째로 ‘곰팡이 식물병 이름’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미리 이야기를 하면 여기에는 곰팡이 이름이 학명으로 나오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영어 명칭이라 조금 부담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논리는 단순하니 곰팡이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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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곰팡이 식물병 이름


식물보호기사 실기시험의 첫 번째 과목이 병 든 식물 사진을 제공하고 병의 이름을 맞히는 식물병진단이다. 


이 과목 공부를 위해서 농업관련 시험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다음 카페 ‘초가사랑(http://cafe.daum.net/chogasarang)’에서 공부꺼리를 제공한다.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이 ‘달랭이’라는 ID를 쓰시는 분이 제공하는 자료인데 나도 그 자료로 공부하였다.


이 자료에는 112개의 식물병 이름이 나오고 각 병명마다 다양한 식물의 다양한 병 증상의 사진이 제공된다. 달랭이 자료의 첫 번째 병명은 시들음병인데 이 병은 Fusarium이라는 곰팡이가 뿌리부위의 도관을 막아서 생기는 병이다. 2번째 역병은 Phytophthora 속 곰팡이가 일으키는 병이고, 3번째 균핵병은 균핵을 만드는 대표적인 곰팡이인 Sclerotinia가 일으키는 병으로 병징 사진에 쥐똥 같은 균핵이 보여 쉽게 구분할 수 있다. 


4번째 탄저병은 세균 탄저균이 일으키는 동물 탄저병과는 다른 식물병으로 Colletotrichum이라는 곰팡이가 일으키는 병으로서 과실에서는 함몰증상을 나타낸다. 5번째 노균병은 하나의 속(屬, genus)이 아니라 노균병균 (Peronosporaceae) 과(科, family)에 속하는 6백종 이상이 일으키는 병이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식물병 이름과 병을 일으키는 원인곰팡이, 병원체가 서로 일치하였으니까. 


그런데 6, 7번째 병명을 보고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6번이 겹무늬썩음병인데 사과 과실에 겹무늬 모양의 증상으로 나타나고 Botryosphaeria dothidea라는 곰팡이에 의하여 생긴다. 7번은 겹무늬병인데 배에 겹무늬 모양으로 나타나고 역시 Botryosphaeria dothidea에 의하여 병이 난다. 그런데 왜 같은 병원체에 의한 같은 증상의 병인데 사과에서는 겹무늬썩음병이고 배에서는 겹무늬병일까?


사진 출처: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


이어 잎곰팡이병, 무름병, 검은무늬병, 갈색무늬병 등이 나오는데 모두가 하나의 병원체에 의한 병명이 아니라 다수의 병원체가 다수의 식물에 일으키는 병이다. 특히 식물 잎에서 증상을 나타내는 병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검은무늬병, 갈색무늬병, 점무늬병, 잎마름병 등이다. 


검은무늬병은 Alternaria, Phoma, Ceratocystis, Diplocarpon 속에 의하여 갈색무늬병은 Cercospora, Septoria, Pseudocercospora, Marssonina 속, 점무늬병은 Phomopsis, Mycosphaerella, Ascochyta, Stemphylium, Phyllosticta 속, 잎마름병은 Alternaria, Stemphylium, Ascochyta, Septoria, Pseudocercospora, Macrophoma, Pestalotia, Corynespora 속의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한다. 즉 하나의 병 이름이 여러 가지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하는 여러 가지 병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하나의 병(명, 名)이 여러 속(屬)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하기도 하지만 또한 하나의 병원체 속이 일으키는 병명도 다양하다. Alternaria 속 병원체가 배추에 발생하였을 때는 검은무늬병, 수박 잎에 발생하였을 때는 잎마름병으로 불렸다. 이외에도 Alternaria가 일으키는 병은 겹무늬병, 점무늬낙엽병 등으로도 불린다. 


다양한 식물 잎에 병을 일으키는 Septoria속 병원체 역시, 미나리에서는 갈색무늬병, 자작나무에서는 점무늬병, 포플러에서는 잎마름병, 고추에서는 흰무늬병, 맨드라미에서는 갈색점무늬병으로 불린다.


또한 서로 구분되지도 않는 같은(비슷한?) 증상에 대한 유사한 이름이 너무 많다. 갈색둥근무늬병, 갈색무늬구멍병, 갈색무늬병, 갈색반점병, 갈색점무늬병, 점무늬병, 점무늬낙엽병. 이들 비슷한 이름에 대한 증상은 서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이름처럼 역시 비슷하다.


즉 하나의 병 이름이 서로 다른 병원체들이 다른 식물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병들을 포함하기도 하고, 또한 하나의 병원체 속(屬)에 의한 병인데 다수의 병 이름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병 이름은 서로 유사하며 증상으로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식물병 이름을 짓는 방식을 생각할 때에 이해는 간다. 식물병 이름은 그 병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붙인다. 이 때에 기준이 되는 것은 식물도 종(種, species)이고 병원체도 종이다. 따라서 같은 Alternaria 속이라 하드라도 종이 서로 다를 경우에 같은 식물에 발생하드라도 다른 병명을 붙일 수 있다. 


그 반대로 같은 Alternaria 종이라도 서로 다른 식물에 발생할 경우에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또한 식물병명을 주로 병원체에 따라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병의 증상에 따라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따라서 같은 증상인데도 이름을 짓는 사람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갈색무늬이고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갈색점무늬 또는 갈색둥근무늬가 될 수 있다. 


<그림, 병원체에 근거하여 붙인 병이름은 단순하여 외우기도 좋고 사용하기도 좋은데 병의 증상에 근거하여 붙인 이름은 복잡하여 공부하기도 어렵고 실제 농업에서 쓰는 사람도 불편하다.>


현재 한국의 식물병 이름은 한국식물병리학회의 식물병명심의위원회가 관리한다. 이제까지 보고된 한국의 식물병명목록은 한국식물병명목록 5판에 정리되어 있으며 이후로 논문에 보고되는 병명은 6판에 정리가 될 것이다. 지금 6판이 준비되고 있고 곧  출판될 것으로 알고 있다. 식물병명목록에 사용된 식물병 이름은 학술논문을 포함한 농약 관련 자료 등의 기준이 되고 또한 농업인들도 이 병명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의 식물병 이름은 원인병원체간에 또는 증상 간에 이름의 통일성이 부족하고 너무 혼란스럽다. 많은 병명이 이름만으로는 원인 병원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원인병원체에 따라 최적의 방제를 수행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혼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다수가 사용하는 식물병 이름을 섣부르게 정비하는 것은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말 그대로 가정이지만 혹시 식물병 이름을 일제히 정비한다면, 한국식물병리학회가 식물병 이름을 다시 일제히 정비한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먼저 식물병 증상만으로 붙인 병이름에는 원인균을 추가하였으면 좋겠다. 식물병 이름은 주로 3가지 방법으로 지어진다.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기준으로, 병의 증상을 기준으로, 그리고 외국 이름을 단순 번역하여 이름을 짓는다. 이 중에서 주로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 병의 증상만을 보고 지은 이름이다. 


원인 병원체에 대한 고려 없이 눈에 보이는 증상에 따라 이름을 지을 경우에 이름을 짓는 사람에 따라 같은 증상에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일 수 도 있고 다른 증상에 서로 유사한 이름을 붙일 수 도 있다. 이름을 일제히 정비한다면 증상에 따라 붙인 이름에 원인균을 추가하면 좋겠다. 잎마름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Alternaria, Stemphylium, Ascochyta, Septoria, Pseudocercospora, Macrophoma, Pestalotia, Corynespora로 다양하였는데 Alternaria 잎마름병균, Corynespora 잎마름병균과 같이 붙이면 서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이름은 원인 병원체에 따라 이름이 서로 구분되어 좋기는 한데 영어 이름이 들어가 발음도 어렵고 속도 편치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원인 병원체에 식물병 이름을 일대일 대응시키는 방법이다. 탄저병, 역병, 노균병, 흰가루병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각 병원체가 Colletotrichum 속, Phytophthora 속  Peronosporaceae과(노균병균과), erysiphales목(흰가루병균목)에 일대일 대응된다(물론 여기에 속하는 모든 종이 그렇지는 않고 대부분 그렇다). 


특히 잎에서 발생하는 비슷비슷한 병에 혼란이 많은데 예를 들자면 Alternaria, Stemphylium, Pleospora 등이 Pleosporacea 과(科, family)에 속하는데 이들에 의한 병은 검은무늬병으로 하면 어떨까? 이들이 검은색 포자를 형성하고 검은색 병징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가지과에서 명쾌하게 겹무늬를 만드는 병원체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겹무늬병이라는 예외 명칭을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Mycosphaerellaceae 과(科, family)에 속하는 Mycosphaerella, Cercospora, Pseudocercospora, Septoria, Ramularia 속 병원체에 의한 병도 현재는 갈색둥근무늬병, 갈색무늬구멍병, 갈색무늬병, 갈색반점병, 갈색점무늬병, 점무늬병, 점무늬낙엽병 등으로 혼재되어 쓰는데 하나의 병명으로 통일하는 것은 어떨까? 


또한 혼란을 야기하는 주요 작물의 일부 병명도 조정하면? 앞서 언급한 Botryosphaeria dothidea에 의한 사과의 병은 겹무늬썩은병인데 배는 겹무늬병이다. 같은 종의 원인균에 의한 같은 증상인데 다른 이름을 쓸 필요가 없다. 겹무늬병은 Alternaria에 의한 가지과 작물의 병명에 일반적으로 쓰이므로 배의 병 이름도 겹무늬썩음병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사과의 병명에는 특별한 것이 많은데 Alternaria mali는 Alternaria에 의한 병인데도 점무늬낙엽병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졌다. 일반적인 Alternaira 병의 이름이 검은무늬병이고 배에서의 Alternaria 병도 검은 무늬병이므로 사과도 검은무늬병으로 하는 것이 어떨까? 사과검은무늬병. Marssonina mali에 의한 사과 병 또한 갈색무늬병으로 불리는데 이 이름은 Cercospora 등의 Mycospaerellaceae 과에 의한 병이름으로 주로 쓰이므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면 좋겠다. 


시험을 위하여 병징사진과 병명을 한참 외우다가 공부하기 싫을 때에 나보고 병이름을 새로 지으라면 이렇게 짓겠다고 한 생각들이다.


이어서 

3. 식물보호기사 시험

4. 한국의 식물병 데이터베이스

가 이어집니다.


<2019.01.03., 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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