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저녁이 되면 나는 종종 생각한다. 오늘 하루는 어떤 불굴의 의지로 보냈는지, 아니면 아무런 의지 없이 말 그대로 그냥 살았는지. 조심스레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어떤 날은 대답이 명확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틈틈이 책을 읽고, 저녁에 글을 썼다면 ‘오늘은 의지를 가지고 살았구나’ 싶다. 반대로 늦게 일어나 하루 종일 미루고, 계획한 일들을 내일로 넘겼다면 ‘오늘은 좀 아쉽네’ 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가끔은 애매한 날들이 있다. 특별히 게으르게 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히 열심히 산 것도 아닌 날들. 그저 일상의 루틴을 따라 흘러간 날들. 이런 날들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예전에는 이런 날들을 실패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지 못한 날, 특별한 성취가 없었던 날은 의미가 없는 날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다르다. 평범한 일상을 성실하게 사는 것도 하나의 의지다.
삶의 가치를 어떤 부분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일에서 성취를 얻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가족과의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길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 계발에, 어떤 사람은 취미나 여가에 더 많은 가치를 둘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어떨까? 가족과의 시간,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 이 세 가지가 내 삶의 중심이다. 이 중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하루가 허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매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함께 놀아준다. 완벽한 아빠는 아니지만, 적어도 관심을 갖고 함께하려는 의지는 있다.
건강을 위해서는 매일 달린다. 몸이 피곤해도, 날씨가 좋지 않아도 나간다. 이것 역시 하나의 의지다. 건강한 몸으로 오래도록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 성장을 위해서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어제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것도 의지다. 정체되지 않고 계속 배우고 발전하고 싶다는 의지.
하지만 이런 의지들이 항상 강하지는 않다. 때로는 무기력한 날도 있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다. 그런 날에도 최소한은 하려고 노력한다. 10킬로미터가 힘들면 5킬로미터라도, 한 시간이 힘들면 30분이라도.
왜냐하면 알기 때문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우리의 인생에서 아무런 의지 없이 사는 것은 정말 아깝다는 것을. 물론 때로는 쉬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쉬면서 회복하는 것과 의지 없이 사는 것은 다르다.
의지라는 것이 꼭 거창한 것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 가족에게 좀 더 친절하게 대하겠다는 것도 의지다.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는 것도 의지다.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는 것도 의지다. 이런 작은 의지들이 모여서 하루가 되고, 하루들이 모여서 한 달이 되고, 한 달들이 모여서 일 년이 되고, 일 년들이 모여서 인생이 된다.
오늘 저녁, 나는 또다시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우리의 오늘은 어땠지? 어떤 의지로 보냈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하루였다고 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일도 또 다른 의지로 살아가겠다. 작은 의지라도 좋으니,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