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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박 Mar 02. 2019

황국균과 그의 나쁜 형 플라부스와의 수상한 별거

곰팡이 이야기 6



세상에서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주는 곰팡이 황국균(Aspergillus oryzae)과 강력한 발암력을 가진 곰팡이독소 아플라톡신(aflatoxin)을 생성하는 플라부스균(Aspergillus flavus)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고 이들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이는 조호철 님의 요청에 따라 작성하게 되었다.



1. 황국균(Aspergillus oryzae)


황국균은 어디서나 잘 자라고 빨리 자라며 많은 포자를 만들어 종족을 쉽게 퍼뜨린다. 검은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 niger)와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곰팡이 종족으로 꼽힌다. 이 곰팡이는 아밀라아제(amylase), 프로테아제(protese)와 같은 소화효소를 다량 분비하기에 일본은 술을 만들고 장을 담는데 이 곰팡이를 이용해왔다.  


일본 출신 Takamine Jokichi (高峰譲吉, 1854–1922)는 미국에서 ‘황국균을 이용한 Takadiastase의 제법(1894)’이라는 특허로 당시에 3천만불 이상의 돈을 벌었다. Takadiastase는 황국균이 생성하는 아밀라아제에 대한 별칭이며 이 특허는 미국에서 미생물이 생성하는 효소에 대한 첫 번째 특허로도 유명하다.


황국균의 경제적 가치는 2004년에 이미 일본 GDP의 1%에 해당하는 5조엔이 넘는 것으로 평가 되었으며(Ichishima) 경제적 측면뿐만이 아니라 일본에서의 문화, 역사적인 중요성으로 일본은 이 곰팡이를 나라곰팡이(國菌, National fungus)로 지정하였다(2006). 즉 일본의 국화가 벚꽃인 것처럼 일본의 대표 곰팡이는 황국균이다.


역사에서 이 곰팡이의 첫 등장은 BC 300년의 주례(周禮, Zhouli)라는 책이다. 이 책은 이 곰팡이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곰팡이가 핀 누룩(麴, qu)을 언급하고 있다. 


이 곰팡이에 대하여 공식적인 학명을 붙인 사람은 독일인 Herr Ahlburg이다. 메이지유신(1868)으로 문호를 개방한 일본은 서양의 저명학자를 대학 교수로 활용하였는데 동경대학 교수였던 Ahlburg는 일본주(사케)를 만드는 쌀 코지로부터 곰팡이를 분리하고 Eurotium oryzae라는 이름을 붙였다(Dingler's Polytechn. J., 1878). 쌀(벼, Oryzae sativa)에서 유래한 좁쌀곰팡이(Eurotium)라는 뜻이다(좁쌀 곰팡이는 6월 30일의 글에서 다룬바 있다). 하지만 이 곰팡이는 Ahlburg의 주장과 달리 Eurotium의 노란 폐자낭각을 만들지 않기에 당시 유명한 독일 미생물학자인 Ferdinand Cohn(1828-1898)은 속명을 Aspergillus로 바꾼다(Jber. schles. Ges. vaterl. Kultur, 1884). Cohn이 바꾼 이 학명 Aspergillus oryzae (Ahlburg) Cohn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2. 풀라부스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 flavus)


1960년 5월, 영국의 칠면조가 알지 못하는 병으로 죽어가기 시작했고 8월에는 무려 10만마리가 죽었다. 이 병은 같은 지역의 꿩, 오리에는 문제가 되지 않고 칠면조에만 문제가 되었으며 한 동안 그 병명을 알지 못하였기에 ‘칠면조 X 병(Turkey X disease)’로 명명되었다. 원인을 알기 위하여 수의사들이 부검하였을 때에 칠면조의 간이 심하게 괴사되어 있었다. 이는 칠면조가 유해한 독소를 섭취하였다는 것이고 남아메리카에서 온 땅콩 깻묵 사료를 의심하게 되었다. 


과연 남아메리카로부터 배에 실려 온 땅콩깻묵에는 많은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자외선을 조사하였을 때에 푸른빛을 내는 아플라톡신이 다량 관찰되었다. 칠면조 X 병을 일으켰던 장본인은 곰팡이독소 아플라톡신이었고 이 독소는 Aspergillus flavus에 의하여 생성되었다. 아플라톡신(afla-toxin)이라는 용어도 A. flavus에서 온 독소라는 뜻이다. 


이 곰팡이는 황국균 보다는 69년 전인 1809년에 Link에 의하여 Aspergillus flavus Link로 명명되었다. 이 곰팡이는 노란색으로 자라는데 종명 flavus는 황색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이 곰팡이를 황곡매(黃曲霉)라고 하고 A. oryzae는 米曲霉로 부른다.  



3. 황국균과 풀라부스 아스페르길루스의 수상한 별거


사케용 쌀 종국으로부터 분리된 곰팡이가 Ahlburg, Cohn에 의하여  Aspergillus oryzae로 명명된 이래 일본에서는 사케 뿐만이 아니라 미소, 간장용 쌀, 보리, 밀, 콩 등의 다양한 코지로부터 곰팡이를 분리하고 동정하였다(Takahashi, 1909). 이들은 대부분 A. oryzae와 그 변이종(variety)으로 동정되었다. 


하지만 서양 학자들이 일본의 코지에서 유래한 A. oryzae와 그 변이종들을 조사하였을 때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코지로부터 분리된 A. oryzae와 그 변이종은 A. flavus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고 A. flavus와 A. oryzae 사이에는 많은 중간형 곰팡이 들이 존재하였다(Thom & Church, 1921, 1926). 이들은 일본학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A. oryzae와 그 변이종들로 기록하기는 하였으나 A. flavus와의 차이에 대하여 석연치 않아 하였다.  


두 종 사이의 명확한 구분점을 찾지 못하면서 A. oryzae는 A. flavus와 별개의 종이 아니라 A. flavus를 오래동안 실내에서 배양하면서 가축화(domestication)한 변이종(variety)이라는 주장이 설득을 얻기 시작하였다(Ohtani, 1938; Saito, 1943; Ohara, 1952; Nehira, 1957). 


하지만 일본학자들은 A. oryzae를 A. flavus 또는 그 변이종이라고 강하게 주장 할 수는 없었다. 일본 발효 곰팡이의 대명사, 일본 곰팡이의 자존심인 A. oryzae를 가장 해로운 곰팡이 A. flavus에 포함시킬 수 없었고 실리적으로도 코지 곰팡이를 A. flavus로 수정할 경우에 일본 발효식품의 수출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결국 Aspergillus 분류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The genus Aspergills (Raper & Fennell, 1965)’에서도 포자의 거친 정도와 배양 시의 색깔이 서로 다르다는 빈약한 설명으로 두 종을 서로 구분하였다. 특히 일본 국세청 주류총합연구소의 Murakami 박사는 A. oryzae를 A. flavus와 구분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 Aspergillus의 flavi 섹션의 다수 종들을 발효곰팡이 종들은 A. oryzae그룹에 기타 야생 곰팡이 종은 A. flavus 그룹으로 구분하였다(1971). 즉 일본과 이에 친분이 있는 서양학자들은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A. oryzae를 A. flavus와 구분하고자 노력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분자생물학이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형태적특성에 의존하던 곰팡이 분류에도 분자생물학이 도입되었다. 형태적 특성에는 주관적인 의도의 개입이 가능하였다면 분자생물학 특성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존한다. 사람들의 용도 관점에 의하여 어정쩡하게 다른 종으로 분류되었던 A. oryzae와 A. flavus에게도 분자생물학적인 방법에 따른 객관적인 엄정한 기준이 적용되게 되었다. 


미국 ARS culture collection의 Kurtzman은 A. oryzae와 A. flavus에 대하여 DNA 교잡법(DNA-DNA hybridization)을 실시하였는데 두 종이 100% 상동성을 보였다. 이는 두 종의 유전자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함으로 Kurtzman은 A. oryzae를 A. flavus의 변이종으로 공식화 하였다(Aspergillus flavus var. oryzae (Ahlb.) (Kurtzman et al., 1986). 


다양한 분자생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이들의 분류에 대하여 갑론을박이 는데 결정적인 한 방은 전체 유전자를 분석하는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기술이었다. Rokas(2007)는 A. oryzae와 A. flavus의 염기서열 모두인 유전체 염기서열을 상호 비교하였는데 두 종간의 상동성이 99.5%였다. 이는 Aspergillus niger 내의 두 균주 사이의 염기서열 상동성인 99.3%보다 더 높았다. 즉 A. oryzae와 A. flavus의 사이는 같은 종인 A. niger의 두 균주 사이 보다 더 가깝다는 것으로 이들은 한 종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이를 반영하여 곰팡이의 학명을 관리하는 대표적인 데이터베이스인 Index fugorum은 A. oryzae는 인정하지 않고 A. flavus에 포함시켰다. 또한 세계균학회가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인 Mycobank는 Kurtzman의 주장을 반영하여 A. oryzae를 A. flavus var. oryzae로 등록하였다. 


이제 과학적으로는 A. oryzae와 A. flavus가 한 종임이 밝혀졌다. A. flavus가 A. oryzae 보다 69년 먼저 보고되었기에 과학적으로 A. oryzae는 A. flavus가 되었다. 그렇다면 미국 FDA가 안전한균(GRAS)으로 등록한 A. oryzae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인체위험그룹인 생물안전성등급 2등급의 A. flavus로 취급되어야 할까? 


하지만 이런 학문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본, 미국 등의 식약청은 끄덕도 하지 않았으며 A. oryzae를 위험균으로 수정하고자 주장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한 다른 해법을 찾아야 했다. A. oryzae는 과학적으로는 A. flavus에 속한다. 하지만 A. oryzae는 인류가 2000년 이상 먹어온 안전한 곰팡이고 나름의 확고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위험한 곰팡이의 대명사인 A. flavus와 묶어서 취급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A. oryzae는 A. flavus와는 차별화된 영역으로 보존되어야 한다. 


A. oryzae를 A. flavus와 구분하는 많은 특징들이 제시되었고 이에 대한 논란도 많았지만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사실이 있었다. A. oryzae는 어떠한 경우에도 아플라톡신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A. flavus의 경우에는 아플라톡신을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일반적인 개념은 A. oryzae는 발효 식품에 서식하고 A. flavus는 기타 야생에 서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 oryzae를 발효식품에서 분리한 아플라톡신을 생성하지 않는 곰팡이로 정의하면 되는 것이다. 


A. oryzae로 동정을 위한 두가지 컨셉 중에서 발효식품으로부터의 분리는 명확하나, 곰팡이가 아플라톡신을 생성하는지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아플라톡신을 생성할 수 있는 곰팡이일지라도 먹이, 조건 등에 따라 아플라톡신을 생성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같은 곰팡이가 땅콩에서 자라면 아플라톡신을 생성하나 콩에서 자라면 아플라톡신을 생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플라톡신의 생성능력을 확인하는 명확한 방법은 유전자를 조사하면 된다. 유전체 분석과 염기서열 분석 기술의 발달로 아플라톡신을 만드는 유전자군(Aflatoxin biosynthesis gene cluster)의 염기서열, 유전자 그리고 유전자 역할이 밝혀졌다. 이 유전자군을 분석하면 이 균주가 아플라톡신을 만들 수 있을지 그렇지 못할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즉 이 유전자 군의 중요한 유전자가 모두 있어서 아플라톡신을 만들 수 있는지 아니면 중요한 부위가 결실되어 아플라톡신을 만들 수 없는 지를 확인하면 된다.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은 A. oryzae의 새로운 종개념을 사용하여 Aspergillus oryzae-flavus (A. oryza, A. flavus가 구분이 안 된 종) 균주들을 동정하였다. 한국에서는 메주에서 분리한 균주들의 동정에 이 개념을 사용하였는데 대부분의 균주들은 A. oryzae로 동정되었다(Hong et al, 2003). 일본 역시 주류총합연구소 등에서 그들이 소장한 Aspergillus flavus-oryzae 균주의 동정에 새로운 종개념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동양의 움직임에 대하여 서양학자들도 굳이 반대하지는 않았다. 아직 Index fungorum과 Mycobank의 DB는 A. oryzae의 독자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지만 곧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Aspergillus의 분류에 대한 국제협회인 ICPA(International Commission of Penicillium and Aspergillus) 역시 A. oryzae의 새로운 종 개념에 대하여 긍정적이다. 이에 ICPA의 구성원들은 A. oryzae의 새로운 종 개념을 논문으로 발표하고자 하며 현재에 마무리 단계에 있다. 


맺기 전에 똑 같은 케이스의 곰팡이를 한 쌍 더 소개한다. 일본에서 간장을 만드는 곰팡이 Aspergillus sojae Sakag. & K. Yamada (1944)와 아플라톡신 B와 G를 동시에 생성하는 Aspergillus parasiticus Speare (1912)의 관계는 A. oryzae와 A. flavus의 관계와 꼭 같다. A. sojae와 A. oryzae는 형태적으로 매우 유사하여 형태만으로 구분은 어렵지만 칼모듈린이나 튜블린 유전자를 사용하면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한국에서 A. parasiticus는 매우 드물게 분리되고 A. sojae는 야생에서는 분리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위의 글은 저자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작성한 글로서 소속기관의 정책방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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