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이야기 23
수능을 준비하는 고3 딸이 있어 생명과학(예전 생물)을 함께 공부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친다고 생명과학에 나오는 곰팡이에 대하여 훈수를 두고자 한다.
생명과학 I & II (이준규 등. 2011. 천재교육)를 통틀어서 곰팡이는 겨우 13 곳에서 언급되었다(표 1.). 그것도 대부분은 그저 곰팡이 이름 한 줄만을 제시할 뿐이다. 곰팡이는 14만종을 거느리는 동물, 식물에 이은 세계 3대 생물그룹인데(Willis, 2018) 대접이 너무 소홀하다. 겨우 13곳에서 나오면서 오류는 왜 그리도 많은지? 곰팡이 연구자의 고등학교 생명과학에 대한 검토(review) 결과다.
표 1. 고교 생명과학 교과서 속의 곰팡이 관련 내용(생명과학 I & II. 이준규 등. 2011. 천재교육)
생명과학 교과서 속의 곰팡이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먼저 생명과학 개론으로 시작해야겠다. 생명과학이 대단히 복잡한 학문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핵심은 두가지다. 첫 번째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고(대사 또는 물질대사), 두 번째는 자식을 놓아 대를 잇는 것(유전)이다.
생물의 일종인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태어나서 20대 말까지는 배우고 직장을 잡아 우짜던 먹고 살 궁리를 한다. 해서 직장 잡고 먹고 살 만하면 이제 결혼을 하고 2세를 생각한다.
생물과학 I은 4개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1단원인 ‘생명과학의 이해’는 말 그대로 생명과학의 소개를 다루고, 2단원인 ‘세포와 생명의 연속성’은 유전을 다룬다. 3단원, ‘항상성과 건강’은 사람이 먹고 사는데 필요한 대사를 다루고, 4단원인 ‘자연속의 인간’은 사람과 다른 생물체 및 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다룬다.
생물과학 II의 1단원은 ‘세포와 물질대사’인데 먹고 사는 문제를 분자적 관점에서 다룬 것이다. 2단원은 ‘유전자와 생명공학’으로 기본적으로 유전을 다루면서 이들을 탐구하기 위한 최근의 생명공학 기술을 소개한다. 3단원 ‘생물의 진화’는 생명과학 I의 ‘자연속의 인간’과 유사하게 결국 인간과 다른 생물체와의 관계를 다룬다.
결국 생명과학 I, II를 통틀어 7개 단원이 존재하는 데 혼자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것이 2단원(항상성과 건강, 세포와 물질대사), 더불어 먹고 사는 것이 2단원(자연속의 인간, 생물의 진화) 그리고 자식을 가져 대를 잇는 이야기가 2단원(세포와 생명의 연속성, 유전자와 생명공학) 그리고, 나머지 1단원은 서론(생명 과학의 이해)이다.
생명과학 I & II (이준규 등. 2011. 천재교육)를 통틀어 곰팡이는 13곳에서 출현한다(표 1). 하지만 그 중에 하나는 부록의 생물학사 연표이므로 실제는 12곳이라 할 수 있다.
이 중 7 번은 사람과 다른 생물이 더불어 먹고 사는 단원인 ‘자연속의 인간’과 ‘생물의 진화’에서 나온다. 동물과 별개로 하나의 생물그룹을 형성하는 곰팡이가, 생물들이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생태 단원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나머지 5곳은 사람이 먹고 사는데 큰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곰팡이인 푸른곰팡이(페니실린), 붉은빵곰팡이(1유전자 1효소설), 효모(알코올 발효) 등 곰팡이 스타들에 관한 이야기다.
먼저 곰팡이를 가장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단원, ‘생물의 진화’부터 보자. 이 단원에는 곰팡이가 4곳에서 나온다.
10) (표1의 일련번호) ‘생물의 진화’에는 ‘분류의 체계’라는 소단원이 있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생물 약 200만종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다룬다. 분류학의 아버지 린네는 생물을 동물과 식물의 2계(界, kingdom)로 크게 나누었다. 이 후에 현미경이 발달하면서 원생생물이 추가되었고 또한 세균을 포함한 원핵생물이 추가되었다.
곰팡이는 과거에 식물계에 속했는데 1957년 휘태커(Whittaker)는 곰팡이가 먹고사는 방식이 식물과는 크게 다름으로 독립해야 한다가 주장하였다. 이로써 곰팡이는 동물, 식물과 함께 고등생물 3개 그룹의 하나가 되었고 생물은 5계로 구분되었다. 이후에 우즈(Woese)는 리보솜 유전자 분석에 의하여 원핵생물을 고세균과 진정세균으로 나누었다.
따라서 현재의 지구상의 생물은 진정세균, 고세균, 원생생물, 식물, 곰팡이, 동물의 6계의 분류체계를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학계는 원생생물이 하나의 계가 아닌 다수의 계의 합으로 보지만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매우 적절한 분류로 생각된다.
9) 역시 ‘분류의 체계’ 소단원에서 영지버섯과 붉은빵곰팡이가 언급되는데 이는 계통수를 그리기 위한 그저 생물의 한 예로 이용되었다. 이 부분에서 이들 곰팡이 사진이 제시되는데 불행하게도 붉은빵곰팡이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실제는 뿌리곰팡이(또는 거미줄곰팡이) 사진이다. 사진을 바꾸든지 곰팡이 이름을 바꾸든지 수정이 필요하다.
12) 생명과학 전체를 통틀어 곰팡이가 가장 많이 그리고 자세하게 설명된 부분이 소단원 ‘다양한 생물’의 균계이다. 앞서 이야기한 지구 전체 생물의 6계중의 하나인 균계를 설명하는 부분인데 2쪽 전체를 곰팡이 이야기를 다루기는 하나, 식물 4쪽, 동물 9쪽에 비하면 분량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먼저, 곰팡이를 원생생물 다음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식물 다음에서 다룬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많은 경우 생물을 다룰 때에 고세균, 진정세균, 원핵생물, 곰팡이, 식물, 동물 순으로 다루는데 이 교과서는 곰팡이를 원생생물과 식물 사이가 아니라 식물과 동물사이에서 다룸으로서 곰팡이의 동물과의 유사성을 강조할 뿐만이 아니라 곰팡이가 고등생물임도 함께 강조되었다.
여기에서 곰팡이계의 이름에 대하여도 이야기하고 넘어가자. 이 교과서에는 곰팡이계(Kingdom Fungi)를 균계(菌界)로 칭하였다. 菌은 곳간에 난 풀로 버섯을 칭하는데 버섯은 곰팡이를 대표하므로 곰팡이계를 균계로 칭하는 것도 타당하다. 하지만 菌앞에 세(細)가 붙으면 세균이 되고 병원이 붙으면 병원균이 되는 것처럼 균은 현재에 거의 미생물을 뜻하는 글자로 넓게 쓰인다. 따라서 균계는 미생물계와 같은 넓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곰팡이를 세균 등의 다른 그룹과 구분하기 위하여 진짜 균, 진균(眞菌)이라고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영어에서도 곰팡이계를 나타낼 때에는 대문자로 시작하는 Fungi를 쓰든지 true fungi라는 용어를 쓴다.
생명과학 책속의 (진)균계에서는 먼저 이 계에 대한 총론적인 설명을 하고 이 계를 구성하는 접합균류, 자낭균류, 담자균류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일부 오류 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먼저 접합균류의 예로 털곰팡이, 검은빵곰팡이, 거미줄곰팡이를 들고 있는데 털곰팡이는 Mucor 속을 칭하는 것으로 문제가 없으나, 거미줄곰팡이는 일본에서는 Rhizopus 속을 칭하나 우리나라에서는 한글이름으로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 특히 검은빵곰팡이는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일반화된 곰팡이 이름이 아니다. 일부 서양문헌에서 black bread mold로 Rhizopus가 나오기는 한데 이것이 맞다면 이는 또한 거미줄곰팡이와 중복되는 명칭이다.
또한 자낭균류로 언급된 붉은빵곰팡이, 누룩곰팡이, 효모, 동충하초 중에서 누룩곰팡이는 Aspergillus 속을 칭하는 것으로 생각되나 이 속에 대한 한글이름 역시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논란이 있는 누룩곰팡이 대신에 가장 친숙한 푸른곰팡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자낭균의 대표 그림으로 푸른곰팡이를 보여주는데(그림 III-54) 이 그림에서 분생포자경을 가리키면서 균사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같은 그림에서 conidiophore를 분생자병으로 칭하였는데 함께 설명되어 있는 분생포자와 대응이 될 수 있도록 분생포자경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11) 균학에서 흔히 다루는 물곰팡이(난균류)와 딕티오스텔리움(점균류)이 원생생물계에서 다루어졌다. 이는 최신 분류 체계를 따른 타당한 분류이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난균류와 점균류가 원생생물계에서 다루어졌다는 이야기는 이들이 균계(菌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이들은 모두 균류라는 이름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곰팡이계를 균계라고 하는 것보다 진균계로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생명과학 I에서 다른 생물체 및 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을 다룬 단원 ‘자연속의 인간’에서도 곰팡이는 3번 언급된다.
4) 소단원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의 이용’에서 생물종다양성을 언급하며 지구상에는 약 150만종의 생물이 존재하는데 그 중에 균류가 69,000종(그림 IV-49)을 차지한다고 되어 있다. 영국왕립식물원에 의하면 곰팡이는 2018년까지 144,000종이 보고되었다(Willis, 2018). 생명과학 책이 2011년에 출간된 것을 감안하드라도 너무나도 과소평가되었다. 참고로 최근에 곰팡이는 1년에 약 2000종이 신규로 보고되고 있다.
5) 같은 소단원의 생물자원의 가치부분에서 버섯이 식량자원으로 개발된 사례로 표고버섯 원목재배 그림이 소개된다. 이것도 곰팡이가 사용된 좋은 예이기는 하지만 이외에도 곰팡이는 효소와 같은 식품제조, 로바스타딘, 사이클로스포린 등의 의약품 개발 등 무궁무진한 용도가 있는 생물자원인데 농업적 이용으로만 간략히 언급되어 아쉽다.
3) 곰팡이의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생물 쓰레기를 다시 토양으로 환원시켜 새로운 생물이 다시 자라게 하는 분해자의 역할이다. 이런 중용한 역할이 ‘자연속의 인간’, ‘생태계의 구성과 기능’에서 다음과 같이 단 한줄로 표현된다. “분해자는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에 들어 있는 유기물을 무기물로 분해하여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생물로 세균이나 곰팡이, 버섯 등이 속한다.” 분해자에 대한 부분은 생산자, 소비자에 못지 않게 더 충분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측면의 곰팡이가 언급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4) ‘자연속의 인간’ 단원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생명과학 I의 단원 3 ‘항상성과 건강’의 ‘방어작용’에 병원체로 나온다. 병원체로 주로 세균과 바이러스를 다뤘지만 다음 문장과 같이 곰팡이가 언급이 되기는 한다. “감염성 질환은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기생충 등이 우리 몸에 침입할 때에 발생한다. 이와 같이 질병을 일으키는 생물체를 병원체라고 한다.”
사실 심한 병은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이 일으키고, 곰팡이는 그저 무좀, 비듬 정도인데 같은 대열에 서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곰팡이도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기는 하니 억울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곰팡이를 빼주거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드물게 또는 약하게 인체에 감염한다는 말을 넣어 주면 좋겠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곰팡이는 약 14만종이 있다. 이 들 중에서 곰팡이를 대표할 수 있는 스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고등학교 생명과학은 페니실린을 생산하는 푸른곰팡이(Penicillium rubens), 비들과 테이텀의 1유전자 1효소설 실험에 사용된 붉은빵곰팡이(Neurospora crassa) 그리고 술과 빵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를 뽑았다. 특히 앞선 두 곰팡이의 연구자는 노벨상까지 수상하였다.
1) 페니실린, 세균의 공격으로부터 인간을 지켜낸 기적의 약으로서 이 발견으로 인간의 수명이 10년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과학사에서 페니실린의 발견은 인터넷 발달에 이은 20세기의 2번째로 중요한 발견으로 친다. 그러니 생명과학에서도 자세히 언급할 수밖에. 생명과학I의 1 단원인 '생명과학의 이해'의 쉬어가는 페이지에서 플레밍의 페니실린의 발견을 1쪽 전체에서 다룬다.
그런데 내용이 2%쯤 부족하다. 먼저 플레밍의 실험실로 날아든 곰팡이의 현재의 정확한 학명은 Penicillium rubens이다. 이 곰팡이는 발견당시는 P. rubrum이었다가 미국의 Thom 박사에 의하여 P. notatum이 되었다. 그리고 1977년부터는 Samson 박사님에 의하여 P. chrysogenum이 되었다가 2011부터는 Houbraken 박사에 의하여 P. rubens로 바뀌었다(Houbraken 등, 2011).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아직도 70년대까지 쓰던 P. notatum이란 학명을 사용하고 있으니 아쉽다.
또 한가지는 푸른곰팡이(Penicillium)이가 생산한 페니실린이 포도상구균을 죽인다는 표현이다. 몇번 나오는데 사실 페니실린은 포도상구균이 증식할 때에 세포벽을 만드는 것을 방해하여 더 이상 증식하는 것을 막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증식하고자 하는 포도상구균이 죽음에 이르기는 하지만 세균을 죽인다는 표현보다는 증식을 억제한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8) 알렉산더 플레밍에 의하여 발견된 페니실린은(1929) 플로리 등이 대량생산 기반을 마련하였고, 미국 제약회사 머크에 의하여 산업화되어, 2차세계 대전 중에 수백만명의 병사의 목숨을 구하였다. 미생물 배양으로 유용한 물질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길을 열게 한 것이다. 생명과학 II의 ‘유전자와 생명공학’의 ‘생명공학기술의 활용과 사회적 책임’에서 생명공학의 효시로 페니실린 생산이 한번 더 언급된다.
9) 그리고 부록에 '중요생물학 연표'에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과 비들과 테이텀의 1유전자 1효소설이 실려 있다. 하지만 페니실린의 발견은 연도가 1945년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는 해당논문이 게재된 1929년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겠다. 1945년은 플레밍이 노벨상을 받은 해이다. 마찬가지로 비들과 테이텀의 1유전자1효소설의 주장도 1958년으로 나오는데 논문이 나온 1941년으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 노벨상을 받은 곰팡이가 하나 더 있는데 1유전자 1효소설 실험에 쓰인 붉은빵곰팡이다. 비들(Beadle)과 테이텀(Tatum)은 붉은빵곰팡이의 포자에 X선을 쬐어 다양한 돌연변이체를 유발하였다. 이들은 유전자가 손상된 부위에 따라 특정 효소를 만들지 못하여, 생장을 위해서 필요한 영양성분이 서로 달랐다. 이 실험을 통하여 특정한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효소를 생산한다는 1유전자 1효소설을 제안하였다. 지금으로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아직 생명의 유전물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1941년에는 유전자의 역할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이 실험에서 붉은빵곰팡이는 단지 실험의 재료였다. 잘 자라고 포자와 균사가 반수체여서 유전 분석이 쉽다는 이유로 유전학 실험에 자주 이용된다. 실상 이 곰팡이는 너무 빨리 자라 실험실을 오염시키는 주범이고 또한 메주발효 시에 메주를 오염시켜 상품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리고 붉은빵곰팡이라고 하는데 실상 우리나라 빵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11) 마지막으로 곰팡이는 식품 발효에서 매우 중요하다. 생명과학 책에서는 발효를 무산소 호흡에 의한 기질의 분해 결과 생긴 물질이 인간에게 유용한 반응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예로 알코올발효, 젖산발효, 아세트산 발효를 들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 장류를 만드는 곰팡이의 호기성 반응에 의한 물질대사는 발효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발효의 정의를 미생물에 의한 기질의 분해결과로 생긴 물질이 인간에게 유용한 반응으로 정의하여 미생물의 산소 호흡에 의한 물질대사도 발효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 소단원의 서문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미생물 중에는 우리의 먹을거리를 풍부하게 해 주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막걸리는 효모로 발효를 시킨 것이고, 요구르트는 우유를 유산균으로 발효한 제품이며, 된장국의 된장도 곰팡이를 이용하여 콩을 발효시킨 것이다.”
여기에서 된장을 곰팡이로 발효했다는 것은 호기성 반응이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바대로 발효에 곰팡이의 호기성 발효를 포함시키는 것이 맞다. 또한 위 예시 문장에서 막걸리는 효모도 중요하지만 누룩곰팡이도 중요하기 때문에 함께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고등학교 생명과학 책을 공부하면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먼저 이미 언급하였지만 지구상의 생명체의 약 10%를 차지하는 곰팡이가 과소 표현되어 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교과서 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두루뭉술하다는 것이다. 접합균을 이야기 하면서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검은빵곰팡이를 포함시키고 자낭균류에는 붉은빵곰팡이, 누룩곰팡이, 효모, 동충하초가 있다고 하고는 그림으로는 푸른곰팡이를 보여주고 푸른곰팡이의 분생포자경을 가리키고는 균사체로 설명하고 있다.
본문에서 언급하지 않았는데 미생물의 많은 현미경 사진이 나온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을 언급할 때도 현미경 사진이 나오는데 크기를 짐작할 수 있도록 배율을 표시하였다. 그런데 그 배율도 정확하지 않다.
같은 페이지 그림의 푸른곰팡이 포자를 측정하여 보면 길이가 10um 이상으로 측정된다. 하지만 플레밍푸른곰팡이의 포자크기는 5 um 미만이다. 아마도 다른 곳에서 사진을 여기에 붙이면서 확대하여 배율이 잘못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 책에 실린 모든 현미경 사진에는 이와 같은 오류가 있다. 게다가 플레밍 푸른곰팡이의 포자는 둥근 모양인데 그림은 타원형이다. 즉 정확하게 플레밍푸른곰팡이 사진이 아니라 유사한 다른 푸른곰팡이 사진을 사용한 것이다.
이를 두고 대충 어느 정도 크기인지만 알면 되지 굳이 몇 um까지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냐고, 그리고 대충 푸른곰팡이면 되지 푸른곰팡이 종까지 정확하게 맞출 필요성이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교과서가 아니라면 모르겠는데 학생을 위한 교과서는 그러면 인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FACT(사실)를 가르치는 자연과학에서는 이런 대충대충을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이다.
왜냐면 고등학교에서 배운 대충대충의 과학이, 대학에서의 실험이 되고, 이것이 우리나라 과학이 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과학의 현장에서도 이런 대충대충이 자주 발견된다.
어쩌다보니 교과서를 비평하는 쪽으로 왔는데 온 김에 한 가지만 더 이야기 하자. 천재교육 출판사의 생명과학 I, II 모두 동일한 6명의 저자에 의하여 집필되었다. 그런데 이들 중에 1분은 생물교육과 교수님이고 나머지 5분은 해당 교수가 재직하는 대학의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직에 계신 선생님이다. 생물다양성을 강조하는 생명과학의 집필진이 모두 한 학과의 졸업생으로 모두 똑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으니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찾아내기가 어렵다. 생물의 다양성을 가르치면서도 막상 생명과학 교과서의 집필진은 다양성이 부족한 역설이다.
생명과학을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는데 부정적인 이야기로 마무리 하자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평소에 이 훌륭한 책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아까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가끔씩 쓴 소리 하는 것도 다양성을 높이는 데 공헌할 것이라 위로하면서 두서없는 글을 맺는다.
<2019. 12. 31. 곰박>
참고문헌.
Houbraken J., Frisvad J, Samson R. 2011. Fleming’s penicillin producing strain is not Penicillium chrysogenum but P. rubens. IMA Fungus. 2:87-95.
Willis K. J. 2018. State of the world's Fungi 2018. Royal Botanic Gardens, K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