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너나 하라지

에너지

by 최승호

"그냥 내일 하지 뭐." "다음에 하지 뭐." 이 말들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하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한다. 나 역시 그랬다. 30대 중반까지는 거의 모든 것을 미루며 살았다. 운동은 내일 하면 되고, 책은 다음 주에 읽으면 되고, 하고 싶은 일은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내일'과 '다음'과 '나중'이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일이 오면 또 다른 내일로 미루고, 다음 주가 되면 또 그다음 주로 미루고, 나중이 되면 또 다른 나중으로 미룬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물론 미뤄도 되는 일들이 있다. 당장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는 일들. 예를 들어 집안 정리 같은 것. 오늘 하든 내일 하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런 일들은 컨디션 좋을 때, 시간 여유 있을 때 해도 괜찮다. 특히 집에 어린 자녀가 있다면 더욱 컨디션이 좋을 때, 아이들이 없거나 잠들었을 때 하면 된다. 하지만 절대로 미루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을 위한 투자들이다. 독서, 글쓰기, 달리기. 이런 것들은 '다음에'가 없다. 오늘 하지 않으면 영영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왜 이 세 가지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몸의 에너지, 정신의 에너지, 의지의 에너지. 이 모든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피곤한 날에는 "오늘은 좀 쉬고 내일 하자"는 유혹이 강하게 온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 가지야말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행동들이다. 달리기를 하면 체력이 생긴다. 책을 읽으면 정신이 맑아진다. 글을 쓰면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된다. 결국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이것을 몰랐다. "피곤해서 못 뛰겠어", "정신이 없어서 책을 못 읽겠어. 어차피 성인들 대부분이 1년에 책 1권도 안 읽는다니까.", "도저히 글이 안 써져.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며 미뤘다. 그런데 정말로 피곤할 때 억지로라도 10분만 달려보니 오히려 개운해졌다. 정신이 없을 때 15분만 책을 읽어보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글이 안 써질 때 무작정 한 줄이라도 써보니 생각이 풀렸다. 한 줄이 힘들다면 한 단어라도 적는다.


독서, 글쓰기, 달리기를 미루지 않게 된 건 올해부터다. 1월부터 글쓰기, 3월부터 필사, 4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 한 달은 정말 힘들었다. 매일매일이 싸움이었다. '오늘은 그냥 쉬자'는 유혹과의 싸움.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달을 넘기니 조금 수월해졌다. 두 달을 넘기니 습관이 되었다. 세 달을 넘기니 이제는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편하다. 지금은 여섯 달째인데, 이 세 가지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힘든 날도 있다. 정말 피곤해서 달리기가 싫은 날, 책이 눈에 안 들어오는 날, 글 한 줄 쓰기 싫은 날.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날이 바로 '다음에'로 미루기 시작하는 첫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미루면 두 번 미루기 쉽다. 두 번 미루면 계속 미루게 된다. 그렇게 쌓아온 습관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최소한이라도 한다. 10킬로미터가 힘들면 5킬로미터라도, 한 시간 독서가 힘들면 10분이라도, 긴 글이 힘들면 짧은 일기라도. 참, 맘스다이어리도 매일 길게 쓰지 않고, 그날 아이들과 있었던 이슈 한 문장과 사진 하나만 올려둔다.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 솔직히 말하면,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내 경험상 이 세 가지만큼은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독서는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준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힘을 길러준다. 달리기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준다. 이 모든 것이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투자다.


다음으로 미루지 말자. 에너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 하지 않으면 평생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음에는 너나 하라지"라는 말이 있다. 맞다. 다른 건 다음에 해도 된다.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한 일, 특히 독서, 글쓰기, 달리기만큼은 '다음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해야 한다. 오늘 한 페이지, 한 줄, 한 걸음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시작할 때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9화자신의 존재를 감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