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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으셨나요?

by 최승돈

Are you lost? (길을 잃으셨나요?)


살면서 실제로 한 번 이상 이런 질문을 받기란.. 설사 이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치자. 정말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다면 모를까, 고도로 추상적인 삶의 문제를 두고 낯선 사람이 대뜸 이렇게 묻는다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이 질문과 함께 시작될, 진지한 삶의 대화를 상상할지 모르지만, '혹시 도에 관심이 있으시냐?'며 다가오는 이들과 결국엔 다를 게 없지 않을지..


세상 가득 '살기 힘들다'는 얘기, '도무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얘기뿐이지만, 막상 생면부지의 사람이 찾아와 대뜸 '길을 잃지 않았느냐?'고 정색하고 묻는다면, 대개는 당황하고 경계할 것이며, '길을 잃었다'는 대답과 함께 대화다운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혹시 있다면 오히려 우리가 당황하고 경계할 일이 아닐지..


난 대략 이와 같은 이유로 아직 신앙을 갖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을 초청하는 잔치, 예람제의 표제를 'Are you lost?'로 정하는 데 반대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전제하는, 일방적인 사고의 틀, 이를테면 프레임만 드러날 뿐, 정작 이야기를 들을 사람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일 게 없는 데다가, 오히려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울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Are you lost?'는 무죄다. 어색하든 이상하든 이른바 삶의 근본문제는 누구라도 어떻게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당장은 얼렁뚱땅 지나갈지 몰라도, 성경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다 아는 '일의 결국'(전도서 12:13)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멸망, 그것도 소망이라곤 하나도 없는, 영원한 멸망을 향해 가고 있다면.. 혹 'Are you lost?'란 질문과 함께 제기되는 삶의 근본문제를 무시하다가 결국 지옥불에 들어가 'Are you roast?'라는 질문을 받게 되기라도 하면..


황당한 얘기라고 하자. 그런데 혹 사실이면?


그저 교세를 불리기 위해 교회 밖 순진한 사람들을 겁박하는 것일까? 그런데 과연 그 허망한 교세를 위해 숱한 사람들이 때로는 목숨을 걸기까지?


이렇든 저렇든 하다못해 궁금은 해야 할 일이다!


와서 보라 (요한복음 1:39, 46)




10여 년 전, 어느 교회에 출석하던 시절, 일종의 전도집회를 앞두고 쓴 글을 다시 읽어 보게 되었다. 자기 기분, 자기 논리에만 충실한 교회 출입자가 되지 않기 위해 나름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데 과연 그 허망한 교세를 위해 숱한 사람들이 때로는 목숨을 걸기까지?’


당시든 요즘이든 교회 다니는 숱한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에 목숨을 거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하나님을 믿는 것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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