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아무리 현대사회가 각박하다고 하지만,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소통을 해야 한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사람들마다 혈액형이 다르고, MBTI가 다르듯 모든 사람과 서로 가치관이 같을 수도 없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렸을 때에는 모든 친구와 서로 잘 지내야 되는 줄 알았다. 모두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군대에 다녀오고, 직업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긴 지인들이 생겼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내가 관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걸까?' 하는 자책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서로 간에 사이가 나빠졌다기보다는 공통점을 공유할 시간과 공유할 거리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뿐이었다.
이제는 생각한다. 굳이 나와 인생의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서로 간의 낭비라고. 물론 나와 다른 점에 대해서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같은 시간에 누굴 만날 지에 대해 묻는다면, 이제는 가치관이 비슷하고 나와 공통점이 있는 사람을 찾아서 만나려고 한다. 내가 내 시간을 내서 만나는데 굳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인생은 유한하고, 시간은 소중하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관계가 좁아지면서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과 넓고 얕은 관계를 유지했다면, 이제는 적은 수의 사람들과 깊고 진한 관계를 추구한다. 그리고 관계에 있어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 같다. 의무감이나 체면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
이런 변화가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오히려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맞추며 만나는 관계보다는, 자연스럽게 공감하며 만나는 관계가 서로에게 더 이롭다.
나는 운이 정말 좋게도 인생의 가치관과 공통점을 공유하는 사람이 아내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매일 같은 집에서 자고,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 늘 소통하고 공감한다.
아내와는 많은 것을 공유한다. 육아에 대한 생각, 돈에 대한 가치관, 삶의 우선순위. 물론 모든 것이 똑같지는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들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그래서 대화가 편하다.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한다.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
이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는 단 한 명의 사람을 찾기 위해 평생을 보낸다고 한다. 나는 그 사람을 일찍 만난 셈이다. 감사한 일이다.
물론 다른 관계들도 소중하다. 친구들, 동료들, 가족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공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요즘 더 절실히 느낀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감정을 이해해 주고, 내 생각에 공감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
결국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 아닐까 싶다. 공통점을 공유하고, 서로의 감정에 감동하고,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관계. 그런 관계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