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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리밍 Jan 17. 2022

사십 대에 대하여

인생선배의 조언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라는 말은 최근에 확 와닿는다.

둘 다 쥐고 싶다고 다 쥐어지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없는 것은 어쩔 도리도 없을 때가 많다는 것도 살아가며 체득하게 되었고, 예전만큼 에너지도 따라주지 못한다.

가장 어쩔 수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귀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시간, 세월'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흐르는 것에 지금껏 크게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는데, 앞자리가 바뀐 새 해 첫날부터 몸살을 앓으면서 서늘한 세월감을 느꼈다.

10년 전,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엔 세간의 기준으로 왠지 모를 조급함을 느꼈고,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것은 막상 별거 아니더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ㅜㅜ)

나름 40대를 맞이할 마음의 기초 체력을 충분히(?)했다고 생각했지만, 체력 급감으로 두려움이라는 것이 스쳤다.

와중에 나의 정신적 멘토와 같은 한 작가가 40대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에 잠시 머무르고 생각하다가 필사해본다.




40대는 감히 인생의 피크라고 할 수 있어.

"40대는 분명 우리들의 인생에서 기력, 체력, 능력 이 세 가지가 가장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 아닐까 싶어서 감히 40대가 인생의 피크라고 할 수 있어.

우선 40대가 되면 대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지고(정확히는 그래야만 하고) 속된 말로 자기 싹수를 자기도 안다는 것,

또한 이때는 여태 노력해도 치유하지 못한 내 안의 상처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기도 해.

그냥 나의 일부로서 가지고 살자고 결기 있게, 밝게 체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봐.

놓아줄 건 놓아주고, 보내줄 건 보내주고, 훌훌 털 거 다 털어서 내면의 대청소를 마친 상태에서,

그다음에 ‘앞으로 내 인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돈해야겠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이 나를 진심으로 행복하게 해 주는지, 어떤 사람들을 가까이 둘지 등등

대충 이맘때면 정리가 필요해.

하지만 이렇게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심플하게 추린다고 해서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고집하느라 시야가 좁아지는 건 조심해야 해!

40대가 되어 자신의 핵심 가치를 추리면 그것을 단단한 베이스로 두고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를 모색해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돼.

물론 단번에 변화를 억지로 할 필요는 없겠지만, 새로운 시행착오에 도전해볼 수 있는 시기도 40대라고 생각해.

아파트 지은 지 40년쯤 되면 중간점검을 하고 필요하면 재건축도 하거든?

그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그 나이쯤 되면 기초를 다져야 하는 시점인 거 같아.


하나 확실한 건 어쩐지 나이가 많아 보이는 마흔 살이 되었다고 해서 당장 ‘불혹’이 되지 않아,

역으로 40대가 가장 미친 듯이 흔들릴 때라서 흔들리지 말라고 괜히 만들어놓은 거야,

내 주변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 단 한 명도 없었어(!!)

아무튼 마치 젊음을 은퇴한 것처럼 초연해지거나 고민이 다 해결되거나 그러지 않아.

그리고 몇 살이 되어도 고민하는 것은 좋은 거야,

고민을 하니까 우리는 스스로를 찾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거야.

에너지를 사용한 만큼 고스란히 순환돼서 내게 돌아오게 되어있어”



재건축 타이밍의 비유라니.. 씁쓸한듯하지만 공감 가고 충분히 순응하게 된다.

불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제거해내고 챙길 것들을 최대한 심플하게 추려 놓는 것,

그것들을 나사를 조여가며 기름칠해가면서 살아가는 것,

더 분발하여 즐겁게 40대를 방황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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