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달리지
늦은 밤, 아이들을 재운 뒤 혼자 달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 주어지는데, 왜 누구는 땀 흘리며 달리고 누구는 가만히 앉아 있을까. 선천적으로 달리는 성향과 앉아있는 성향으로 나뉘어 태어나는 걸까. 운동신경의 차이일까, 개인이 가진 에너지의 차이일까. 정말로 잠깐이라도 운동할 시간이 없는 걸까. 정답을 찾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달리면서 드는 이런저런 생각들이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운동을 하고 싶어도 무릎이나 발목이 아프고, 어깨나 목이 결려서 무슨 운동을 해도 불편해 자연스레 운동을 멀리하는 지인들을 많이 봤다. 아직까지 큰 부상을 당해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그 고통을 잘 모른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고통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쩌면 주변에서 운동을 멀리하고 건강이 악화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더욱 개인 건강관리에 시간을 투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부상당할 만큼의 운동은 하지 않는다. 무슨 운동을 하더라도 힘들면 그만두는 편이다. 괜히 무리하다가 다쳤을 경우 원하는 운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 중에도 부딪힐 것 같으면 피하고, 다칠 것 같으면 그냥 뺏기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 싶으면 멈춘다. 운동 수행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지치고 힘들 때 조금 더 나아가야 근육도 성장할 텐데 '오늘도 움직인 게 어디야' 이 마음으로 깔끔하게 멈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 수영, 축구, 헬스, 달리기 등을 하루에 몰아서 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어떻게든 하루에 1종목은 꾸준히 하려고 한다. 한때 하루에 오전 수영, 오후 헬스, 저녁 달리기를 해본 적이 있었다. 당일에는 '오, 컨디션 나쁘지 않은데? 식욕도 올라가고' 하는 마음이 생겼다. 문제는 바로 다음날이었다. 전날 조금 무리했다 싶으면 이틀 정도는 쉬어야 했다. 그렇게 되면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매일 해야 한다'는 나의 신념이 깨지게 된다. 그래서 욕심을 버렸다. 하루에 3종목을 할 시간이 되더라도 하루에 최대 2종목만 하는 것으로 스스로와 약속했다.
러닝을 하면서 '달리는 자는 마일리지'라는 말을 생각해 냈다. 줄여서 '달리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달리는 사람들에게 누적 거리, 즉 마일리지는 하나의 자랑거리이자 성취 지표다. 월간 목표, 연간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해 나가는 재미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나는 마일리지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과거의 나와 비교하기 위해 기록하고 관리하지만, 그 숫자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5km를 뛰었든 10km를 뛰었든, 중요한 건 달렸다는 사실 자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억지로 목표 거리를 채우려다가 부상을 당하거나 번아웃이 오는 것보다는, 그날 몸이 원하는 만큼만 달리는 게 낫다.
달리는 이유도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기록 단축을 위해, 누구는 다이어트를 위해, 누구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달린다. 나는 단순하다. 건강하게, 꾸준히, 행복하게 달리고 싶을 뿐이다. 마일리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행복한 러닝이다. 달리는 자, 마일리지를 쌓아가되 숫자에 얽매이지 말자. 달리지, 오늘도 즐겁게.
달리는 자는 마일리지
앉아있는 자 마!일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