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
세월이 흘러도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어쩌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거 같다.
사람의 관계는 크게 사회관계와 개인 관계로 나뉜다. 사회관계, 일적인 관계라면 말 그대로 감정이 섞이지 않고 목표가 일을 잘하는 것에만 있기 때문에 심플하지만, 사적인 관계는 마음이라는 것이 따라가기 때문에 복잡해진다.
머리가 크면서 감정이 무겁게 다가올 때에는 소위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대하라고 하는 부분은 크게 공감이 간다. 어린아이는 쉽게 넘어지고 부딪쳐서 생채기가 쉽게 나지만, 또 쉽게 아무는 것처럼 모든 것이 유연하다. 오랜 사이일수록 어느 한때처럼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유연하게 다가갈 줄 도 알아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어렵게 대하는 것이 상대에게 '존중감' 있는 삶의 태도이지 않을까.
나는 어릴 적에 나의 감정표현에 아주 능숙한 편이 아니어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잘 전달하는 솔직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선망한 적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대게 추진력 있는 사람들로 보여, 내가 그런 부분을 배우고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느껴왔기 때문인 거 같다. 그런 솔직함이 선한 의지라면 상대로부터 내가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곧 충족감을 느끼고 곧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런데 솔직한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깨달았다. 솔직함은 확고한 가치관 위에서 하루하루 나아지려고 애쓰고 선의를 가질 때 사람을 보다 깊은 곳으로 연결해주는 것인데, 솔직함을 장점으로만 여기며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자기 합리화이자 변명, 오만이다. 그런 태도는 객관적이지 못하고 어떤 변화나 다름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이고, 이런 솔직함은 생각이 유연하지 못한 자기 고집에 불과하다.
건강한 관계란 무엇인가?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관계는 변할 수 있다. 살아가는 모습이 달라지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그 흐름을 한번 놓치면 스스륵하고 놓게 되어 더 이상 예전처럼 돌아오기 쉽지 않을 때도 있다.
꾸준히 유지되는 건강한 관계라는 것은 결국 약간의 ‘떼’가 묻어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고, 한쪽만이 감수하는 관계라면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 없다. 특히 인간에게서 '차이'라는 것은 필연적인데 살아가는 모습이 달라지면서 그것의 차이는 점점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차이를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치부하고 섣불리 판단하거나 상대를 가르치려 든다면 파국이 온다. 서로가 다른 견해와 관점을 궁금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의지가 필요하고, 서로의 불편한 지점과 경계는 명확히 털어놓으며 그걸 기꺼이 받아들여야 그 관계는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라는 인생의 냉혹한 교훈이 아프면서도 공감이 간다.
한때 내 인생의 대부분이었던 만큼 소중한 관계이자 존재였을지라도 말이다.
물론 추억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그 추억들을 떠올리면 나의 과거의 온도는 따뜻하고 윤기가 난다.
하지만 추억이 아름다운 것과 별개로, 현실까지 연결 지어 이어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삶에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휘두르려고 하지도 말고
우리의 정신력을 그런 곳에 낭비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