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를 감사해

자존감

by 최승호

요즘 나는 자주 생각한다. 나는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사람이라고. 무엇을 이루어야만, 무엇을 성취해야만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귀한 인격체라는 것을. 그 어떤 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존재라는 것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이들 덕분이다. 8세 아들과 6세 딸을 보면서 깨달았다. 이 아이들은 아직 세상에 내놓을 만한 성과도 없고, 대단한 능력을 보여준 것도 없다. 하지만 그저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부부에게는 전 우주보다 소중하다. 아이들이 숨 쉬고 있다는 것, 웃고 있다는 것, 오늘도 건강하게 하루를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아내에게, 부모님에게, 친구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나를 소중히 여겨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 예전에는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막연했다. '자존감을 어떻게 높여?'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자존감은 무언가를 더 얻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매일 감사하며 산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건강하게 깨어났구나' 하고 감사한다. 매일 달릴 수 있는 건강한 두 다리가 있음에 감사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눈이 있음에 감사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손가락이 있음에 감사한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감사하다.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하루 종일 무사히 일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두 감사의 대상이다.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색했다. '매일 감사하다고 생각만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었다. 하지만 정말로 달라졌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내가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빠르게 승진해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 하고, 반드시 무언가를 이뤄내어 더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끝없는 갈증이었다. 아무리 채워도 만족할 수 없는 공허함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다. 더 나아질 수는 있지만, 지금도 이미 충분하다. 이런 마음가짐이 생기니 오히려 더 자유로워졌다. 남과 비교하지 않게 되었고,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노력한다. 매일 달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하지만 그것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소중한 나를 더 사랑하는 방법이다. 건강한 몸으로 더 오래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서 달린다.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 내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을 감사한다고 했는데 과장이 아니다. 신호등이 바뀌어서 길을 건널 수 있을 때, 비를 피할 수 있는 우산이 있을 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을 때. 이 모든 순간에 작은 감사를 느낀다. 이렇게 감사하며 살다 보니 자존감이라는 것이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존감은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인정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감사한다. 이 글을 쓸 수 있음에, 이 글을 읽어줄 누군가가 있음에,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는 존재가 여기 있음에 감사한다. 당신도 감사해 보시길. 자신의 존재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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