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만 하다가는 망한다.

욕만 하지 말고 욕망하라.

by 최승호

요즘 매일 하는 것으로 달리기와 독서, 필사를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삶을 루틴화해서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시간을 낭비하며 살았기에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쓰고, 달리고, 읽기를 반복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독서모임 도서로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을 읽었다. 책 내용에 앞서 이 책의 저자인 심강현 작가의 문체를 보면서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분석했으면 나 같은 독서초보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게 썼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글쓰기 실력을 더욱 갈고닦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스피노자의 정의에 따르면,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다. 욕망이 제거된 상태의 인간은 인간이 아닌 그 무엇이다. 그래서 욕망은 제거될 수 없는 것이다. 욕망 없이는 인간이 존재할 수도 없고, 욕망의 이해 없이 인간이 파악될 수도 없다.'라고 한다. 내가 자라면서 듣고 배웠던 '욕망'은 뭔가 부정적인 느낌의 인간의 끝없는 욕심 정도로 인지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성적 욕망'이란 단어도 들어봤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표지를 보면서 궁금했다. '욕망하는 힘'이라...


책을 한 장씩 넘기며 갸우뚱할 때도 있었고 수긍의 끄덕임도 있었다. 스피노자 철학에 있어서 이성적인 것은 욕망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욕망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며 더 많이 욕망하기로 했다. 물론 욕망한다고 해서 무조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산다고 장담할 수 없다.


올해부터 인문고전 독서와 철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나름 책도 읽으며 공부를 하고 있다. 아직 나는 스스로 사유하는 단계도 아니다. '욕망하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문득 '욕만 하다가는 망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철학 관련 사유는 아니지만, 어쨌든 사회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뒷담화하는 직원들의 끝을 봐왔기에 이것도 나름 인생철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욕만 하다가는 망한다.' 이 말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직장에서 10년 넘게 지켜본 사람들 중에는 정말로 '욕만 하다가 망한' 케이스들이 있었다. 항상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살면서 동료들을 험담하고, 상사 험담에 여념이 없고, 회사와 세상 모든 것에 독설을 퍼붓던 사람들 말이다.


처음에는 그들의 말에 공감했다. 회사 생활이 답답하고, 상사가 이해되지 않고, 동료들이 미워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 주변에는 점점 아무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승진에서도 밀리고, 중요한 업무에서도 배제되고, 결국 자신이 그토록 험담하던 조직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것을.


'욕만 하다가는 망한다'는 말은 그냥 욕설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부정적 에너지에만 매몰되어 살지 말라는 뜻이다. 불평과 원망, 비난과 험담으로 가득한 마음으로는 건설적인 욕망을 품을 수 없다. 그런 상태에서는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의지도,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상상력도 생겨나지 않는다.


반면 스피노자가 말하는 '욕망'은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그것은 나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려는 근본적 충동이고, 내 능력을 확장시키려는 생명력이고, 더 완전한 상태로 나아가려는 의지였다. 이런 욕망 앞에서는 '욕만 하다가는 망한다'는 속담이 오히려 '제대로 욕망하지 못하면 망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나는 이제 욕망한다. 더 나은 남편, 아빠 되고 싶고, 더 건강한 몸을 갖고 싶고, 더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고, 더 멀리 달릴 수 있는 다리를 갖고 싶다. 이런 욕망들이 내 하루를 채우고, 내 루틴을 만들고, 내 삶을 앞으로 밀어낸다.


결국 문제는 '욕망 자체'가 아니라 '어떤 욕망을 품느냐'였다. 나를 축소시키는 욕망인가, 확장시키는 욕망인가. 나를 고립시키는 욕망인가, 연결시키는 욕망인가. 과거에 머물게 하는 욕망인가, 미래로 이끄는 욕망인가.


욕망하되 현명하게 욕망하자.

스피노자의 말처럼,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니까.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9화행동을 반복적으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