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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리밍 Jan 23. 2022

고장 난 시계를 고쳤다.

시간 = 자유 = 경제


오래전 고장 난 시계 수리를 맡겼다.

결혼 전부터 갖고 싶어 하던 손목시계를 예물 찬스로 샀는데, 어느새인가 손목에 차는 빈도가 줄어들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아예 안차게 되었다.

매일 아기를 안아야 하던 때에는 아이 얼굴에 상처가 날 수도 있고 나도 불편해서 한때는 어디에 뒀는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수년만에 꺼내보니 시침이 멈춰져 있었다.


새해맞이로 큰 마음먹고 수리를 하러 매장을 찾았는데, 배터리뿐 아니라 오랫동안 진동이 없어서 내부에 먼지도 쌓이고 배터리가 녹슬어서 전체적으로 내부 청소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

왠지 모를 씁쓸한 마음과 가까이 있는 것들에 소홀하게 대하는 나를 돌아보게 됐다.


문득 이 시계의 시침을 다시 돌게 하고 싶단 생각에 수리 맡긴 후 3주 만인 오늘 찾았고, 새 시계를 산 것처럼 설레었다.

나를 위해 백화점 방문하는 것도 오랜만이고, 친절한 직원들 반응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고친 시계를 오랜만에 손목에 채웠는데 ‘진짜 내 시간’을 갖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라는 속성

시간이라 것을 남편과 얘기 나눈 적이 있다.

시간이란 모두에게 똑같이,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 공평한 시간을 어떻게 선택하고 배분하는지에 따라, 개인에게 돌아오는 최선의 보상은 결국 ‘자유’ 일 것이다.

자유란 거꾸로 시간을 내 의지대로 쓸 수 있는 것.

하지만 애석하게도 자유는 경제적 여유와도 맞물려서,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도 결국은 시간적 자유를 얻기 위함이 아닐까.

자유라는 것에는 필연적으로 ‘책임’이라는 것이 따라오긴 하지만, 가장 가지기 힘들어서 더없이 큰 호사이자 희열이다.


6년 만에 내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보니 시간을 대하는 마음 가짐이 달라지는 것 같다.

동시에 나의 금쪽같은 시간을 챙기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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