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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Jan 26. 2023

연변에서 중국 동포들과 어울려 살다 2-2

조선족이라고 불리우는 중국 동포들의 삶

"우리의 진정한 국적은 인류입니다" 웰스


조선족 아이들을 돌보다


중국 연변에서 3개월 정도가 지난 후 어느날 연변과학기술대학 복도 게시판에 조선족 아이들의 방과후 영어 공부 선생님을 구한다는 것을 보았다. 아무래도 호주에서 영어를 배워왔으니 여기에 있는 동안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싶었다. 이 방과후 공부방은 한국의 어느 재단에서 만들었었는데 찾아가보니 학교에서 얼마 멀지 않았다.


공부방은 어느 빌라의 6층 꼭대기에 있었는데 올라가느라고 힘이 들었다. 조그마한 아이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을까 궁금함을 품으며 문을 열었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문 앞에 일렬로 서더니 "선생님 안녕하십니까"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흡사 군대에 온 것 같았다. 이 곳 교육 문화인가 싶었다.


곧 젊은 한 중국동포 여성분이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 분은 공부방을 관리하고 있는 원장님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이 곳에 20명 정도의 중국동포 초등학생들이 다니고 있다고 하였고 선생님은 한국 유학생들과 중국동포 대학생들이 지원하여 오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한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이 곳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모두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홀로 남겨져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보는 아이들이에요. 아이들이 민감할 수 있으나 잘 보살펴 주세요"


나는 그 후로 매주 한번씩 가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함께 놀았다. 사실 한국 교회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토대로 말해보자면 이 아이들은 천사였다. 아이들이 정말 선생님 말을 잘 들었고 선생님을 존경한다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너무 착하고 순수한 눈빛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나는 이런 아이들을 잘 키우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 부모님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매우 안타까워했다. 지금도 조금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중국동포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고 같은 한민족인 우리에게도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선족 대학생들이 나를 미워하는 이유


어느날 학교에 있는 중국 동포 학생들 중에서 중국어 과외 선생님을 구했는데 얼마 있지 않아 그 친구가 과외를 그만 둔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같은 중국 동포 학생이 한국인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학교에서 중국동포 학생들은 한국인들을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한국에서 힘든 일을 하고 있었고 한국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자녀들에게 전화로 많이 한다고 했다. 물론 좋은 이야기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상황이 이러하니 한국인들이 좋게 보일리는 없었다. 그래도 나는 그들에게 진심을 갖고 다가갔다. 먼저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밥도 같이 먹었다. 머리도 중국 미용실에서 깍다보니 앞 옆머리는 스포츠에 뒷 머리가 꽁지머리처럼 그당시 유행하는 중국스타일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들과 금방 동화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들은 한국인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들은 한국과 한국인에게 관심이 많다. 다만 우리에게 받은 상처가 있어서 우리를 미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그들도 마음을 열고 다가왔다.


우리는 미우나 고우나 같은 민족


처음에는 그들이 궁금했고, 낯설었고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결국 그들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 오기 전까지 그들을 잘 모르고 마음적으로 차별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한국분들 중에는 중국 동포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다.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사회에서 그들을 먼저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더 관심을 갖고 그들을 살피고 우리와 같은 인격체로서 대우해야 함은 물론이다.


언젠가 내가 다시 중국 연변에 돌아가 중국 동포 아이들과 학생들을 만난다면 이런 말을 듣고 싶다.


"한국에서 우리 부모님들을 잘 대해 주어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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