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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이 필요하다

by 최승돈


.. 너는 이 성전의 제도와 구조와 그 출입하는 곳과 그 모든 형상을 보이며.. (에스겔 43:11)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쯤 새로 지은 모교회의 본당은 든든한 암반 위, 그야말로 반석 위에 세운 집으로, 단지 잘 지은 튼튼한 건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친구 아버지이신 대조각가께서 설계와 시공에 적극 참여하신 덕택에 교회건물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참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완공 후 입당할 즈음, 건축에 반영된 여러 신앙적 의미와 예술적 의미를 설명한 소책자가 인쇄돼 성도들에게 두루 배포되기도 했고 그것이 또 더 큰 은혜를 낳았을 정도였다. 그 내용을 두루 알고 교회를 한 바퀴 휘 둘러보면 성경공부를 몇 번은 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와 같은 것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른바 리모델링이라는 것이 진행되었다. '효율을 기할 때 기하더라도 애초 이 건물을 통해 구현된 높은 신앙적/예술적 가치가 마구 훼손돼서는 안 될 일인데..' 몇 가지 험악한 시도는 잘 막았다고도 하지만, 지금 누가 가서 본래 모습을 잘 설명하면 뜨끔할 사람이 여전히 좀 있지 않을까 싶다.


다른 교회를 또 좀 다녀 보니, 원래 의미와 가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와서는 앞선 좋은 일을 제대로 이어받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솔직히 자기 수준에는 감당이 잘 되지 않아 원래 잘 되던 좋은 일을 매우 부담스러워하거나, 사실과 달리 자기들이 오히려 잘하는 줄 알기도 해서 문제다.


우리에겐 일정한 수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그 수준에 대해 꼼꼼히 말씀해 주시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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