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이야기 25
지난 목요일(1.30.) 일 년마다 한 번씩 있는 메주곰팡이 강의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 강의를 일 년간의 메주곰팡이에 대한 동향을 살펴보고 발전된 내용을 보완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지난 4년간의 방랑에서 돌아와 다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기에, 이번에는 그 간의 발전된 내용을 잘 반영하여 제대로 된 자료를 만들어야지 했는데, 역시나 허겁지겁, 준비에 많은 시간은 투자를 하지는 못하였습니다.
다만 작년에 과천과학관, 국회포럼, 합천과 남원의 장류 수업 등에서 발표를 한 바가 있기에 이를 가지고 보완하였더니 발표자료의 전반적인 체계가 좀 더 탄탄해졌다는 느낌은 받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떠돌아다니다가 다시 연구부서로 돌아와서 그런지 심적으로도 훨씬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작년 6월 10일에 올렸던 ‘메주곰팡이도 소개합니다 (곰팡이 이야기 18, https://brunch.co.kr/@seungbeomhong/25)’의 토대 위에 이번 강의 내용을 보완합니다. 작년 글을 쓸 때에 ‘우선 간단한 소개만 올려놓고 후에 시간을 갖고 보완하렵니다.’라고 글머리에 썼었는데 이에 대한 약속 이행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쓰는 ‘2020 메주곰팡이’ 역시 과정 중에 있으며 매년 보완하며 진화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된장찌개, 그리고 어린 시절 밥상의 중앙을 차지했던 간장 종지. 이와 같이 우리나라 음식의 핵심 재료인 장(醬)과 이를 만드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곰팡이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장이란? ‘콩의 영양성분을 미생물이 요리하여 맛있고, 소화하기 좋고, 몸에 좋은 물질로 만들어 놓은 조미료’라 할 수 있다.
전통 된장과 간장은 콩과 물과 소금만으로 만들어진다. 콩은 단백질 40%, 탄수화물 30%, 지방 20%와 기타 영양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 물과 소금만을 더한 된장과 간장은 단백질이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탄수화물이 올리고당, 이당과 단당류로 그리고 지방이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변해져 있다(그림 1).
콩을 이루는 단백질은 글라이시닌, 페오리닌, 레규멜린 등으로 특별한 맛이 없다. 또한 콩의 30%를 차지하는 탄수화물 역시 맛이 없다. 하지만 장에 있는 콩 단백질이 변한 류신, 아이소류신, 라이신, 글루탐산 등의 아미노산은 감칠맛, 단맛을 낸다. 특히 글루탐산은 감칠맛을 내는 대표적인 아미노산이다. 또한 콩 탄수화물이 분해된 장의 올리고당, 이당, 단당 역시 단맛을 낸다. 즉 특별한 맛이 없던 콩이 감칠맛, 단맛을 내는 영양소로 바뀐 것이 장(醬)이다.
우리가 고기(단백질)나 밥(탄수화물)을 먹으면, 입에서 부서지고, 입속의 침이나 위속의 위액 그리고 이자의 이자액 등으로 분비되는 효소에 의하여 아미노산과 단당으로 분해된 후에, 소장에서 모세혈관으로 흡수된다. 우리는 이 과정을 소화라고 한다. 그런데 장(醬)에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소화된 형태인 아미노산, 지방산과 글리세롤, 단당의 형태로 존재한다. 즉 장(醬)에는 입, 위, 장을 통하여 이미 소화된 형태의 영양소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장(醬)은 당연히 몸속으로 흡수가 잘 되고 된장찌개는 밤늦게 먹더라도 부담되지 않는 음식이다.
이 뿐 아니라 장에는 항암, 심혈관질환 예방, 항노화, 면역조절 효과 등의 다양한 기능성을 나타내는 물질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이소플라본이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물질로써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불리는데 갱년기의 여성호로몬 부족으로 발생하는 홍조증, 골다공증 등의 여러 가지 문제를 완화해 준다. 특히 장(醬)에 많이 존재하는 제니스테인은 여성의 유방암에 대하여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참고문헌 필요).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장(醬)은 맛있고, 소화가 잘 되며, 몸에 좋은 물질로 구성된 조미료이다.
그렇다면 누가 장을 만들까? 우리는 좋은 장을 만들기 위하여 장에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고 온갖 정성을 쏟는다. 여기에 세월이 더해져서 좋은 장이 된다. 하지만 이들은 추상적인 관념이지 실체는 아니다. 누가 소화도 잘 안되고 특별한 맛이 없던 콩의 단백질을 소화도 잘되고 맛있는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바꾸었을까? 바로 미생물이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미생물들이 열심히 요리하여 맛없는 콩을 맛있는 장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결국 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콩의 영양성분을 미생물이 요리하여 맛있고, 소화하기 좋고, 몸에 좋은 물질로 만들어 놓은 조미료’라 할 수 있다.
장은 결국 콩을 미생물이 요리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장을 만드는 일은 미생물을 다루는 일이다. 식품의 미생물은 세균, 효모, 곰팡이로 나누는데 효모와 곰팡이는 세균(細菌)에 비하여 진균(眞菌)이라고 한다. 세균, 효모, 곰팡이는 살아가는 곳과 장(醬)을 만드는 데 그 역할이 다르다.
먼저 이들 미생물의 크기 또는 진화 순서를 보면 세균 -> 효모 -> 곰팡이 순으로 진화 또는 고등하다. 생물의 진화 또는 능력을 비교할 때 전체 생물의 DNA 염기서열의 수(유전체)를 비교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세균은 4백만 개(4 Mb), 효모는 12백만 개, 곰팡이는 40백만 개의 DNA 염기서열로 구성되어 있다.
즉 곰팡이는 세균에 비하여 10배 정도 많은 DNA를 가진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곰팡이는 세균에 비하여 훨씬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장을 소화하기 좋고, 맛있고, 몸에 좋은 물질로 정의하였는데 곰팡이가 세균에 비하여 더 복잡한 몸에 좋은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를 역으로 하면 곰팡이가 세균에 비하여 더 나쁜 독소를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곰팡이와 세균의 생장에 필요한 수분량을 비교해 보자. 메주를 만드는 데 있어 수분량 조절은 승패의 핵심 요인이다.
미생물들이 이용하는 수분량을 수분활성도(water activity)로 표기한다. 순수한 물을 1로 하고 물이 적거나 소금물과 같이 다른 용질이 녹아 있을 때는 그 값이 떨어지고, 전혀 물이 없는 상태가 되면 0이 된다. 일반적으로 세균은 수분활성도 0.95 이상에서 자라고 곰팡이는 0.9 내외에서 잘 자라는데 일부 곰팡이는 0.7 (확인 요함)에서도 자란다. 즉 세균은 습도가 높은 데서 잘 자라고 곰팡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서 자란다.
장에 적용해보면 청국장과 낫도는 고초균이라는 세균이 만드는 장이다. 반면에 미소와 낱알 메주는 황국균이라는 곰팡이가 만든 장이다(메주 발효에 한정한다. 만들어진 메주를 소금물에 침지하고 장 가르기 후에 된장과 간장으로 숙성하는 숙성발효의 경우에는 곰팡이가 아니라 세균과 효모가 주로 작용한다). 생각해 보시라. 청국장을 만들 때에, 콩을 삶은 다음에 말리기를 하는가? 반면에 낱알 메주를 만들 때에는 콩을 삶은 다음에 말리는가? 전자는 말리지 않고 후자는 말린다. 이유는 전자는 자라는데 물기가 많이 필요한 세균이 자라고, 후자는 자라는데 물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곰팡이가 자라기 때문이다.
미소를 만들 때에는 수분활성도를 0.95 아래로 엄격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수분량을 세균이 자라는 수준보다 낮춤으로서 바실러스 세레우스와 같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이나 유산균과 같은 신맛을 내는 세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대신에 이 수분활성도에서 미소를 만드는 황국균은 잘 자란다.
우리나라의 덩이 메주(붙임의 용어 정의 참조)는 청국장이나 낱알 메주에 비하여 정교한 수분 조절이 필요하다. 왜냐면 우리의 덩이 메주는 곰팡이와 세균의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덩이 메주의 표면은 잡균의 생장을 막기 위하여 세균도 곰팡이도 자라지 않게 바짝 말린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수분량이 많아지는데 중간층은 곰팡이가 자랄 수 있는 적정 수준 (수분활성도 0.9 내외?)의 수분이 필요하고 가장 안쪽(내부)은 세균이 자랄 수 있도록 수분활성도 0.95 이상의 매우 높은 수분이 필요하다. 결국 덩이 메주는 너무 말려도 안 되고 덜 말려도 안 되고 적당하게 잘 말려야 한다(^-^).
곰팡이와 세균의 공기 공급, 산소요구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덩이메주에서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곰팡이가 자라는 데는 공기가 필요하다. 반면에 세균은 있으면 잘 자라지만 없어도 자란다. 물론 세균 중에는 공기가, 정확하게는 산소가 없어야 자라는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장(醬)으로 가보자, 쉬운 청국장부터. 청국장은 고초균이라는 세균이 만드는 장이다. 세균은 공기에 그닥 민감하지 않다. 따라서 콩을 삶은 다음에 이를 얇게 깔든 두껍게 깔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낱알메주(미소)의 경우에는 황국균, 곰팡이가 만든다. 곰팡이의 생장에는 산소공급이 절대적이다. 콩을 삶은 다음에 이들을 얇게 깔아줘야 한다. 두꺼운 경우에는 중간층에 산소가 공급이 되지 않아 곰팡이가 더디게 자라거나 세균이 오염될 수 있다. 공장에서는 산소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둥근 콩을 압착하여 넓게 만들어 줌으로써 콩과 콩 사이의 공극을 많이 두어 산소 공급을 최대화하기도 한다고 알고 있다.
제일로 복잡한 덩이메주로 가보자. 우리의 덩이메주는 곰팡이도 필요하고 세균도 필요하다. 먼저 표면. 표면은 공기공급 측면에서는 자유롭다. 하지만 오히려 무한정한 공기 공급으로 원치 않는 잡균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수분 공급을 제한하여 미생물의 생장을 막는다.
덩이메주의 중간층은 곰팡이 층이다. 메주의 중간층의 곰팡이 생장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공기공급이다. 즉 이 메주가 곰팡이 중심 메주인지 세균 중심 메주인지가 중간층의 공기 공급에 의하여 결정된다.
덩이메주의 공기공급은 콩의 분쇄 정도와 메주 성형에서 좌우된다. 콩을 얼마나 분쇄하느냐가 공기공급에 매우 중요한데 완전 가루로 만들면 공기 통로가 적을 것이고 콩알 입자가 살아 있으면 공기 통로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다. 다만 너무 적게 찧으면 미생물이 콩 안으로 침투하기가 어렵고 또한 뭉쳐지지가 않는다. 따라서 콩알은 부서지되 어느 정도의 둥근 콩알 모양을 유지하는 것이 공기 공급에는 좋다.
메주성형에서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이 얼마의 힘으로 눌러줘서 성형하느냐는 것이다. 너무 덜 다져지면 모양 유지가 되지 않아 메주가 으스러질 것이다. 대신에 너무 꼭꼭 다져지면 중간층에 공기 공급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님들은 체중을 이용하여 발로 꼭꼭 디뎠다.
과학적으로 잘 표현을 못하겠는데 적절하게 잘 다져야 한다. 메주 구입 시에 분쟁의 대부분이 장가르기 할 때에 메주를 갈라보니 내부에 검은곰팡이 또는 푸른곰팡이가 가득하다는 경우이다. 이것은 메주를 꼭꼭 다지지를 않아 메주 내부에 큰 공간이 생겼고, 즉 산소가 충분하게 공급이 되었고 여기에 곰팡이가 마음껏 자라서 포자까지 형성한 경우이다. 곰팡이는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흰색의 균사로 자라지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
공기공급에서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이 갈라진 틈새, 금 흔히 이야기하는 크랙(crack)이다. 틈새는 위에서 언급한 분쇄 정도, 다져지는 정도, 그리고 말리는 속도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다. 덩이메주의 틈새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곰팡이 측면에서 보면 적당한 틈새는 곰팡이의 생장에 도움을 준다.
미생물과 산소 이야기를 접기 전에 발효 시기에 따른 생장 미생물을 언급하고자 한다. 위에서 언급하였지만 곰팡가 자라는 데는 산소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효모와 세균은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도 자랄 수 있다. 메주를 만들 때(메주발효) 에는 산소 공급이 가능하지만 소금물에 메주가 들어간 이후부터는 즉 숙성발효에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메주발효에는 곰팡이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숙성발효에는 곰팡이는 직접 작용할 수 없고 효모와 세균만이 살아서 영항을 미칠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온도 요인을 살펴보자. 온도 역시 메주발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인인데 수분, 공기와 더불어 온도는 메주발효의 3요소 중의 하나로 들고 싶다.
위에서처럼 쉬운 청국장부터 가볼까? 삶아 놓은 콩은 미생물에게는 잘 차려놓은 밥상이다. 공기 중에 많은 미생물들이 맛있는 콩을 노린다. 이 중에는 식중독균도 있고, 신맛을 만드는 미생물도 있고, 청국장을 만드는 고초균도 있다. 청국장을 만들려면 이 중에서 고초균만이 콩을 먹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초균만의 차별된 특성을 이용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고온이다. 고초균은 42도(?)에서 잘 자라는 고온성 균이다. 이 온도에서 다른 균들은 자랄 수가 없다(정확하게는 고초균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청국장을 만들 때에 삶은 콩을 아랫목에 놓고 불을 떼서 온도를 높여 준다.
반면에 낱알메주를 만드는 황국균은 생육적온이 35도씨 내외이다. 청국장 만들 때만큼 온도를 높이지는 않는다.
덩이메주는 온도 측면에서도 매우 복잡하다. 보통 메주를 12월 초에 만들어서, 말리면서 자연스럽게 1차 발효하고(용어정의 참조), 설 쇠고 2월 초에 아랫목에 켜켜이 쌓은 다음에 띄운다(2차발효). 1차 발효는 지방, 사람에 따라 워낙 다양한데 실외에서 말린다고 보면 온도는 영하에서부터 겨울의 따듯한 날의 낮 기온은 15도(정확한 온도는 아님)까지도 올라간다. 특히 해남 등의 남부 지방은 겨울 낮 기온이 이 지방 말로 솔찬히 높다. 한편 2차발효의 경우에는 이불에 덮여서 아랫목을 차지한 메주는 30도씨 후반 높게는 40도를 넘어서기도 한다.
이쯤에서 곰팡이 생장과 온도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고 넘어가야겠다. 곰팡이는 일반적으로 0도에서부터 50도 정도까지 자라는데(예외 있음) 그 중간인 25도가 곰팡이가 자라는데 가장 무난한 온도다. 온도를 논할 때에 중요한 온도가 4도씨, 25도씨, 37도씨인데 25도씨는 위에서 이야기했고, 4도씨는 음식을 보관하는 냉장고의 온도라서 중요하고, 37도씨는 사람의 체온이기에, 미생물들이 돌변해서 사람을 공격할 수 있기에, 중요한 온도이다.
그림 5는 일부 메주곰팡이의 온도에 따른 생장을 보여주고 있다. 메주를 실외에서 1차발효 하게 되면 저온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는 푸름곰팡이(Penicillium)와 위의 그림에는 없지만 털곰팡이(Mucor)가 자라게 된다. 반면에 아랫목에서 띄우는 2차발효에는 황국균을 포함한 아스페르길루스, 좁쌀곰팡이(Eurotium), 분곰팡이(Scopulariopsis)등의 고온성 곰팡이가 잘 자라게 된다.
2차발효가 한창 진행되면 미생물의 호흡열로 인하여 온도가 40도씨가 넘어서게 되는데 그러면 위에서 이야기한 청국장균, 고초균이 자라게 된다. 덩이메주로 보면 서서히 곰팡이가 메주의 안쪽으로 진군을 하는데 가장 안쪽은 공기가 보급이 안 되어 곰팡이가 도저히 공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때에 2차발효 후반기의 고온이라는 기회를 틈타서 고초균이 일시에 메주의 안쪽을 점령해 버린다.
메주의 미생물 개론이 생장환경과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다음과 같이 정리되겠다. 덩이메주 제조에는 산소, 수분, 온도가 중요한데 메주의 바깥 부분은 산소가 공급되어 곰팡이가 자랄 수 있지만 메주의 내부는 산소가 희박하여 곰팡이가 자라지 못하고 세균이 영향을 미친다. 이는 수분과도 연관이 되는데 수분이 적은 바깥은 곰팡이가, 수분이 많은 안쪽은 세균이 차지한다. 온도는 곰팡이, 세균에 구분 없이 어떤 미생물이 자랄지를 결정하게 한다.
미생물의 생장환경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덩이메주에 대하여 몇 차례 언급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잘 발효된 덩이메주란 어떤 것일까? 메주를 구입해서 장을 담근다면 어떤 메주를 사야 할까?
네이버의 뉴스 라이브러리를 통하여 1900년대 초반부터 신문을 뒤져 봤는데 의외로 잘 발효된 메주 또는 메주 고르기 관한 기사를 찾기가 어려웠다. 69년 4월 18일자 매일경제의 ‘메주고르기’부터 1998년 한겨레신문의 ‘좋은 메주 고르는 요령 - 겉은 노르스름 쪼갠 면 검붉어야’ 같은 제목으로 겨우 수편의 기사가 나오는데 후자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메주는 거죽이 말라 있고 노르스름하며 속은 약간 말랑말랑한 것이 잘 뜬 것이고, 표면이 거무스름하고 끈적거리며 축축한 듯하면 제대로 뜬 것이 아니다. 겉이 노르스름하되 붉은색이 섞여 있어야 좋고 쪼갠 면이 잘 떠서 검붉게 보여야 한다. 곰팡이는 흰색, 노란색을 띠어야 하는데 , 파랗거나 검은빛을 띠면 잡균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런 메주로 장을 담그면 곰팡내가 난다.’
읽어 보면 그럴듯한데 막상 이를 실제에 적용해보고자 하면 너무 추상적이고 구체성이 부족하여 이대로 메주를 사기는 쉽지 않다. 몇 군데를 읽어보아도 같은 내용의 반복이다. 즉 신문지상에서는 좋은 메주 고르기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미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잘 뜬 메주는 어떤 것일까?
먼저 메주의 내부는 암갈색(초코렛색)의 고초균이 잘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내부에 고초균이 많이 생장할수록 장담그기 시에 수용성 영양분이 많이 녹아나와 진한 간장이 된다(그림 7 우상). 다음 중간층은 곰팡이 실이 많이 보이면 좋다. 곰팡이에 의한 대사물질의 생성을 좌우하는 부분이다(그림 7, 우상).
마지막으로 표면은 잘 말라있되 중앙부위가 가장자리보다 함몰된 것이 좋다. 경우에 따라 이 함몰된 부위에 흰색(분곰팡이) 또는 청색곰팡이(좁쌀곰팡이)가 피어 있을 수 있으나 판매 메주의 경우에는 이 곰팡이를 떨어내고 출하한다(그림 7 좌와 우하).
결국 우리 전통의 덩이메주는 내부에는 세균이, 중간층에는 곰팡이가 잘 발단된 것을 일반적으로 좋은 메주로 본다. 이는 고초균을 이용한 낫도와 황국균을 이용한 미소의 효과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2장에서 메주의 미생물과 이들의 생장환경에 대하여 개론적으로 이야기했다. 이제 해당 미생물인 세균과 곰팡이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자.
먼저 세균.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메주의 세균에 대하여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할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한 장의 데이터로 장(醬)을 만드는 과정에서 세균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으로 일단 갈음하고 향후 공부하여 보완하고자 하오니 양해 바랍니다.
위의 데이터는 전북대학교 엄태붕 교수님 실험실에서 연구한 데이터이다. 볏짚과 메주, 초기된장, 그리고 숙성 된장에서 세균 속별 조성을 비교하였는데 그림에서 검은색, 고초균속(Bacillus)을 유의 있게 보면 된다. 볏짚에서 고초균속은 전체 세균 중에서 1% 미만으로 보이는데, 메주에서는 약 75%, 초기된장에서는 80%, 그리고 숙성된장에서는 전체세균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장을 만드는 세균 중에서는 고초균이 절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곰팡이를 대표할 수 있는 특징이 뭘까요? 모든 생물에서 최고의 가치는 먹고사는 것과 자식을 만드는 일입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지요. 20대 말까지는 우짰던 먹고살라고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하여 공부합니다. 그러다가 직장을 잡아 먹고 살 것이 해결되면, 이젠 결혼하여 자식을 만들고 키우느라 평생을 보냅니다. 그래서 자식을 출가시키면 생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하죠?
곰팡이는 먹고살기 위하여 곰팡이 실 균사를 만듭니다. 균사의 특징은 가늘고 길기 때문에 어디든 잘 침투합니다. 바늘을 생각해 보면 되죠! 어디든 침투하여 먹이를 확보한 다음에는 이동을 위해서 또는 악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포자를 만듭니다. 곰팡이에게 포자는 사람의 자식과 같은 거죠. 그럼 곰팡이가 균사를 이용하여 어떻게 먹이를 확보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메주 발효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곰팡이는 균사를 만들죠. 균사는 가늘고 길어 어디든 침투를 잘합니다. 그림 9에서 곰팡이를 표고버섯이라고 하고 회색 바탕을 참나무라고 가정합시다. 참나무를 뚫고 들어간 표고버섯은 어쨌든 나무속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사람이라면 손이 있으니 먹이를 구하여 입으로 가져가고, 입으로 들어가면 이빨이 있어 잘게 부술 수가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입속의 침에서, 이자에서, 위에서 다양한 분해효소가 나와서 잘게 잘게 부서지고 결국 소장의 벽면에 있는 모세혈관을 통하여 핏속으로 들어갑니다. 핏줄은 우리 몸의 고속도로이니 영양분이 필요한 어느 곳으로라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한치의 틈도 없는 딱딱한 참나무 속에 들어간 표고버섯은 어떻게 먹고 살까요? 손도 이빨도 없는 곰팡이에게 유일한 무기는 효소입니다. 곰팡이는 참나무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사방으로 분비합니다. 그런 다음 참나무가 그 효소에 의하여 녹기를 기다립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늦어서 그렇지 결국 그 딱딱한 참나무가 녹아서 포도당과 같은 작은 분자가 됩니다. 그러면 우리 몸의 소장에서 모세혈관으로 영양분이 흡수되듯이 곰팡이의 균사로 영양분이 흡수가 됩니다.
다양한 도구와 소화기관을 갖춘 사람은 먹은 지 몇 시간 만에 영양분을 흡수하지만 곰팡이는 수개월이 걸려 나무를 소화시켜 흡수를 합니다. 그러나 시간에서 차이가 날 뿐이지 결국 큰 먹이를 효소에 의하여 잘게 부수어 흡수하는 원리는 같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참나무를 차근차근 분해하여 영양분을 흡수한 표고버섯은 이듬해가 되면 자손을 퍼뜨리기 위하여 자실체라는 버섯으로 나무를 뚫고 나오지요!
표고버섯을 통하여 설명을 하였지만 곰팡이의 생존 방식은 1) 효소를 무차별 분비한다. 2) 효소가 큰 먹잇감을 아주 작은 영양소로 분해한다. 3) 균사를 통하여 잘게 잘라진 영양분을 흡수한다.입니다.
곰팡이는 자기가 먹고살기 위하여 무차별 효소를 분비하여 복잡한 구조를 잘게, 잘게 부숩니다. 하지만 이것을 지구 상의 생태적인 측면에서 보면 곰팡이는 식물이나 동물, 특히 식물의 사체를 잘게 분해하여 다시 토양으로 환원하는 분해자입니다. 즉 식물이 생산자라면 곰팡이는 생산한 것을 다시 토양으로 돌리는 분해자이죠.
이것이 메주와 어떻게 연관되느냐고요? 1장에서 설명하였지만 콩은 사람도 소화하기 어렵고 곰팡이도 흡수하기 어려운 거대 단백질과 탄수화물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콩을 삶아서 으깨 놓으면 곰팡이는 좋은 먹잇감을 발견하고는 얼렁 착륙하지요. 그리고는 균사를 내어 사방으로 침투하고 무차별 효소를 분비합니다. 그러면 콩의 거대 분자들이 곰팡이와 사람 모두에게 맛도 좋고, 먹기도 좋은 작은 영양성분으로 바뀌죠. 이때에 사람은 여기에 소금물을 부어 곰팡이의 생장을 중지시킵니다. 즉 곰팡이가 만들어 놓은 먹이를 곰팡이가 못 먹게 하고 가로채는 것입니다.
즉 1장에서 장을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는 조미료라고 했는데, 곰팡이가 효소를 분비하여 뭐든지 분해하는 분해자의 특징을 잘 이용하여 만든 것이죠.
곰팡이의 또 다른 특성 중에는 이차대사물질의 생산이 있습니다. 참고로 2차 대사물질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당류, 아미노산, 지방산, 염기 등의 1차대사물질을 제외한 물질을 말합니다.
그림 9를 다시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곰팡이는 자기가 먹기 위하여 효소를 사방에 분비해 놓고 큰 분자의 먹이들이 작은 분자로 분해되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먹이가 작은 분자로 분해되어도 곰팡이의 균사벽을 통하여 서서히 흡수되는데, 그 사이에 다른 생물체가 자라서 곰팡이가 분해한 영양분을 가로채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세균인데, 곰팡이는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곰팡이가 개발한 것이 이차대사물질이라는 저해물질입니다.
이러한 저해물질의 대표가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죠. 곰팡이가 생성하는 항생제는 페니실린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러분이 감기약을 처방받았다면 약봉지를 한번 보세요. 거기에는 세팔로스포린이라는 항생제가 있을 것인데, 이 세팔로스포린 역시 세팔로스포리움(Cephalosporium)이라는 곰팡이가 분비한 저해물질 중의 하나입니다.
곰팡이가 만든 이차대사산물 중에는 로바스타틴이라는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저해하는 물질이 있는데 이것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곰팡이가 홍국균입니다. 따라서 홍국균이 자란 홍국쌀에는 로바스타틴이 있고, 이것을 먹게 되면 콜레스테롤 합성이 저해되어, 혈관에 찌꺼기가 쌓이지 않게 되고 피의 흐름이 원활해지지요.
이러한 이차대사산물이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곰팡이 독소들, 아플라톡신, 오클라톡신, 시트리닌 등의 곰팡이 독소가 바로 곰팡이가 생성한 이차대사물질입니다. 독버섯의 독도 결국 곰팡이독소 중의 하나입니다. 곰팡이는 다른 생물과 경쟁하기 위하여, 오직 자신을 위하여 이차대사물질을 분비하는데, 인간은 이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 기능성 식품, 의약품이라고 하고 해가 되면 곰팡이독소라고 합니다.
장(醬)에서 곰팡이가 하는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이 기능성 물질 생산에 관계된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고등한 곰팡이가 세균보다 능력이 월등합니다. 1장에서 한번 언급하였습니다만 이소플라본이라고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유사하여 여성 갱년기 질환의 치유에 도움을 주는 물질인데 일단 총량에서 된장은 콩, 청국장보다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그림 10).
실질적인 기능에 있어서는 유리 이소플라본의 양이 중요한데 이를 보면 콩보다는 청국장이, 청국장보다는 된장이 월등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세균만이 발효한 청국장보다는 곰팡이와 세균이 함께 발효한 된장이 유리 이소플라본을 훨씬 많이 함유하고 있다, 즉 곰팡이가 이런 이차대사물질을 만드는 데는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된장의 이소플라본 부분은 공부와 보완이 더 필요합니다.)
곰팡이가 좋은 기능성 물질을 내어서 인간에게 이롭게 하는 반면에 곰팡이독소를 내어 버섯 중독을 일으키는 등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곰팡이를 논하자면 이들의 안전성에 대하여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하여는 제가 다른 글에서 한번 다룬 바가 있기 때문에 (곰팡이 괘씸죄, https://brunch.co.kr/@seungbeomhong/11) 올해는 이것으로 갈음하고 다음에 다시 한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매우 많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인데 시간이 없어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번에는 지난번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필자는 2008년부터 전국의 농가, 장류업체, 맛집을 돌며 300여 개의 메주를 수집하고 이로부터 1500여 균주의 곰팡이 분리하였다. 이들은 101종으로 동정되었다.
메주에는 이제까지 일본의 미소 곰팡이로 알려진 황국균(Aspergillus oryzae)이 주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필자의 연구결과 털곰팡이(Mucor), 솜사탕곰팡이(Lichtheimia), 푸른곰팡이(Penicillium), 좁쌀곰팡이(Eurotium), 분곰팡이(Scopulariopsis) 등이 함께 우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메주에는 흑국균(Aspergillus luchuensis, Aspergillus niger, Aspergillus tubingensis), 홍국균(Monascus), 로퀘포르티 푸른곰팡이(Penicillium roqueforti)와 같이 치즈를 만드는 균 등 발효 능력이 우수한 균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또한 지역별로 보면 전라도와 제주도 지역은 털곰팡이류(Mucor)와 푸른곰팡이류(Penicillium), 경기도를 포함한 중부지역은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와 분곰팡이(Scopulariopsis)가 우점하고 있어 지역마다 다른 장맛을 내는 하나의 요인이 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메주 구입처에 따라서도 곰팡이가 서로 달랐는데 재래시장 메주에서는 접합 균류 중 털곰팡이류(Mucor)가, 대형할인마트 메주에서는 접합균류중에서 솜사탕곰팡이(Lichtheimia)가 우세하였다.
메주 제조 공정별로도 초기의 건조(저온발효) 시에는 저온성곰팡이인 털곰팡이(Mucor), 가지곰팡이(Cladosporium), 푸른곰팡이(Penicillium)가 주로 발생하였고 후기 발효(고온발효)시에는 솜사탕곰팡이(Lichtheimia),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가 우점하였고, 마지막 건조 및 보존 시에는 좁쌀곰팡이(Eurotium), 분곰팡이(Scopulariopsis)가 우점하였다.
우리의 전통메주로 만든 장(醬)은 황국균(Aspergillus oryzae) 하나의 곰팡이만을 사용하여 낱알메주로 만드는 일본의 미소와는 달리, 메주 제조 시기에 따른 다양한 곰팡이와 세균이 함께 작용하여 일본 미소에 비하여 깊은 맛을 내는 것으로 판단된다.
메주에서 분리한 1,500여 균주 가운데에서 생물학적 종, 지역, 맛집을 대표하는 431 균주를 선발하여 국가의 생명자원으로 등록하고, 농업미생물은행(KACC)에 장기 보존하였다. 이들 메주곰팡이는 -196℃의 액체질소, 동결건조앰플로 중복 보존되어 100년 후에도 활용이 가능하며, 보존된 메주곰팡이 자원은 장류 연구를 위한 생물자원으로써 산업체와 연구계에 공급되고 있다.
메주곰팡이를 공부하면서 받는 질문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메주에 핀 곰팡이 사진을 보여 주면서 이것이 이로운 것인가? 해로운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이는 마치 사람 사진을 보여 주면서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묻는 것과 유사하다.
위의 사진은 Aspergillus oryzae/flavus라는 곰팡이 사진이다. 잘 아시는 것처럼 Aspergillus oryzae는 미소와 사케를 만드는 그 유명한 황국균이다. 반면에 Asp. flavus는 곰팡이독소 중에서 가장 독하다는 아플라톡신을 생산하는 균이다. 우리나라 메주에서 분리한 균은 대부분 Asp. oryzae였고 극소수가 Asp. flavus 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을 정밀 분석하지 않고는 서로 구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메주에 핀 곰팡이를 분리하여 유전자분석을 하든지 아니면 이를 키워서 실제 아플라톡신을 만들었는지를 확인하여야 이 곰팡이가 이로운 것인지 해로운 것인지를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이때에 비용이 수백만 원이 든다. 결국 가정집에서 먹는 장에 핀 곰팡이가 이로운지 해로운지 알려고 분석을 하려면 그 가정의 수개월치 식비가 드니, 그 곰팡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이 그냥 먹는 수밖에 없다.
결국 메주에 핀 곰팡이 독소 문제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걸로 생각한다. 왜냐면 1) 대부분 곰팡이들이 독소를 생산하지 않는 착한 곰팡이이고, 2) 설령 독소를 만드는 곰팡이가 출현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메주 전체에 피지는 않고, 일부 메주에 피어 소량의 독소를 만든다. 또한 3) 설령 메주에서 독소가 만들어지더라도 우리는 메주를 먹지 않고 6개월 이상 숙성 발효된 된장과 간장을 먹는데, 이 발효기간에 독소들이 많이 분해된다. 4) 마지막으로 우리는 된장과 간장을 먹거나 마시는 것이 아니고 조미료로 소량 첨가하여 먹는다.
하지만 메주곰팡이의 독소 생산에 대하여는 늘 주의는 하여야 한다. 특히 대량 생산하여 판매까지 하는 경우에는 내가 만든 음식이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식약처에서 제시한 기준대로 아플라톡신, 오클라톡신 등의 6개 독소는 검사 후에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곰팡이독소 이야기가 생각 외로 길어졌는데, 메주의 자연 발효의 경우에는 공기 중에 떠다니든 곰팡이가 우연히 메주에 정착하여 자라게 된다. 따라서 올해 운 좋게 장맛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내년에 그 맛을 보장할 수가 없다. 위에서 제시한 독소 문제도 그렇고 재현성 문제도 그렇고, 규모가 커지게 되면 자연에 존재하는 우연한 곰팡이를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우수한 곰팡이를 골라서 이를 사용함으로써 문제점을 해결할 수가 있다.
따라서 국가와 기업에서는 토종 메주곰팡이의 종균화 연구를 하고 있다. 저자가 소속된 기관에서는 전통 메주에서 분리한 1500여 개의 곰팡이 중에서 콩의 단백질을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잘 분해하는 곰팡이를 분리하고 이들을 이용하여 장을 제조하였다. 그 결과 아미노태 질소함량이 높고 글루탐산 등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을 기존 사용 균주에 비하여 우수하게 생산하는 균주를 다수 선발하고 특허 등록하였다.
이들 중에서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식품원재료로 등록된 곰팡이는 바로 산업화가 가능하였으나, 그렇지 못한 곰팡이의 경우에는 실제 전통메주에 흔히 존재하며, 전통 장류의 맛과 기능성에 큰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산업화가 가능하지 않다.
된장의 경우에는 기업에서 양산된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아직 50%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기업 생산 된장이 아직 전통방식으로 덩이메주를 만들어 담는 된장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기업에서 양산 시에 사용하는 미생물이 전통적으로 만드는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에 산·학·관이 힘을 합쳐 전통된장의 깊은 맛을 내는 미생물을 찾고 있다. 이 미생물은 한 종류일 수도 있고 여러 종류일 수도 있다. 이 미생물(들)을 찾은 후에는 이 미생물(들)이 우리 몸에 안전하다는 입증을 하여야 한다. 그런 후에 식약처에 원재료 등록을 마쳐야 기업에서 양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면 이제 집된장 맛나는 장을 슈퍼에서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집과 소규모 전통 장류업체에서 만드는 장은 프리미엄 장으로 유통되어야 하고, 또한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잘 보존되어야 한다.
(6. 전통 메주곰팡이의 산업화 부분은 현재 진행 중인 연구이기 때문에 상세하게 기술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일이 지나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가 된 이후에나 여기에 상세히 기술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작년에 작성했던 자료에 살을 붙여서 내용을 보완하였습니다. 내용이 여전히 부족하고 허점투성이입니다. 게다가 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아 그나마 제가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도 표현도 서투른 것이 많습니다. 이 점에 대하여 매우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공유하는 것은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가 의견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것보다는 일단 질러 놓으면 그만큼이라도 기록으로 남는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계속 고치고 공부하면 되니까요.
이 글을 정리하면서 좋았던 부분은 틀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즉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부분을 공부해야 할지가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앞으로 계속 공부하면서 보완하고자 하오니 독자분들의 많은 질책과 의견을 부탁합니다.
※ 이 글은 저자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작성한 글로서 소속기관의 정책방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또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글로서 이용 시에는 반드시 추가의 확인 과정을 거치 시기 바랍니다.
<2020. 02.02., 곰박>
위에서 언급한 용어들은 아래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였습니다.
- 메주 발효 : 콩을 삶은 후부터 소금물에 침지하기 전까지의 발효. 덩이메주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콩을 삶고, 찧고, 성형하고, 1차발효(건조), 2차발효(띄움), 건조의 과정을 거친다.
- 숙성 발효 : 메주발효 이후의 먹기 전까지의 발효로 소금물 침지, 장가르기, 된장・간장 숙성의 과정을 거친다.
- 메주 1차발효 : 덩이메주 제조 시에 성형부터 띄우기(2차발효) 전까지의 발효로 주로 성형된 덩이 메주를 매달아서 말리는 중에 일어나는 발효를 말한다. 날씨가 따뜻한 남부지방이나, 중부지방의 실내에서 메주를 말릴 경우에는 1차 발효에 다양한 저온성 곰팡이들이 관여한다.
- 메주 2차 발효 : 건조된 메주를 고온에서 띄우는 과정을 말한다. 민가에서는 주로 건조된 메주를 온돌의 아랫목에 켜켜이 쌓고 이불을 덮어서 온도를 높여주는데 이때에는 고초균과 고온성곰팡이가 주로 역할을 한다.
- 덩이메주 : 콩을 삶은 후에 찧고 모양을 만든(성형한) 메주. 목침이나 책형의 육각기둥, 얕은 원기둥 모양이 일반적이나 작은 것은 구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 낱알메주 : 콩을 삶은 후에 뭉치지 않고 낱알 상태에서 발효하는 메주. 본문에서는 황국균을 접종하여 발효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콩알메주라고도 한다.
- 청국장 : 콩을 삶은 후에 40도씨 이상으로 온도를 올려서 짚이나 공기 중의 고초균으로 발효한 장을 말한다. 낫도 와는 종균의 접종 여부에 따라 구분하였다.
- 낫도 : 콩을 삶은 후에 낫도균(고초균)을 접종하고 온습도와 공기 등을 엄격하게 제어하여 발효한 장. 일본에서 생산된 것을 말한다.
- 미소 : 콩을 삶고 성형 없이 황국균을 접종한 후에 온습도와 공기 등을 엄격하게 제어하여 메주 발효한 후에 간장 빼기 없이 숙성 발효한 장. 일본에서 생산된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