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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승철 Jan 26. 2019

옥스퍼드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대학

세 번째 정책 이야기 - 대학이 빚어내는 도시의 예술과 문화

옥승철 한국청년정책학회 부이사장


체코 프라하와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짧고 아쉬운 여행을 끝내고 있을 무렵 6개월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옥스퍼드에서 최종 합격을 했다는 메일이 도착하였다. 나는 오스트리아 빈의 한 카페에 앉아있다가 합격했다는 메일을 읽고 숨이 멎어버렸다. 6개월 동안 기도원에서 매일 기도하며 결혼식과 신혼여행 도중까지 간절하게 기다려왔던 소식이었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그토록 원하던 옥스퍼드로 떠나게 되었다.


옥스퍼드에서의 삶은 10개월 정도로 짧았지만 내 30년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이 글에서는 일단 옥스퍼드의 문화예술 정책에 대해 쓰고자 한다.


옥스퍼드 대학과 컬리지들이 만들어가는 문화 예술의 도시


옥스퍼드라는 도시는 대학의 도시이다. 도시 전체가 38개의 컬리지로 구성되어 있고 그 컬리지들의 연합체를 옥스퍼드 대학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각각 컬리지가 독립되어 있었고 수업도 그 안에서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컬리지는 단순한 상징으로 남았다. 컬리지의 기능은 이제 기숙사와 커뮤니티 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자면 영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는 마법 학교인데 그 안에는 4개의 소속 컬리지가 있다. 바로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래번클로 그리고 후플푸프이다. 해리포터 영화는 이 옥스퍼드의 컬리지 시스템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 (좌)과 기숙사 로고(우)

나는 38개의 옥스퍼드 컬리지 (기숙사) 중에 Wadham 워덤 컬리지라는 1400년대에 세워진 오래된 곳으로 배치가 되었다. 처음 컬리지를 구경하면서 이 곳이 많은 문화 예술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래 사진처럼 아름다운 건물에 초상화들이 걸려있었다. 이 초상화들은 컬리지를 빛낸 사람들의 초상화인데 현대에 들어서 사진 기술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유명인들을 그림으로 그려 걸어놓고 있다.


나의 컬리지인 워덤 홀 내부
워덤 컬리지 전경


각 컬리지의 콘서트 홀에서 열리는 일상의 문화예술 공연


38개의 컬리지는 또한 각각의 콘서트 홀을 가지고 있다. 각 컬리지가 옥스퍼드에 널리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옥스퍼드 학생 및 주민들은 문화예술 공연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집 근처의 컬리지의 콘서트 홀에 가서 티켓을 구매하고 공연을 관람하면 되었다. 학생들에게는 표를 할인해주어 나 또한 아내와 함께 시험이 끝나고 지친 마음을 공연을 보면서 달래기도 하였다. 체코 프라하와 오스트리아의 빈이 민간 주도의 문화예술 공연이었다면 옥스퍼드에서는 학교가 주체가 되어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워덤 컬리지의 콘서트 홀

물론 옥스퍼드에서 학교만이 문화예술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규모면에서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문화예술 공연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공공 부분에서는 옥스퍼드 정부 또한 소유하고 있는 아트홀에서 아트페어를 열기도 하였고 애쉬몰리안이 등 유명한 박물관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민간에서도 적지 않은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시정부 주관으로 옥스퍼드 시티홀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민간이 운영하는 음악회


컬리지 교회 예배당에서 열리는 공연


옥스퍼드 컬리지들의 특이한 점은 컬리지 공연장 외에 컬리지 안에 있는 교회에서 문화예술 연주회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보통 컬리지 공연장들이 대중음악을 다룬다면 컬리지의 교회들은 오르간 연주와 합창 같은 전통적 기독교 음악을 많이 선보였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보통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가끔씩 교회에 오르간 연주와 합창을 들으러 가면 장대하고 경건한 분위기의 음악에 내 마음 또한 경건해지면서 치유되어지곤 했다.


컬리지 교회에서 공연이 열린다는 팜플렛


컬리지 교회의 공연들



옥스퍼드 대학의 오케스트라


옥스퍼드의 문화예술 공연의 정점은 옥스퍼드 대학의 오케스트라일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오케스트라는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매번 아래의 동그란 건물에서 주기적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을 열고 있다. 같은 반의 미국인 동기가 오보에를 연주 한다고 하여 티켓을 사서 공연을 관람하였다. 멋지고 웅장한 건물 안의 오케스트라 공연은 내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입학식을 오케스트라 홀에서 한다

보통 이 건물은 전통적으로 옥스퍼드 대학의 입학식에 사용되고 있다.


옥스포드 대학 오케스트라 공연장



대학에이 주도하고 지자체, 민간이 함께 만드는 문화예술의 도시


이처럼 옥스퍼드의 문화예술은 대학에 의해서 일상으로 스며들어 있었다. 옥스퍼드의 38개의 각 컬리지 소유의 공연장, 미술관 및 교회에는 아름다운 그림이 걸렸고 일상의 음악이 항상 연주되고 있었다. 그리고 각 컬리지에서 모인 대학생들이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옥스퍼드 대학 오케스트라가 탄생시켰다. 그들의 음악은 공부로 지친 학생들의 마음을 항상 어루만저 주었다.


옥스퍼드 대학 이외에 시정부 또한 미술관 및 박물관 등을 운영하였고 민간 또한 공연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옥스퍼드는 대학의 도시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하였다. 내가 가본 곳 중 일상의 문화와 예술이 이처럼 가깝게 있었던 곳은 없었다.


우리나라도 각 대학에서 문화예술 시설을 짓고 문화예술 공연을 활발히 하여 일반에 공개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 대학에 소속 공연장, 미술관 등을 건립하고 민간에 개방하여 민간의 예술인들이 공연하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부 또한 대학이 주도하는 문화예술을 지원한다면 대학과 민간 그리고 지자체의 협력과 힘으로 한 도시를 일상의 문화 예술의 도시로 탈 바꿈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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